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나를 매원마을로 이끌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은 왜관 IC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반촌(班村)으로 불렸다. 광주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의 모습은 매화낙지형(매화가 떨어진 형국)으로 여섯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실제 마을 한가운데 넓은 연못이 있고 가득한 연꽃이 꽃을 피울 준비에 한창이었다.
최대 전성기였던 1905년에는 400여 채의 집이 있었으나 6.25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는 감호당 동산재, 지경당, 진주댁, 해은고택 등 60여 호만 남아 있으며 180여 호가 살고 있다.
이른 아침 인적 드문 마을은 조용하다. 지경당을 찾아가니 담장에 소복하게 핀 분홍 찔레꽃이 나를 맞아준다. 기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장미과에 속하는 찔레꽃은 5월에 꽃을 피우고 가지가 아래로 처지며 덤불을 이룬다. 주로 횐색의 찔레꽃을 많이 보아왔기에 분홍 찔레꽃은 좀 더 새롭고 아름답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골목에 들어서니 담장위에 하얀 장미가 가득하다. 어느 집 담장에는 지금 한창 피고 있는 석류꽃이, 또 어떤 집에는 보리수 나무가 빨간 열매를 조롱조롱 매단 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른 시각인데도 마을에 있는 집대문은 거의 모두 활짝 열려 있고 열린 문너머 마당에는 어김없이 꽃이 있다. 어느 집 담장 앞에 어르신 한 분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노란 장미를 손보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분홍 찔레꽃이 막바지 봄기운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