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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금지된 나라에서 우리는 우리가 겪는 차별의 일상을 어디에,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성소수자 차별, 이주민 차별, 지역 차별 등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의 경험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청년의 현실을 진단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말하기로 했습니다. 5월 25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됩니다. 5월 17일부터 '차별금지법 나만 필요해?' 기획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우리가 바꿀 세상을 제안합니다.[기자말]
"아버지 직업이 뭔가요?"
"오~ 이 회사는 그래도 여자들이 2차에 많이 올라왔네."
"저희 회사는 남성 위주로만 뽑으려고 해요."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면 종종 듣는 이야기다. 채용 절차를 거쳐 노동 현장에서도 이 차별들은 겉으로 드러나게, 드러나지 않게 우리 청년들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이 고용과 노동 영역에서의 차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유이다.

고용에서부터 시작되는 여성 청년에 대한 차별

얼마 전 한 글이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모 제약회사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질문들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폭로하는 글이었다. 많은 청년이 이 글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채용성차별을 폭로한 분은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에 대표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분의 개인적 경험이 개인적 경험이 아닌 이유는 이러한 경험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면접 과정에서 "이 회사는 여성을 2차에도 꽤 많이 뽑았네"라는 말들과 "결혼 생각은 있어요? 출산은요?"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을 보면, 여성들에게 일자리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 수 있다. 청년정책이라고 하면 어디든 항상 일자리를 첫순위로 뽑는데, 여성 청년 일자리에 대한 정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5월 6일 발표한 '코로나와 여성고용: 팬데믹 vs. 일반적 경기침체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월별 여성 취업자 수는 코로나 이전(2020년 2월 기준)보다 5.4%(2021년 1월)정도 줄었다. 이에 비해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은 최대 2.4%(2021년 1월)로 여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코로나 이후 1년 동안 여성 고용률은 남성 고용률보다 0.9%포인트 더 떨어졌고, 반대로 실업률은 남성보다 1.7%포인트 더 올랐다.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유리천장과 임금격차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고용에서부터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맞는 일자리가 따로 있나요?
 
 무지개깃발과 국회의사당
무지개깃발과 국회의사당 ⓒ 청년정의당
   
여성은 물론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복합차별 역시 문제이다. 여성 혹은 남성으로 보여져야만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성별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은 한정적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성별이분법을 강요받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안전하지 못한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문제로 인해 수술하지 못하고, 수술하지 못하면 법적 성별정정을 하기 어렵다. 그럼 주민등록번호에 적힌 지정성별로 인해 또다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떻게든 찾아가는 파트타임 일자리에서도 차별은 마찬가지이다. 배달 일을 하기 위해 찾아간 소셜커머스에서도 남자 줄과 여자 줄을 서라고 하면 거기서부터 막히는 것이다. 일을 구하고도 문제는 지속된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도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직장 동료로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이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식의 괴롭힘이 도사리고 있다. 간주 차별이 이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 이태원 클럽 확진 이후 이어진 성소수자 혐오 정국에서 해당 장소를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에게 조퇴를 권유했다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들려온 것을 보면, 성소수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소수자들이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쉬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없는 이유엔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쯤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은 평등하지 못한 모든 구조에서 나타난다. 기사 맨 처음에 소개했던 "아버지 직업이 뭔가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질문의 의미는 영업하기 위해 아버지의 직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지원자를 뽑겠다는 의미였다.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를 둔 나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고, 그 뒤로 내게는 개인 질문이 단 1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모 공공기관에서 고위급 직위를 가진 아버지를 둔 지원자는 질문을 독차지했다. 그 뒤 그 기업 채용에서 떨어지게 됐고, 그 지원자가 합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마치 들러리가 된 채 면접비를 받고 나온 나는 이것이 계급 차별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 문제 역시 놓칠 수 없는 문제이다. 청년노동자들에게는 안전 문제가 가장 삶과 밀접하게 다가온다. 노동 현장에서 안전 점검도, 안전 물품도, 기구도 없이 한순간 산재로 인해 돌아가셔야 했던 고 이선호 노동자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하지 못한 구조에 희생되는 노동자분들이 하루에도 최소 7명이다. 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하다는 말은 지금 청년 노동자들에게 가장 와닿는 말일 것이다.

청년노동의제로서의 차별금지법
 
 정의당 차별금지법 실천단
정의당 차별금지법 실천단 ⓒ 정의당

이렇듯 청년들은 불안정노동 속에서 차별을 느끼며 살고 있다. 앞에서 든 사례와 차별사유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와 정체성을 근거로 청년들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가히 "차별은 청년 곁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회이다. 특히 노동과 고용 측면에서의 차별은 삶을 뒤 흔들만큼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동에서의 차별은 안정적인 삶을 흔들고, 한국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노동은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는 이러한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에 대해 진정이 들어오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시정명령에는 차별행위의 중지, 피해의 원상회복,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등의 악의적이 인정되는 경우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할 수 있다. 게다가 고용과 관련하여 차별 피해를 받은 자는 문서로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명 책임 역시 피해자가 아닌 상대방에게 있다. 상대방은 그런 행위가 없었다거나,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입증해야 한다.

물론 이 세상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을 차별금지법이 다 해결해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청년 노동에서의 차별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또 수많은 차별을 삶에서 직접 접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것이 차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도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우리 삶과 가까이 있는 법이다. 청년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분명한 청년의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공정이란 단어에 가려진 불평등을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이제 청년들도 우리의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
     
※ 나도 말하고 싶다, 겪었던 이야기!

방법1. 자신의 SNS에 해시태그(#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와 함께 경험 적기
방법2. 구글 설문지에 경험 적기! https://forms.gle/HVaSZUqgABSgUxqW7

'#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을 목표로 각자의 차별경험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바로 가기 https://bit.ly/equality100000

덧붙이는 글 | 정성광님은 청년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특별위원장입니다.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청년노동#복합차별#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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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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