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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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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막차는 떠나지 않았을까.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이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 문제까지 터지면서 정부·여당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떠나가는 민심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보겠다며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고, 민주당도 나서고...

29일 오전 10시 30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깜짝발표'를 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천명했다. 투기 억제와 시중 유동성 흡수 명목으로 대출 규제를 조여온 기존 정책기조와 다른 태도였다. 

곧이어 청와대에서도 '깜짝발표'가 나왔다. 전월세 상한제 시행 직전에 전셋값을 올린 김상조 정책실장이 물러나고 이호승 경제수석이 후임을 맡는다는 소식이었다. 김상조 실장은 직접 춘추관에 나타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몇 시간 뒤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부패 청산이 지금 이 시기 반부패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하고 범정부적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며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줄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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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단 하루 동안 긴박하게 돌아간 상황 속에는 여권의 절박감, 낭패감 등이 깃들어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 대통령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치르는 4.7재보선이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선 민주당의 패색이 짙다. 성난 민심은 점점 '정권 교체론'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여당으로선 조금이나마 불길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솔직히 (김상조 실장 경질이든, 대출 규제 완화든)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 서울시장 선거 상황을 두고 "냉정하게 얘기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좋아서도 아니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도 아니고 우리(민주당)가 한 게 없어서 (국민들이) 혼내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어제 오늘 나온 결정들을 더 빨리 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뭐든) 해야죠.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여권 내 흐름이 '선거용'으로 비친다면 오히려 '실점'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적폐라고까지 부르는 상황"이라며 "김상조 실장은 선거가 아니어도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처방을 선거와 연결하는 것도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다"라고 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지만, 당장 눈 앞의 선거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기조나 정책 일관성을 먼저 고려했다는 의미다.

박영선 캠프 핵심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소집해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것은 '선거와 무관하게 반드시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정부·여당의 잇따른 의사결정이 "(민심을 달래기엔) 부족하다"면서도 "더 악화시키진 않도록 빠르게 조치한 것은 잘했다. 정부의 그런 조치들이 믿음을 얻으면 선거에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판도 마냥 열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 자체 조사로는 (20% 안팎 차이나는 외부 여론조사와 달리) 박영선-오세훈 격차가 10%p 초반대로 나타났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이 지난해 총선보다 강도높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 현장 반응도 괜찮아서 박영선 후보는 오히려 유세 다녀오면 힘을 받더라"고 전했다. 

벼랑 끝 민주당... 시간이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성북구 길음역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성북구 길음역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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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분위기는 우울하다. <문화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6~27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7.3%가 오세훈 후보를, 30.6%가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권 지지세가 강한 40대에서도 오세훈 41.3%-박영선 39.4%로 박빙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6%p,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은 끝내 막차에 올라탈 수 있을까? 나아가 '정권 심판'으로 향하는 민심열차를 돌려세울 수 있을까?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는 29일과 30일 연이어 TV토론에서 맞붙은 뒤 4월 2~3일 사전투표일부터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

태그:#4.7재보선, #문재인, #박영선, #민주당,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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