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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한테 제시한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한테 제시한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 ⓒ 전국민주연합노조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가 요금수납원을 대상으로 자회사 전환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다. 요금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자회사 방안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고속도로 나들목(톨게이트)은 300여 곳으로, 요금수납원들은 대부분 위탁업체 소속이다. 전국 요금수납원은 6700여 명이고, 도로공사 퇴직자가 운영하는 용역업체 소속이 많다. 요금수납원들은 자회사 방식이 아닌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지난 27일 안내문을 통해 "노사 협의를 통해 요금수납원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회는 한번 뿐'이라는 사실상의 협박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외주업체 요금수납원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10월 4일까지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를 받고 있다. 다만 2017년 7월 20일 기준으로 사무장이거나, 올해 9월 5일 이후에 입사한 신규 채용자는 제외됐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 동의나 거부 선택은 1회만 가능하다"며 "서류 미작성시에는 앞으로 고용안정 방안 마련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이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노사 합의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만 동의했을 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또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할 경우 '근로계약 신청서', 거부할 경우 '정규직 전환 방안 거부 확인서'를 받고 있다.

'근로계약 신청서'에는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승소하더라도 자회사 근로 조건에 동의하며 자회사 전환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근로개시일은 2019년 7월 1일부터다.

'정규직 전환 방안 거부 확인서'에는 "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함에 따라 법원 판결 전까지 기간제근로자로, 수납업무가 아닌 공사 조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도로정비, 조경, 청소, 경비 조리원 등)가 부여된다"거나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통행료 수납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의 직원이 될 수 없다",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간제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 또는 자회사의 직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밝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란 요금수납원들이 2012년 서울동부지원과 성남지원에 냈던 소송을 말한다. 요금수납원들이 외주업체가 아닌 도로공사 소속이라고 주장하며 냈던 소송이다.

이 소송에는 요금수납원 760여 명이 참여했고, 2개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병합 처리 되었다. 이 소송은 1심에 이어 2017년 2월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했다. 법원은 요금수납원이 도로공사 소속이라고 판결했던 것이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자회사 전환 찬성 유도하려는 악질적 꼼수"
 
 요금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회사 방안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요금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회사 방안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 전국민주연합노조
 
현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 작성 강요 중단"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경남지역 군북·칠원·칠서 나들목 요금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일반노조도 이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요금수납원 2명은 강원랜드 비정규직 2명과 함께 지난 19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주연합노조는 28일 민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무책임한 처사로 인해 결국 6700여 명 수납원들의 운명이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며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도 한 바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책임있게 지금이라도 빠른 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도로공사가 주장하는 노사합의문에 대해, 이들은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에서 결정된 합의 내용이 아니며 일부 자회사에 찬성하는 노동자 대표와 도로공사 사측이 합의한 것으로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수많은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에 반하는 임의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근로계약 신청서'에 대해, 이들은 "이미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승소하더라도 자회사 근로조건에 동의하며 자회사 전환의 효력은 유지됩니다'라고 적시되어 있어 법원의 판결이 나더라도 판결을 무시하고 결론은 자회사 전환만이 답이라는 도로공사의 속내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확인서'에 대해, 이들은 "법원은 이미 수납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지위를 확인해 주었다"며 "도로공사는 소송결과와 상관없이 수납업무보다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여 자회사 전환에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아주 악질적인 꼼수이고, 비정규직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다"고 했다.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고,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한 '자회사 전환에 따른 개별동의서' 작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파행으로 끝난 노사전문가협의기구를 재구성해 원점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요금수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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