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아직 매서운 날씨가 버티고 있는데 봄을 말하다니 성급한 느낌이다. 도시에서 살 때는 입춘이라는 말에 나도 웃었다. 아직 한겨울인데 봄이라니 생뚱맞게 들렸다. 하지만 이곳 전남 곡성 촌에서 살면서부터 입춘이라는 단어가 절묘하게 다가온다.
도시에서 봄은 대개 꽃소식으로 온다. 복수초가 피고 남쪽에서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으로 봄을 듣는다. 산골에서 봄은 소리로 온다. 입춘 열흘 전쯤부터 마을 앞개울, 맨 위쪽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늘고 연약하게 무언가 호소하듯 들리는 소리가 점점 개울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와 입춘 전날에는 옛 성황당 터 옆 연당지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정말 요란하다. 아직 살얼음이 어는 날씨지만 천지는 쉬지 않고 움직여 점차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처음 시골에 내려와서는 이 소리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무심코 개구리 소리려니 했는데 동네 총각이 맹꽁이 소리라는 것이다. 그런가? 아 나는 개구리와 맹꽁이도 구별 못한단 말이야. 속으로 자책을 했다. 그런데 듣고 있던 옆지기가 두꺼비 알 까는 소리라고 적극 주장하기 시작했다.
개구리일 리 없고 맹꽁이일 리도 없다고, 섬진강의 섬 자가 두꺼비 섬 자가 아니냐는 해설도 곁들였다. 아 섬진강변이라서 두꺼비 소리가 들리나? 귀 얇은 나는 자칫 두꺼비 소리로 알 뻔 했다. 이제 보니 개구리가 확실하다. 산골에서 봄은 소리로 먼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