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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백을 깨고 지난해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 <이안 쳉 : 세계 건설>이 지난 2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다. 인공지능(AI)과 게임 엔진을 사용해 가상 생태계를 만드는 선구적인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투영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이안 쳉의 첫 개인전이다. 그는 MoMA PS1(뉴욕), Serpentine Galleries(런던)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2019년), 리버풀 비엔날레(2016년) 등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안 쳉은 UC 버클리에서 인지과학과 미술을 전공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비주얼아트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리움미술관이 제작 지원한 작가의 최신작 <BOB (Bag of Beliefs)>를 포함한 작품 5점은 인간의 의식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와 SF적 상상력을 담고있다.

주요 출품작인 '사절(Emissaries)' 삼부작(2015-2017)은 그가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대표작으로, 게임 형태의 가상 생태계를 구축해 인공지능을 가진 캐릭터와 환경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벌어지는 '실시간 시뮬레이션' 작품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사절, 신들의 품에 거하다>
     
<이안쳉, 사절 신들의 품안에 거하다> 의 한 장면
▲ 이안쳉, 사절 신들의 품안에 거하다(2015) <이안쳉, 사절 신들의 품안에 거하다> 의 한 장면
ⓒ 이안 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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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절, 신들의 품에 거하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의식의 진화 과정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담긴 <사절> 삼부작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화산 근처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고대 인류이다. 이들은 아직 의식이 없는 단계로, 주술사를 통해 듣는 조상의 목소리를 길잡이 삼아 살아간다. 이 에피소드의 사절은 주술사의 열 살 난 딸로, 이 아이는 화산에서 튀어나온 파편에 맞아 머리를 다친 후부터 조상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는 자의식을 가진 첫 번째 인간이 된다. 그러나 겁에 질린 소녀는 아버지 신들의 음성을 다시 불러들이려 빙의된 상태를 흉내 낸다. 소녀의 거친 움직임은 울려 퍼지는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의 경로를 그려본다. 사절이 이 불안한 땅으로부터 공동체를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내가 바로 사절이기 때문에.
 
▲ 이안쳉, 사절 신들의 품안에 거하다(2015)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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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피소드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
 
<이안쳉,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 의 한순간.
▲ 이안쳉,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2015-2016) <이안쳉,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 의 한순간.
ⓒ 이안 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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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이후 긴 시간이 흐른 뒤의 세계를 그린 두 번째 에피소드이다. 진동과 재를 내뿜던 화산은 풍화와 침식을 거쳐 화구호가 되었고, 인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화구호를 관리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이 인공지능은 오래전에 존재했던 인류를 연구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사절은 시바견인데, 시바견은 마치 가지를 치듯 스스로 복제하며, 합체하기를 반복한다. 인공지능은 마지막 남은 인간 물질 원본을 사용해 21세기 유명인을 20분간 되살린 후, 시바견 사절에게 그와 교감하면서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포착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시바견 사절은 인간과 완벽한 관계를 맺기 위해 존재한다.

창조의 본질과 가까운 세계

작가의 작품은 결말을 알 수 없고 무질서하며 즉흥적인 데이터가 무한 반복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영원히 반복하며 스스로 플레이되는 비디오게임" 으로 부르는데, 사절이 임무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면 그 게임은 끝나고 새로운 판이 시작되기 때문. 따라서 작품의 길이는 영원하고, 우리는 영원의 일부만 목격할 뿐이다.

또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같은 상황을 다시 목격할 확률은 매우 드물다. 세계 속 캐릭터들 간의 결합과 분리, 파괴의 상호작용은 데이터적 우연에서 벌어진 사건들로,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우연의 결과물이다.

무질서와 질서, 정돈과 혼돈 사이의 모순을 관찰

작가가 창조한 세계속 캐릭터는 작가의 개입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인다. 세계 속 캐릭터의 동작은 반복적인 패턴이 없이 일그러지다 결합되며 비선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서사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태그:#이안쳉, #세계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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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랜드 기획자이자 미술,음악 에디터입니다. 글을 쓰고 촘촘한 기획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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