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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는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

우리 주변에서 '챌린지'라는 말은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이 앞을 다퉈 각종 행사에 '챌린지'란 말을 붙여 홍보에 나서고 있다.
 
창녕군은 오는 6일부터 30일까지 25일간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을 활용해 '책 읽는 창녕, 독서하는 군민' 운동 활성화를 위한 걷기 챌린지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의장이 3일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보호와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세이브 아프간 위민(Save Afghan Women)' 챌린지에 동참했다.

무안군은 최근 자살에 대한 인식 변화와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생명사랑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6일 밝혔다.
 
우선 이렇게 공공기관들이 앞을 다퉈 '챌린지'란 용어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한글을 사용하지 않고 외래어를 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공기관들의 외래어 남용 현상은 계속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는 문제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더구나 너도나도 앞을 다퉈 쓰고 있는 이 '챌린지(challenge)'란 말은 오용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본래 영어 challenge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다. challenge의 어원인 라틴어의 원래 의미가 '중상모략' 혹은 '비방'이다. 당연히 그로부터 연유된 challenge 역시 부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영미권에서 'challenge'라는 말은 '커다란 난관'이나 '곤경' 혹은 '이의 제기'의 뜻을 내포하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없는 단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사용하려 하는 것처럼 "좋은 목표나 꿈에 도전한다"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영어 'challenge'는 본래 긍정적 의미를 담을 수 없는 말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이 지난 8월 2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일본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이 지난 8월 2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일본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챌린지'란 말이 바로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영어라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부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 '챌린지'란 일본식 영어를 한국 사회가 그대로 모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를 한국에 들여와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편, TV에서 출연자들이 "도전!"을 외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간 방송계의 관행으로 미뤄볼 때 이 장면 역시 일본 'challenge' 용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토킹' 소통? '잘못된 일본식 영어'로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다
 
수원시는 11일 오후 2시부터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2030 소통 프리토킹'를 개최해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청취했다.

'프리토킹' 역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다. 'free conversation'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렇게 잘못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을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한국 사회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장면이다.

'나이브', 상대방을 모욕하는 일본식 영어

한 가지 사례를 더 소개해본다. "당신 참 나이브하다!"라는 말에서 '나이브'라는 용어도 일본제 영어다. 일본에서 '나이브'는 '예민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본래 영어 '나이브(naive)'는 '철부지'나 '유치하다', 혹은 '세상 물정 모르게 무지한'의 뜻이다. 이렇게 하여 '나이브'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말이고, 자칫 인간관계까지 틀어질 수 있다.

일본식 영어는 대부분의 경우 본래 용어가 지닌 원의(原義)로부터 벗어나 자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을 교란한다. 올바른 언어의 사용은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적 삶을 이끄는 기본이며 토대다. 그 기본과 토대가 뒤틀리게 되면 전체 사회 구성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가로막히고 왜곡된다. '일본식 영어 베끼기'를 그만둬야 할 이유다.

#챌린지#프리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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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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