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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 가격을 물어보니 "3500원이십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물건에 존댓말을 붙인 것인지, 아님 돈에 대해 존대를 한 것인지 도무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한편 전화 응대 하는 직원으로부터도 "5000원 되시겠습니다"라는 식의 '존칭' 대답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런 식의 말을 듣게 되면 존대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나 돈이 존대를 받는 식이어서 어색하고 심지어 불쾌감이 들기도 한다.

'높임말', '존칭'이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처럼 물건이나 돈에 대한 '존칭'과 '높임말'까지 출현하고 있는 오늘날의 잘못된 모습이다.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친 존대나 겸양은 예의가 아니다. 오히려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나친 겸양어는 특히 "저희 나라"라는 말에서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다. "저희 나라"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언어의 파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스스로 낮춰 부르는 너무 잘못된 표현이다. 스스로 비굴한 나라의 백성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더 이상 "저희 나라"와 같은 잘못된 겸양어를 더이상 듣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3500원 되시겠습니다", "5000원이십니다" 등의 잘못된 높임말도 사라지기 희망해본다.

#높임말#한글날#저희나라#5천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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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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