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간 김에 작은누나네 집에 갔다. 그날은 누나가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만나서 밥이나 먹으며 얘기를 나누려고 들렀다. 누나는 무척 반가워하며 시원한 음료수를 내놓았다.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전문식당에 갔다.
오후 2시 반 정도 됐을까. 점심 시간이 다소 지난 늦은 오후에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은 식사하는 장소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큰사진보기
|
▲ 점심 시간이 다소 지난 늦은 오후에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 나는 화장실에 가려다 깜짝 놀라고 만다. |
ⓒ Pixabay | 관련사진보기 |
화장실 입구 바로 옆에서 여자 두 명이 몸을 옆으로 하고 잠을 자고 있는 거였다. 금방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몹시 좁은 공간이었고, 그 앞으로 높이가 아주 낮은 칸막이가 놓여 있었다. 그들의 몸만 간신히 가릴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식당은 점심 시간이 제일 바쁘다. 고된 일을 끝낸 뒤 직원들이 휴게 시간을 갖는 듯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떻게 화장실에 들어가 일을 보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나올 때 눈길을 얼른 다른 쪽으로 돌렸지만, 잠깐이나마 그 모습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처음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식당을 드나들었지만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식당 문을 열고 나오면서도 화장실 옆에서 잠자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다른 곳도 아닌 화장실 옆 그 좁은 곳에서 불편한 자세로 누워 눈을 붙였을까.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더라면 그곳에서 그런 자세로 잠을 자지 않았을 것이다.
큰사진보기
|
▲ 열악한 휴게공간이 너무 많다. 사진은 남자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한 3명의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실. |
ⓒ 뉴스M | 관련사진보기 |
그곳은 화장실이다. 직원이나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화장실이다. 바로 그 옆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남들의 눈길이 수없이 오가는 그곳에서 그들은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자고 있었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광경을 보고 마음 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의 다 안타까워하며 눈길을 얼른 돌렸을 것이다.
그 식당의 사장을 생각해봤다. 넉넉한 공간이 아니고 비록 위치가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직원들을 쉴 수 있게 해줬으니 고맙게 여겨야 할까. 아니면 직원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할 수 있느냐고 비난을 해야 할까.
이 상황을 들은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했다. 그럴 때 올바른 길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하면 저절로 답이 나오는 법이라고. 그 식당의 사장은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됐을 때 화장실 옆에서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 나 자신을 그 자리에 놓고 생각해봤다. 도저히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가. 뚜렷하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화장실 옆 좁은 공간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이 훤히 다 보이는 그런 곳에서 사람이 누워서 잠자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직원 두 명은 그곳에서 잠이나 제대로 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