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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을 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을 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 정대희

1.32GB의 영상 속에는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의 실상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동영상은 수십 개로 나뉘어 있었다. 주먹구구로 하는 석면 철거 작업을 찍은 영상도 있고,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을 찍은 영상도 있었다.

영상을 넘겨준 제보자 A씨는 "(학교) 석면 공사를 하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껴 찍어둔 영상"이라며 "부실한 공사 뒤에는 허술한 관리·감독이 있다, 이게 다 정부와 업체가 한 패여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인천 서구의 한 카페에서 제보자 A(46)씨를 만났다.

"석면 가루 날리는데도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일해"

- 학교 석면 해체 작업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난 일용직 근로자다. 구인광고를 보고 업체에 연락했다. 직영은 아니고 개인 사업자였다. 원청은 T건설이고 하청은 S산업이었다. S산업으로부터 또 하청을 맡은 개인 업자가 (네이버) 밴드에 일꾼을 모집했다. 그동안에는 철거 작업을 주로 했기에 학교 석면 공사가 어떤 일인지 잘 몰랐다. 석면 건강 검진을 마치고 대전의 모 초등학교에서 일하게 됐다."

- 어떤 일을 했나?
"석면 철거 작업의 처음과 마무리 작업까지 모든 일을 했다."

- 작업 환경은 어땠나?
"폭염으로 현장은 지옥이었다. 실내 온도가 40도가 넘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10분만 있으면 숨이 안 쉬어지고 두통이 밀려 왔다. 머리가 정말 아팠다. 산소도 부족했다. 음압기(석면 분진 외부 유출 방지 장치)를 설치하다 보니 나가는 공기는 있어도 들어오는 공기는 적었다. 이러다 보니 (방진) 마스크도, 보호장비(방진복, 신발 덮개, 장갑, 헬멧 등)도 모두 벗게 된다. 석면 가루가 날리는데도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일했다."


- 매뉴얼대로 작업을 안 했다는 말인가
"안 한 게 아니고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와서 해 보면 알겠지만 10분도 못 버틸 거다. (작업) 반장이나 감리인은 현장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말만 FM(매뉴얼)으로 하라고 한다. 나중엔 (작업) 반장이 먼저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일했다. 한 번은 팀장이 보호장비를 다 착용하고 일하고 있는데 '형 반바지, 반팔 입고 와도 돼'라고 했다. 작업이 더뎌지면 (작업) 반장이나 감리가 재촉한다. (보호) 장비를 입으면 예정대로 일할 수 없다."

- 건강에 이상은 없었나?
"목이 아팠다. 목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처럼 목이 부었다. 일을 그만두고도 이런 증상이 계속됐다."

- 석면 제거 작업할 때 건물 내부에 보양 작업(석면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교실 내부 벽면에 비닐을 덧씌우는 일)을 하는 거로 알고 있다.
"처음엔 하는데 이후엔 관리가 안 된다.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찢기도 한다. 이런 걸 검사하러 공무원들이 오지만 걸린 적이 없다. 한 번은 반장이 나한테 내일 보양 작업 확인차 공무원들이 온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1층만 보양 작업 확실하게 하면 된다며 나한테 신신당부를 했다. 그때 2~3층 보양 작업한 건 다 떨어지고 찢어지고 그랬다. 반장 말대로 1층만 제대로 보양 작업했다. 다음 날 공무원이 왔는데 정말 2~3층은 안 보고 그냥 가더라."

"제출용 사진만 잘 찍으면 그만"

-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말인가?
"내가 연출 모델이었다. 제출용(석면 공사 매뉴얼에 따른 작업) 사진에 내가 자주 나온다. 그 순간만 촬영해 보고하면 된다. (석면 공사가 끝난 후) 공기질 검사 때는 1개 교실에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측정을 했다. 거기만 아주 깨끗하게 청소했다. 나머지 교실은 공기질 검사는 안 하고 대충 청소만 했다. 노동부 직원도 현장에 와서는 잘된 부분만 사진 찍고 나갔다. 1분도 안 걸렸다. 부실한 공사는 허술한 관리·감독이 있기에 가능한 거다. 이게 다 정부와 업체가 한패여서 그런 거다."


- 석면 해체 작업이 무용지물이라는 건가? 
"보양 작업은 처음에만 보여주기식으로 한다. 찢어지면 보수 안 한다. 편하게 일하려고 일부러 찢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도 보양 작업 했다가 바로 찢어서 이용했다. 보호 장비는 대개 입지 않는다. 석면 철거할 때 물을 뿌려야 하는데 그런 거 해본 적이 없다. 물만 떠온 적은 있었다.

(석면 해체) 작업을 마무리할 때도 똑같다. 비닐을 막 잡아서 뜯어낸다. 매뉴얼대로 안 한다. 이때는 대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서 일한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공기질 검사를 하면 기준에 걸릴 거다. 아까 말한 대로 이미 청소가 잘된 교실에서 측정을 다 했기 때문에 다른 교실은 안 한다.

엠버(석면이 포함된 천장 마감재 텍스를 지지하는 구조물)도 규정대로라면 보양해서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걸 고물차가 와서 실어간다. 영상에 보면 나오는데 지게차가 와서 엠버를 실어갔다. 감리인이 출근하기 전에 업자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시켜서 지게차에 실었다. (개인) 사업자가 팔면 kg당 돈 좀 된다고 했다. 이걸 다 치우고 나서 석면 가루가 땅에 떨어졌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빗자루로 쓱쓱 몇 번 쓸고 말았다. 학교 내부도 영상 보면 알겠지만 창문틀 같은 데 손가락으로 문대면 석면 가루가 나온다."

-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가?
"내가 일하던 곳에선 10명가량 있었다. 임금이 싸니까 그때그때 인력사무소에서 데려온다. 하지만 이들에게 보호장비는 지급하지 않는다. 한 번은 내가 마스크를 현장에 놓고 갔는데 이게 사라졌다. 마스크는 남이 쓴 거 안 쓰니까 놓고 간 건데 없어진 거다. 알고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져 갔더라. 보호장비를 안 주니까 그런 거였다. 석면 펄펄 날리니까 이게 건강에 안 좋은 거 그들도 안다. 그런데 (보호) 장비는 안 주니까 아침에 일찍 나와서 남들이 놔두고 간 거를 몰래 가져가는 거다. 하지만 제출용(석면 공사 매뉴얼에 따른 작업) 사진에는 안 찍힌다."

- 제보하게 된 동기는?
"석면 공사를 하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석면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한 번 비산(날아서 흩어짐) 되면 공기 중에 그냥 그대로 있는 거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흩날린다. 그 학교엔 병설 유치원도 있었는데 부실하게 공사하고 허술하게 관리·감독하더라. '이건 아닌데'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영상도 찍어두게 된 거다.

나도 애가 있다. (작업) 반장이 작업을 끝내면서 그러더라. 여기 끝나면 '촌 학교 털러 간다'고. 큰 도시에 있는 학교도 이렇게 마구잡이로 공사하는데 시골에 있는 학교는 어떻겠나. 모르긴 몰라도 여기보다 심할 거다. 관리감독도 안 할 거다.

바꿔보고 싶었다. 원청에서 하청 그리고 4청까지 이어지는 악마의 구조를. 세월호에 가습기(살균제)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가 희생됐나. 이제는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관계당국 "법 개정해 관리·감독 강화하겠다"

한편, 석면 해체 작업 계획을 세우고 발주하는 교육부는 "지난해 여름에 (석면 해체 작업)공사를 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올해는 시군교육청에 겨울에 하거나 소규모 공사만 진행하도록 권고했다"며 "하지만 학교별로 일정을 잡다 보니 어쩔수 없이 폭염 속에서 공사를 한 거로 알고 있다.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며 앞으로는 더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하도록 권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기준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전국에 석면과 관련한 감독관이 300여 명이 있다. 현장 확인을 통해 문제가 된 곳은 처벌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시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연출된 사진이라면 이걸 확인할 길이 없다. 법 개정을 통해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부실한 석면 해체 작업과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해 환경부는 "감리인 등록·평가제를 도입해 부실한 감리인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법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으나 일부 부실하게 공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들이 기준을 준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석면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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