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불안'과 '분노'를 딛고 성장했다. 이재명 지사 데뷔무대는 2016년 말 느닷없이 찾아온 '촛불정국'이었다. 초기 다수 정치인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이 지사는 맨 먼저 치고 나갔다. 광장 민주주의를 활짝 연 것이다. 이 지사는 한 자릿수 초반이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10% 내외까지 끌어올렸다.
이 지사 두 번째 도약도 '불안'과 '분노' 속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올해 봄이었다. 대상은 일종의 성역인 '종교시설'이었다. 이 지사는 망설이지 않고 직진했다. 이 지사의 단호한 선방에 저항은 해체됐다. 이재명표 행정 민주주의의 성과인 셈이다. 이 지사 지지율은 10% 중반 내외까지 상승했다.
이 지사는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성남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통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이 지사를 '준비된 선동가'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기회 포착에 탁월하고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지녔다. 어떤 경우에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다. 이 지사는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 됐다.
지지율 급상승의 배경 : 불공정에 대한 분노
이재명 지사 정치적 힘은 '분노'에서 나온다. 이 지사도 언론 인터뷰 때마다 자신의 정치적 원천은 '불공정에 대한 분노'라고 언급해왔다. 마침 대한민국은 수년간 공정·정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흙수저 출신, 장애, 자수성가까지 이 지사의 삶은 자체로 소통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지사는 젊은층, 서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 지사는 대법원의 사실상 무죄판결 직후 실시된 리얼미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8.7%를 기록해 1위 이낙연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다(YTN 의뢰·17일 1000명 대상·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자세한 개요 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와 맞닿아 있는 젊은층, 진보성향, 정의당 지지층, 무당층 등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이전에 실시된 한길리서치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20.0%를 획득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입증했다(쿠키뉴스 의뢰·4∼7일 1004명 대상·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자세한 개요 한길리서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40대 이하, 정의당 지지층, 중도 등에서 상당히 약진했다. 50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6.5%, 11.6%에 그쳤다.
이재명 지사 경쟁력은 '역동성'에서 나온다. 그가 정치 원천으로 삼고 있는 불공정에 분노하는 40대 이하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여야 1위 이낙연 의원보다는 다소 왼쪽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무당층과 정의당 지지층, 진보성향 등 진보확장성도 갖추고 있다. 이 지사는 여권 주류와도 차별화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층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에겐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세대는 '감정공동체'다. 특히 젊은층에선 이런 경향이 강하게 표출된다. 2040은 어느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이 지사 쪽으로 기운다면 이낙연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지사 지지율이 더 높아진다고 해서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지사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요구받고 있다.
[질문 ①] '이재명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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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벗으며 밝은 표정 짓는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대법원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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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범진보 계열 대통령들은 민주주의를 한 단계씩 발전시켜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은 민주주의를 향한 도도한 여정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만연한 근대적 민주주의를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탄핵, 분당, 창당 등의 정치적 위기가 계속됐지만 원칙과 상식, 분권, 수평적 리더십과 같은 민주주의 가치에 주목했다. 일부는 서거 이후 실현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정신은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출마,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노 전 대통령 적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심화·발전에 기여했다. 공정·정의는 문재인 정부를 관통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 공정·정의는 도전받고 있다. 민생은 여전히 취약하다. 기득권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 평가는 2년 뒤에 다시 내려질 것이다.
첫 번째 의문은 '이재명 지사의 민주주의는 무엇인가?'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 기본소득, 단호한 행정 이외에 선뜻 생각나는 게 부족하다. 절차는 번잡스럽다. 지금까지는 효율성으로 충분했다. 성과가 있다면 시민들은, 도민들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길고 지루한 절차를 인내해야 한다. 여의도 정치경험이 많지 않은 이 지사에게 분노 이후 민주주의의 구상은 무엇인가. 나아가 이 지사는 민주주의자인가? 이런 의문에 직면할 수 있다.
[질문 ②] '본선 경쟁력'이 있는가... 50대 이상에서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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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가운데, 이 지사가 오후 4시 30분께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본관앞에서 입장발표를 했다. 이 지사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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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의문은 '본선 경쟁력'이다. 김 전 대통령은 기적적으로 승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역연합을 통해 공고한 지역구도, 주류를 차지했던 산업화 세대, 덧씌워진 이미지를 넘어 승리 기반을 마련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영남후보론으로 승부했다. 범진보가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수도권 진보+영남개혁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불리한 선거지형을 이겨냈다.
이 지사 본선 약점은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반영돼 있다. 50대 이상에서 취약하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47%를 넘었다. 2022년이 되면 49%에 근접할 수 있다. 이들은 투표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50대 이상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될 수 있다. 50대 이상도 진보성향 비중이 늘면서 과거와 달라졌다. 그러나 50대는 안정감을 선호하는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범진보 계열 대선후보들은 늘 불안한 이미지에 시달려 왔다. 이 지사의 과감한 추진력, 기본소득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불안한 이미지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 지사는 역동성으로 젊은층과 소통한다. 이는 고령층에서 거꾸로 작동할 수 있다.
통합당 변화, 중도·보수 재편 가능성도 변수다. 범보수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한다면 대선은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올해 총선에서 의석수로 보면 민주당은 압승했다. 그러나 보수진영도 득표율에선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통합당은 더디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범여권 지지층은 이 지사에게 본선 경쟁력 입증을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