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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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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초보다 대폭 후퇴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9일 전속고발권 폐지를 다시 집어넣은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부치는 방법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국회법 95조에 따르면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30명 이상의 찬성 의원과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돼있다. 국회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당내 움직임에 대해 잘 아는 민주당 A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오랜 기간 당의 공약이었고 국정 과제였던 '전속고발권 폐지'를 이대로 후퇴시켜선 안 된다는 격렬한 내부 논쟁이 있었다"라며 "어제 본회의 직전 수정안을 제출해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의까지 거론됐다"라고 했다.

A 의원은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리면 본안보다 먼저 표결에 들어가게 된다"라며 "수정안 발의를 강행하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 지도부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들로부터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후 추가적인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당 지도부 입장도 있고, 자칫 당내 분란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결국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관계를 끊어내기 위한 진보 진영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라며 "당 지도부가 의원들과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막판에 내용을 슬며시 빼버린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주당 B 의원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B 의원은 "본회의 직전에 있었던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당내 소신파 의원들이 당지도부를 향해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고도 했다. 9일 오후 3시 10분께 개의된 본회의에 앞서 두 시간여 이어진 의총에선 이학영(3선·경기 군포)·진성준(재선·서울 강서을)·위성곤(재선·제주 서귀포)·소병훈(재선·경기광주갑) 등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전속고발제 유지' 등 당지도부의 경제 개혁 법안 후퇴를 공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C 의원은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낙연 대표나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는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해 앞으로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식으로 토론을 정리하려 했다"면서 "당이 일사불란한 게 꼭 좋은 게 아니다. 어제 공정거래법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당내 기권표가 많이 나온 건 의원들이 이번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박영순, 정필모 공개적으로 반대표... 기권표도 22명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 감독법, 공정거래법' 등 안건 변경 상정에 대한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손을 들어 찬성하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다.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 감독법, 공정거래법" 등 안건 변경 상정에 대한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손을 들어 찬성하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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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속고발제 폐지'가 빠진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석 257명 중 찬성 142명, 반대 71명, 기권 44명으로 전날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민주당이 174석인 점을 감안하면 대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이다.

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86그룹 핵심 중진 우상호 의원(4선·서울 서대문갑)을 비롯해 박영순(초선·대전 대덕구)·정필모(비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노웅래·남인순·진성준·신동근·박용진·안호영·소병훈·어기구·김원이·김윤덕·이장섭·양이원영·한준호·허영·이탄희·이수진(비례)·이소영·김주영·위성곤·이재정·정성호·정춘숙· 의원 등 22명은 기권했다.

뿐만 아니라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전속고발제 유지'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 D는 "전속고발제 폐지 철회 등 공정경제 법안 후퇴 등과 관련해 아침 비공개 회의 때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병욱 정무위원회 간사 등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라고 했다.

전속고발제란 기업간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한 제도로,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민주당 역시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때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전면 폐지가 아닌 기업의 중대한 담합 행위(경성담합)에 한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8일 정부 원안을 뒤집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소관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전날인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시켰고,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됐다. C 의원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내용이 후퇴했다면 몰라도, 민주당이 홀로 밀어붙이면서 이런 법안이 나왔다는 건 이해불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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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 전속고발제 폐지, 모두 거짓말이었다 http://omn.kr/1qwzg

태그:#전속고발제, #이낙연, #김병욱, #김태년, #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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