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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소개하고, 편집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청년기획단 '요즘 것들의 공부' 기획 시작은 래퍼 빈지노의 유튜브 영상이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총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건 꽤 탐나더군요. 이름하여 터프팅 건. 원단에 실을 쏴 원하는 패턴이나 모양을 표현하는 섬유 공예, '터프팅'(tufting)의 주 도구였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빈지노는 터프팅 원데이 클래스를 방문해, 팬들에게 선물할 러그를 만들었는데요. 터프팅 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 위를 움직일 때마다 색색의 실이 촘촘하게 박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터프팅 건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과 온갖 부자재 목록, 생각보다 복잡한 작업 과정을 보고 조용히 인터넷 창을 내렸습니다.  
 

유튜브에 터프팅을 검색하다 새삼스레 놀란 건,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 공예를 취미 삼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터프팅으로 주로 만들어내는 것이 러그와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이다 보니, 특히 집 꾸미기나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젊은층이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터프팅에서 시작한 검색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를 통해 타일테이블 만들기, 지점토 트레이 만들기 등으로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니.

괜히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런 신박한 '배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배움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에게, '요즘 젊은이들의 공부'라는 글감을 던진 이유입니다. 

우리는 왜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가
 
... 집에 돌아와 '성인 수학'을 검색해봤다. 놀랍게도 성인 수포자들을 위한 강좌들이 몇 개 나왔다.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했다. 어릴 적 막연히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수학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맛보기 강좌에서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정말 수학을 못 한다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겪어봤습니다. 사실은 수학이 참 재밌습니다. 몰라서 어려운 것입니다."

'문과 수포자'가 20년 만에 다시 수학책을 폈습니다 중에서

정누리 시민기자는 "국어와 수학의 성적 차이가 무려 60점이 넘었"던 '수포자'가 성인이 되어 다시 수학책을 펼쳐 들게 된 과정을 풀어냈습니다.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는데 원 둘레를 구하는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을 때, 도면을 오려야 하는데 도무지 각도가 맞지 않을 때 해법이 되어준 건 그가 그토록 싫어하던 '수학'이었습니다. 

정누리 기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비로소 수학이 실생활 곳곳에 녹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성인 수학 강좌를 듣게 되는데요. 대학이나 등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겁니다.

정누리 시민기자의 글을 읽고 나서, 왠지 다시 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수한 배움의 기쁨, 즐거움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글감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우리의 흥미를 앗아갔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벼락 거지'와 '한탕주의'라는 프레임을 넘어서 
 
2년 전 나는 회사랑 가까운 동네에 전셋집을 구했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7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당시 내 동기는 영끌을 해서 서울에 있는 구축 아파트를 매입했다.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셋집 계약기간은 끝났고, 집값은 배로 올랐다. 7000만 원에 전세를 얻었던 내 원룸은 전세 1억이 넘는다고 했다. 2년 전에 영혼을 끌어모아 매입했던 그 친구의 집은 몇 억이 올랐을까.

월급의 반 이상을 저축했는데... '현타'가 왔다 중에서 

이은지 시민기자는 청년들이 '재테크 공부'에 뛰어들게 되는 이유를 짚었습니다. 월급의 반을 저축해 1년에 1200만 원을 모아도 겨우 14만 원 남짓의 이자 밖에 받지 못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 현실을 직접 마주하면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삶의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법. '아끼는 것이 곧 재테크'라며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견지하던 그는, 자신만의 기준과 전략을 세워 주식이나 펀드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이은지 시민기자는 '투자는 무조건 위험하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을 '공부'해야 할 영역이라고 여기며, 계획적으로 투자하는 요즘 청년들의 능동적인 움직임에 집중했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다루는, '벼락거지'나 '한탕주의'와 같은 극적인 프레임을 되풀이하지 않고, 요즘 청년들의 '진짜'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낸 것이지요. 당사자성이 돋보이는 글, 그리고 뻔한 흐름으로 가지 않아 인상 깊었던 글입니다. 

'취미가 나를 살아있게 한다'는 사람들
 
 골프는 더 이상 중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골프는 더 이상 중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 unsplash
 
이른바 '쓸모없는' 공부는 결국 내가 나를 뛰어넘는 체험이다. 남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적 체험이고, 이것이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새로운 한 가지를 더 할 수 있다는 성장에 대한 인식과 성취감이 삶을 향한 동기 부여가 된다. 또한 배움은 성장과 동기 부여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  

- 골프장에 MZ세대가 많아진 이유, 이겁니다 중에서 

최한슬 기자는 골프를 시작한 친구의 이야기로 글의 서두를 여는데요. 중년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골프장을 찾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 신기하고 낯선 현상이지만, 최한슬 기자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어찌보면 쓸모 없어보이는 취미나 배움이 한 사람의 삶에 놀라운 '힘'이 된다는 것, 그렇기에 취미나 공부는 단순히 그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최한슬 기자가 택한 방식은 폭넓은 취재와 인터뷰입니다. 소문난 '취미 부자'인 친구, 중년의 나이에 '아마추어 사진가'라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인 지인, 취직을 하고 난 뒤 좋아했던 피아노 레슨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친구 등등...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글의 말미 '취미가 비로소 나를 다시 살아있게 한다'는 한 친구의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백 마디 설명보다 더 와닿고, 공감 가는 실제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시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기사였습니다. 

#취미#배움#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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