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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 시기에 예당저수지(충남 예산군)가 제한급수에 들어가면서 농심(農心)이 부글거리고 있다. 

예전에는 길어야 이틀 정도 단수했지만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더해진 논에 일주일에 3일씩 물을 끊자 농민들은 어린 모가 말라 죽는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는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일 늦게 농업용수가 도달하는 하발지 등에선 "출렁다리 때문에 예당저수지를 관광 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모내기한 뒤 5월 하순~6월 초순은 분얼을 해 모 전체가 잠기게 충분히 물을 대줘야 한다.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행정은 물론 급수통제주기를 바꾸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공사 예산지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지난 4월 28일 통수를 개시해 예당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름여만인 5월 중순부터는 강우예보가 없는 6월에 물이 부족한 상황을 대비한다며 '3일 단수-4일 급수'로 통제하고 있다.
 
 예당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농업용수를 가장 늦게 맞이하는 고덕지역. 주변을 둘러보면 물이 마른 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예당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농업용수를 가장 늦게 맞이하는 고덕지역. 주변을 둘러보면 물이 마른 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무한정보> 김동근

그렇다 보니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고덕지역 등은 "예당저수지 물을 기다리다 모가 타죽게 생겼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석곡리의 한 농민은 "그전에는 1~2일 걸러 물을 품었는데 올해는 사흘이 지나야 물을 보낸다"며 "모가 새끼를 쳐 한창 물이 필요할 때다. 더욱이 날이 뜨거워 하루 만에도 논이 바싹바싹 마른다. 이런 식으로 물을 보내면 우리는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당저수지에 물이 없으면 출렁다리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어 농사는 도외시한 채 단수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다"고 덧붙였다. 

오죽하면 이웃한 봉산에 사는 농민도 "우리는 삽교호에서 충분히 물을 받아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고덕은 모를 심어놓은 논이 마른 곳이 수두룩하다"라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 지역 기관단체장들은 "예년과 달리 요즘 예당저수지 물이 개갈 안 나게 내려와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농민들이 출렁다리 때문이냐고 농어촌공사에 항의하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수율과 강수량이 비슷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농민들의 의심을 살만한 것으로 보인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5월 1일 95.4%로 시작한 예당저수지 저수율은 31일 37.3%를 기록했다. 단수도 길어야 이틀이었다. 하지만 2019년은 100.0%→51.0%며 공교롭게 단수 시기도 주말과 겹쳤다. 또 4년 전에 비가 17.2㎜가량 더 내렸고, 2019년은 3일 먼저 급수했는데도 31일 최종 저수율은 13.7%P나 크게 차이난다. 631만1617.3t, 2%씩 따지면 6~7일은 더 급수할 수 있는 수량이다. 

올해는 6월 강우예보가 없어 68.2㎜가 온 2015년에 비해 더 아껴야 하는 경우라 단순비교는 어렵다지만, 기상청은 충남지역 1개월(6월 10일~7월 7일) 강수량 전망을 평년(45.6~220.4㎜)보다 적거나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어촌공사 예산지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관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출렁다리를 위해 제한급수를 한다는 것은 큰일 날 소리"라고 부인한 뒤 "동네예보를 보면 이달 우리 지역에 비 소식이 없어 중간물떼기하는 6월 말까지 저수율을 20%대로 끌고 가야 한다. 풍족하게 물을 주면 좋겠지만 절약해야 농사짓는 데 문제가 없다. 농업용수를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직원들이 밤을 새워 새벽까지 양수하며 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농업용수#예당저수지 제한급수#예당호 출렁다리#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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