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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그라퍼 김정기 작가
캘리그라퍼 김정기 작가 ⓒ 이건
 
"캘리와 소방의 만남은 행복입니다." 

소방관을 위한 토크쇼, 전시회, 소방서 벽화그리기 행사, 그리고 세계소방관경기대회 등 요즘 대한민국 소방의 의미 있는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그를 만날 수 있다. 때론 섬세하게 또 때로는 힘차게 감아도는 그의 붓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 벽에 걸리면 그곳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글씨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소방관을 응원하는 김정기 작가만의 재능기부 덕분에 자신의 소명을 다시 돌아보며 힘을 얻었다는 소방관들도 제법 많다.  

1985년 한 주류업체에 입사해서 '매취순(純)'이라는 글자를 직접 도안한 김정기 작가는 주류업체에서 시각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일찌감치 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도 도맡아 했지만, 오랜 시간 술과 담배에 파묻혀 살았다고 고백할 만큼 녹녹치 않았던 그의 삶의 한 단 면도 들려주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시간들을 정리한 뒤 지금은 디자인전문회사인 (주)디자인커넥트 대표로, 시각디자이너로, 그리고 캘리그라피 작가로써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노력때문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올 초부터 일본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바쁘게 한 해를 시작하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어렵게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해 주신다면? 
"부족한 사람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고, 그저 글씨가 좋아서 사람들과 더불어 글 쓰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 원래 전공은 무엇인가? 
"원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계기가 있어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 맨 처음 '캘리그라피(Calligraphy)' 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어느 때인가 '캘리그라피'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서 보니 이미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한 부분이었다. 전문 분야가 디자인이라 일 속에서 자연스럽게 손글씨와 함께 하고 있었다. 또 어렸을 때부터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회사의 로고나 로고체, 브랜드 로고 등 다양한 상업용 이미지들을 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캘리그라피를 접하게 됐다." 

- 작가님께 캘리를 배우는 제자들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대략 몇 명이나 되는가? 
"오랜 시간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숫자를 한 번도 세어보지 못했다.(웃음) 인원보다는 즐거운 시간을 같이 했던 행복한 시간들에 감사한다." 

- 캘리그라피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남여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복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일단 캘리그라피에 매료되면 더 큰 행복이 시작된다고 본다. 캘리그라피를 통해서 어떤 분은 우울증이 회복되기도 했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는 사람들을 보면 기쁘다. 여러분께도 힐링의 도구로 캘리그라피를 꼭 추천드리고 싶다."  

- 캘리그라피 작가로써 목표가 있다면? 
"목표라면 조금 거창하고… (미소) 힘이 다할 때까지 '힐링 캘리그라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같이 행복해지는 일이 목표라면 목표다."

- 본격적으로 소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맨 처음 소방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언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웃음) 사실 그런 것은 아니고 몇 년 전 한 모임에서 소방을 위해 열심히 봉사 중인 분을 만나 소방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다. 그게 인연이 되서 자연스럽게 소방과 연결이 되었다. 가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결코 없지 않은가."

- 그 동안 어떤 소방관련 행사에 참여했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에서 큰 붓으로 했던 퍼포먼스, 그리고 지난해 소방 창작뮤지컬 '소방관에게 묻다' 공연 퍼포먼스 등이 있다. 특히 '소방관에게 묻다'에서의 퍼포먼스는 대단히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외에 소방서 벽화 그리기 행사 등에 참여했다."
 
 2019년 <소방관에게 묻다> 공연에서 김정기 작가가 큰 붓으로 적은 'FILO'. FILO는 'First in, Last out.'의 약자로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라는 소방정신을 의미한다.
2019년 <소방관에게 묻다> 공연에서 김정기 작가가 큰 붓으로 적은 'FILO'. FILO는 'First in, Last out.'의 약자로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라는 소방정신을 의미한다. ⓒ 이건
 
 지난 해 9월 김정기 작가가 서울 금천소방서 건립을 기념하는 벽화그리기 행사에 참여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해 9월 김정기 작가가 서울 금천소방서 건립을 기념하는 벽화그리기 행사에 참여해 글을 쓰고 있다. ⓒ 이건

- 소방관들을 자주 만나시겠다. 본인에게 소방관은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소방관이란 동반자다. 너무 거창한가? (웃음)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에게 비록 작지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걷는 동반자로 기억되면 좋겠다."

- 2018년에는 전 세계 소방관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어떤 역할을 했나?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추진위원단의 로고체를 작업했고 현판식에서는 큰 붓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명예홍보대사를 맡겨 주셨는데 열심히 홍보를 하지 못해 미안했다. 다음 번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해 보겠다." 

- 그동안 많은 소방관들에게 글씨를 써 줬다. 글을 써 주면서 특별히 당부하는 말씀이 있다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분들이니 당연히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말해준다.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 어쩌면 그들만의 특별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소방관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가장 뜻 깊었던 행사가 있다면? 
"앞에서 잠시 이야기 했었는데, 2018년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 행사 기간 동안 소방관들에게 좋은 문구를 써 주었는데 모두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보람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싶다. 또한 지난 해 소방관을 위한 뮤지컬 토크쇼에 함께 참여하면서 소방관들, 그리고 배우들과 교감하며 배우는 감사한 경험도 뜻 깊었다."

- 미국사람들에게 영문으로 캘리그라피를 써 주는 등 글씨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따뜻한 문화적 이미지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 외국인 행사 등 기회가 닿는 대로 더 많은 외국인들과 소통하며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
 
 지난 해 10월 김정기 작가가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를 방문한 미국인들에게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선물하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김정기 작가가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를 방문한 미국인들에게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선물하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건

- 올해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일의 연장선에서 좀 더 반경을 넓혀가려고 한다. 소방은 물론이고 정신병원, 암병동, 복지시설 등 힐링이 필요한 곳이라면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많이 가고 싶다. 특별히 올해는 해외에도 더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려고 한다. 열심히 봉사해야 하니 돈도 많이 벌고 싶다.(웃음)"

- 끝으로 우리나라의 소방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방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건강과 행복이다. 그래야 국민도 행복하니까. 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내 열정을 쏟아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 어려운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응원하겠다. 

"나는 소방관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소방관은 우리의 수호천사다. 독자분들께서도 소방관을 많이 응원해 주시기 당부드린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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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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