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밭 매화나무, 10년 전 직장 퇴직할 무렵 식재했다. 재배한다기보다는 방치하다시피했다. 열 그루 중 세 그루만 남아 있다. 야속하지도 않은지 봄에는 꽃을 피우고 6월이면 열매를 맺어 준다.
지난 5월 30일 친구들을 호출(?)했다. 낙과하기 전에 매실 수확을 위해서다. 시기를 놓치면 열매가 우수수 떨어진다. 거름도 주지 않고 돌보지 않은 탓이다. 언제나 부르면 오는 친구들, 같이 가면 즐겁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열매들, 잎 속에 알알이 박혀 있어 잎인지 열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꽃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착과 한 것 같다. 괜히 미안하다. 나는 한 일이 없다.
가지가 웃자라서 가지 사이를 들어갈 틈이 없다. 우선 밑에서부터 따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냥 재미로 했던 일이 점점 욕심이 생겼다. 가지를 휘어잡아서 따고, 아예 큰 가지는 톱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어차피 가지치기 하면 잘릴(?) 처지다.
예상보다 수확량이 많았다. 20kg 포대로 3개나 되었다. 시작할 때 한 포 정도 나오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농부들이 농사를 짓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풍성한 수확의 기쁨은 경제적 가치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이좋게 나눴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큰 것을 서로 권했다.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네요."
발효를 위해 꼭지를 떼어 내고 싱싱한 것만 골라냈다. 물에 깨끗이 씻어 건조한 다음 매실과 백설탕을 1:1로 배합하여 유리병에 담갔다. 단톡방이 뜨거워졌다. 고작 세 명이 하는 단톡방이지만 소통하는 데는 그만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끝낸 모양이다.
매실 발효는 매실과 백설탕을 1 : 1로 잘 섞어 유리명이나 항아리 등에 담근다. 100 일 정도 지나면 매실을 발효액과 분리한다. 매실은 대표적인 알카리성 식품으로 피로 해소에 좋고, 체질개선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해독작용이 뛰어나 배탈이나 식중독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