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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우리 집 앞엔 2년 전부터 집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오래된 집을 허문 상태에서 흙으로만 덮어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 넘기 방치돼 있었던 곳입니다. 이곳을 아이들은 마치 놀이터처럼 돌과 흙을 여기저기 나르면서 놀고는 했어요.

어떤 날은 삽을 들고 와서 땅을 파고, 어떤 날은 잡초를 뽑으면서 주방놀이를 하고,
어떤 날은 돌을 옮기면서 놀기도 했고요.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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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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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집 짓는 공사가 진행됐답니다. 1년 넘게 빈터로 남아있던 공간이... 며칠 만에 순식간에 집 짓는 공사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부터 제가 발견한 독일 부모들의 흥미로운 육아법이 시작됩니다.
 
 독일 공사 현장
 독일 공사 현장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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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짓는 공사 현장
 집 짓는 공사 현장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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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딸을 가정보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딸이 유치원을 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항상 집 앞 차고에서 노는 날이 많은데... 우리 집 차고 앞이 바로 공사현장이랍니다. 집 앞 차고에서 놀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사현장을 찾아옵니다.
 
 독일 집 짓는 공사 현장
 독일 집 짓는 공사 현장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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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공사 현장
 독일 공사 현장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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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16개월의 아이가 아빠와 함께 이 공사현장을 쳐다보고, 어떤 날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어떤 날은 더 큰 아이들이 와서 보고 가고... 제가 생각하는 집 짓는 공사현장이면 어른들이 집을 보러 더 많이 오는 게 흔한 광경인데,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손에 뭔가를 들고 찾아옵니다.

한국의 공사현장은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공사현장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저도 당연히 그랬고요. 그랬기에 독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육아법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앞서 공사현장에 찾아오는 모든 아이들의 손에 뭔가가 항상 들려 있다고 했었지요? 어린 아이들은 삽을 들고 오고, 장난감 포클레인 또는 장난감 망치 등을 갖고 온답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책과 장난감을 들고 와요. 더 큰 아이들은 공사현장의 울타리에 기대어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눈치채셨나요? 맞아요. 집 짓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번 찾아보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공사현장에서 사용할 법한 망치나 삽 등을 들고 오는 거고, 유아들은 그 연령대에 맞는 공사 과정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가져오는 겁니다.
 
 독일 집 짓는 과정을 책과 비교하는 아이
 독일 집 짓는 과정을 책과 비교하는 아이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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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공사 현장 구경하는 아이
 독일 공사 현장 구경하는 아이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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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의 남자아이가 포클레인을 가지고 엄마와 함께 찾아온 날, 그 엄마에게 물어봤어요. 여기 집을 살려고 보러 온 것인지. 그 가족이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면 우리 가족의 이웃이 되는거니까요.

그런데 그 엄마의 대답은, 이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공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는 겁니다. 아들에게 집이 처음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와서 집 짓는 과정을 계속 보여줄 거라고.

그 뒤로 부모와 아이들이 공사현장을 어슬렁거릴 때마다 말을 걸거나 그 사람들이 하는 걸 지켜봤어요. 집을 사기 위해서 공사현장을 보러 온 가족은 하나도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집 짓는 과정을 생생하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찾아오는 거였지요. 심지어 한 번의 방문으로 그치지 않는 이들도 있었어요. 여러 번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독일 집 짓는 과정
 독일 집 짓는 과정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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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공사현장에 찾아오는 독일 부모들과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위험하니까 저기 공사현장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이야기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무조건 가지 말라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저들처럼 안전에 대해서 설명도 하고, 집 짓는 과정을 책으로만 알려주기보다 직접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생생하게 현장을 보여주는 방식이야 말로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육아법에 대해서 많이 반성하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답니다. 저희 집도 건축현장과 공사장에 대한 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직접 책을 들고 건축현장을 찾아갔어요. 

딸 같은 경우, 평평했던 땅이 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사 현장을 옆에서 봐왔기에 더욱 흥분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엄마! 이거 지난주에 아저씨들이 했던 거네. 엄마, 다음에는 아저씨들이 이거 만들겠다!... 엄마! 저 밑에 주황색 동그란 게 물을 연결해 주는 거야!"
 
 공사 과정 및 종류가 소개된 독일 어린이 도서
 공사 과정 및 종류가 소개된 독일 어린이 도서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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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공사 과정 및 종류가 소개된 어린이 도서
 독일 공사 과정 및 종류가 소개된 어린이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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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건축현장은 더 이상 위험 장소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에게 가까이 생생하게 보여줄 교육의 현장이지요.

#독일육아#독일어린이육아법#독일집짓는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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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육아중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와 문화이야기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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