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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은 치킨과 맥주를 결합한 축제다. 올해 10주년을 맞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22 대구 치맥 페스티벌은 6일(수)부터 10일(일)까지 5일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진행된다.

'치맥'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통용될 정도로 이제 치킨과 맥주의 결합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동물권 문제를 고려해본다면, 치맥이라는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축제가 펼쳐진다. 바로 'N맥 페스티벌'이다. N맥 페스티벌은 6일(수) 본 행사를 시작으로 7일(목) 행진, 8일부터 10일까지는 거리 행동을 진행한다. 본 행사는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분수광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N맥 시식회 및 닭 그리기, 닭의 삶 전시회, 거리연설회 등을 연다.

아무도 죽지 않는 축제
 
N맥 페스티벌은 7월 6일(수)?본 행사를?시작으로 7월 7일(목) 행진, 7월 8일부터 10일까지는?거리 행동을?진행한다.
 N맥 페스티벌은 7월 6일(수)?본 행사를?시작으로 7월 7일(목) 행진, 7월 8일부터 10일까지는?거리 행동을?진행한다.
ⓒ N맥 페스티벌 기획단(제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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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맥 페스티벌은 복날이 다가오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기획된 축제다. 경북대 비거니즘 동아리 '비긴'과 비건 베이커리 '책빵고스란히'가 기획단을 구성하여 행사를 기획했다. 기획단에 따르면 치킨 말고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N개의 N맥이 있다는 의미에서 'N맥 페스티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 N맥 페스티벌에는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대구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의제모임, 정의당 대구시당 환경위원회,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진보당 대구시당, 나쁜페미니스트 대구, 채식평화연대 등을 비롯해 15개가 넘는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획단은 대구광역시청 앞에서 '닭을 죽이는 치맥 페스티벌 말고 아무도 죽지 않는 N맥 페스티벌'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광역시장을 초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 30일 N맥 페스티벌 기획단이 대구광역시청 앞에서 치맥 대신 N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 30일 N맥 페스티벌 기획단이 대구광역시청 앞에서 치맥 대신 N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N맥 페스티벌 기획단(지구당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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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나루 활동가는 "어쩌면 이 축제는 함께 즐길 권리를 박탈당한 존재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치맥 페스티벌에는 청소년도, 윤리적 채식주의자도, 닭도 배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N맥 페스티벌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 축제로 우리 지자체가 단기간에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 보다는 장기적으로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그 이익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제로 인해 관광 수입이 얼마나 들어오느냐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나루)

대구 시민이자 청년 활동가인 최수인씨는 "비인간동물을 배제하고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치맥 페스티벌이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닭은 치킨이 아니라 동물이다

여름밤이면 맥주에 손이 가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아마도 치맥 페스티벌은 바로 이것을 노리지 않았을까. 올해로 치맥 페스티벌은 10회를 맞았다. 동시에 기후위기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날로만 높아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치킨 소비를 조장하는 축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축제는 아닐지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나루 활동가는 "어떤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법적 처벌의 문제가 되고, 또 다른 어떤 동물을 사육하고 학대하고 도살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특히 닭과 같은 농장동물들에게 정말 잔인한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10억3500만 마리의 닭이 도살됐다. 하루 약 284만 마리의 닭이 죽고 있다. 2020년 기준 대구광역시 인구는 241만이다. 대구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생명이 하루에 목숨을 잃고 치킨 혹은 또 다른 고기가 된다.

치맥 페스티벌은 닭을 동물이 아닌 고기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행사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알을 깨고 부화한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을 곰곰이 떠올려보면 치맥 페스티벌은 '대학살 축제'라고 명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자체 예산이 투여되는 '대학살 축제'
 
아무도 죽지 않는 페스티벌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무도 죽지 않는 페스티벌을 상상할 수 있을까
ⓒ N맥 페스티벌 기획단(지구당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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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페스티벌이 우려되는 이유는 비단 동물권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치맥 페스티벌은 3회 차부터 대구치맥산업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다. 시민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축제가 아닌 산업 중심의 소비 축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지역 축제의 특성상 소비 촉진을 위해 산업 연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치킨 산업에 치우쳐 소비를 조장하는 치맥 페스티벌은 씁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맥 페스티벌 문제에 관해 대구광역시 등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구광역시는 제1회 때는 주최기관이었고 2회부터는 후원으로 역할을 전환했다. 대구광역시의 치맥 페스티벌 지원 예산은 제1회 때 1억5천만 원에서 제3회에는 5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대구광역시에서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2022년 치맥 페스티벌 예산안은 12억 원이다.

나루 활동가는 "대구광역시가 이러한 문제들을 방기하고 후원을 통해 더욱 부추기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위일 뿐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데에 앞장서는 것이라 볼 수 있다"라며 "시민 한 명이 비건이 되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런 축제에 대한 지자체의 용인은 시민들의 개별적인 노력조차 무용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선한 변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시장님, 닭은 어떡하지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청년의꿈' 사이트에 한 시민이 남긴 "캣맘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하다. 캣맘 행위에 대한 억제가 필요하다"라는 게시물에 "고양이는 어떡하지요?"라는 짧은 답변을 남겨 화제가 된 바 있다.

나는 홍 시장에게 되묻고 싶다. "홍준표 시장님, 닭은 어떡하지요?" 물론 홍 시장은 지난 1일에 취임했기 때문에 올해 7월의 치맥 페스티벌의 계획과 운영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 대구광역시와 홍 시장이 치맥 페스티벌을 취소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실행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치맥 페스티벌과 N맥 페스티벌이 대구광역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치맥 페스티벌은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도 전혀 유익할 게 없다. 부디 N맥 페스티벌 기획단이 쏘아 올린 'N맥'이 도살될 '닭들의 맥'을 살리는 기적을 낳길 소망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축제가 열린다. 만약 당신이 대구시민 혹은 대구에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어디로 가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N맥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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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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