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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박삼구 금호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갑질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내식 대란' 사태 나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 회장은 "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승객, 국민, 임직원, 그리고 최근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사장과 유족에게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재계약 과정에서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해다"라고 반박했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손가락질 받게 돼 부끄러워"
고개숙인 박삼구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갑질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회장은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및 그룹 임원들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해외 일정으로 오늘 한국에 돌아와 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박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협력회사 고 윤○○ 대표께서 불행한 일을 당하게 돼 무척이나 죄송스롭고 유족들에게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라며 "지난 2일 오전에 사고 소식을 접했지만, 말씀드린대로 해외 공식 행사가 있어 어제 귀국을 했다, 이 점에 대해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7월 1일부터 많은 항공기에 음식을 싣지 못해 불편을 느낀 승객들에게, 또 지연 출발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은 손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미리 준비하지 못해 많은 직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지탄받지 않고 싶었는데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토인) '아름다운 기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지탄을 받지 않는 기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라며 "지탄이란 손가락질을 받는 걸 말하는데, 저희의 부덕의 소치로 지탄을 받게 돼 정말 부끄럽다, 빠른 시일 내에 고객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삼구 금호 회장 '기내식 대란' 사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갑질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왼쪽은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남소연
하지만 박 회장은 '자신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려다 이번 일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엘에스지(LSG)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LSG가 이를 거절하자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교체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생산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며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기내식 공급 계획을 3개월 미루며, 아시아나항공은 그 공백을 샤프도앤코를 통해 메우려고 했다. 샤프도앤코는 게이트고메코리아의 협력사인 소규모 업체다. 아시아나항공는 하루에 3000개 분량을 생산하던 샤프도앤코에 하루 2만~3만개 분량의 생산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기내식 공급이 늦을 경우 납품 단가를 깎겠다는 '갑질'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샤프도앤코의 윤아무개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가 피해를 보면서까지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계약했다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라며 "하지만 엘에스지(LSG) 계약 조건과 게이트고메코리아의 계약조건을 비교해보면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계약이 훨씬 아시아나에 유리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년 전 우리가 엘에스지와 계약할 땐 IMF라는 어려운 여건이어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불이익을 입고 계약했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그때와 같은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파트너를 구하려고 했고 게이트고메코리아와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케이터링 사업과 관계없이 우리 그룹과 (중국) 하이난그룹의 먼 장래를 보고, 한국과 중국에서의 사업 계획을 보고 계약을 한 것도 있다"라며 "이 점만은 오해 말아달라"라고 주장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하이난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아시아나항공이 6대4 비율로 합작 설립한 회사다.

직원들 저항에 "회사 책임, 적극 대처할 것"
'갑질 논란' 질문받은 박삼구 금호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갑질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박 회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잘 준비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준비하지 못한 책임은 회장인 나와 사장이 져야 한다"라면서도, 구체적 책임 내용을 묻는 질문엔 "지금은 수습이 먼저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직원들이 3일 카카오톡 익명채팅방을 개설해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고, 6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예고한 것을 두고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그건 회사 책임이다"라며 "그런 면에서 익명채팅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나온 문제점에 대해 회사가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고 소통할 건 소통해야 한다, 적극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여건이 됐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책임은 당장 질 것도 있고 두고두고 질 것도 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책임이 문제가 아니라 사태 수습이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일선 현장에서 과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대응이 없다'는 지적에는 "죄송하다"고 말했을 뿐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라며 "직원들이 고객들로부터 질책도 받고, 고통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회장으로서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딸 세진씨가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한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은 "옛날에는 여성들이 사회 참여를 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라며 "나이도 들었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영을) 가르치려고 입사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조트가 그룹 전체로 보면 비중도, 중요도도 적다, 거기서 훈련하고, 경영공부도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생각이다"라며 "물론 지탄받는 일을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리조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볼 예정이다, 그 점은 여러분이 예쁘게 봐줬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태그:#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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