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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다닐 때가 생각난다. 그때의 '학주'. 숨도 못 쉴만큼 무서운 존재였다. 학주가 저 멀리서 보이면 괜히 뭘 잘못했나 싶어서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안 그래도 긴 치마를 더 내렸다. 

두발 규정 귀밑 18cm 
앞머리는 눌렀을 때 눈을 찌르지 않아야 함
치마는 무릎을 덮어야 함 
화장 금지
파마 금지
염색 금지
패딩 색 규정 (빨간색 특히 금지)


교문 앞에서 치마 길이가 표시된 막대를 갖고 앞에 선생님과 선도부가 서 있었고 
하교 할때는 교외 지도도 있었다. 체육복 하교는 당연히 금지였으며 학교 밖에서도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왜 지켜야 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정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의를 직접 제기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들 또한 그랬고, 벌점을 받지 말자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벌점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벌점의 양은 학생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벌점의 양으로 학생이 받는 대우가 달라졌고 선생님 한 명이 학생 하나에게 말씀하시는 억양조차 달랐다. 벌점을 받을 때마다 '생활 태도가 불량하다' '불성실하다' '이러는 애들이 공부도 못한다.' 등의 말을 듣게 된다.

벌점이라는 숫자가 학생을 평가하는 데 잣대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시험 성적만으로 학생 자체를 평가하는 것과도 같고 연봉으로 사람의 수준을 평가하는 '어른들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발과 복장 규정을 보자. 두발과 학업에 과연 연관성이 있는가? 귀 밑 18cm를 넘어가면 학업에 악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대체 어디서 온 정보인가. 패딩 색을 규정하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인가. 학교 입학 전 검은색과 흰색 외의 색의 패딩을 산 학생들은 또 다시 검은색 패딩을 사야 했다. 그러나 '그냥 규정이니까'라는 생각에 학생들은 대부분 그 틀에 자신을 부지런히 짜 맞추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속옷 규정. 여름이 되면 하복을 입게 되는데, 하복은 흰색이었다. 그 때문에 흰색이 아닌 속옷은 금지였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속옷까지 규제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속옷까지 규제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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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그 규정이 문제가 되어 이의가 제기되었다. 현재 재학생들이 강력하게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학교 측에서도 규정을 없애는 등 여러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제서야 문제가 되었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충분히 말이 안되는,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충분한 규정들이었다. 의식 수준이 높아진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보이지 않는 위세에 복종하는 법을 빨리 깨우쳤던 것일까.  

태그:#고등학교, #생활규정 ,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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