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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람스트라(praamstra) 서점은 평소에도 문화행사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각 분야의 음악가들이 공연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곳이다. 서점 2층에 문화이벤트를 할 만한 공간이 있다. 재즈 공연과 기타 연주와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까지 늘 풍성한 공연이 있다. 물론 작가와의 대화 이런 이벤트는 기본이다." (36쪽)

신경미의 〈시간을 파는 서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쁘람스트라' 서점은 현재 네덜란드의 서점들 중에서 문화 행사가 가장 활발한 곳이라고 하죠. 그 멋진 서점을 네 딸과 함께 돌아보았는데, 어린이들이 놀만한 공간도 충분히 마련해 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색칠할 수 있는 도안이 그려진 종이, 색연필, 그림책, 헝겊책, 간단한 목마 등 말이죠.

"종종 부칸들 도미니카넌에서 저자와의 대화, 강연회, 음악회,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어 지역사회의 문화센터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에 재정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2014년 2월에 문을 닫았다가 회생을 위한 협상을 거친 후 셀렉시즈 도미니칸에서 부칸들 도미니카넌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 다시 그 모습을 회복했다." (125쪽)

지구상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세시대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일대기를 그린 프레스코화가 천정에 그려져 있는 네덜란드의 '부칸들 도미니카넌(Boekhandel Dominicanen)' 서점을 일컫는 것입니다. 본래 이곳은 13세기의 도미니카 교회였고, 18세기에는 프랑스군의 군대 주둔기지였고, 19세기에는 무기창고로 쓰였다가, 2005년 이후에서야 네덜란드 정부가 나서서 교회의 원형복원과 함께 성당의 고유한 멋을 살린 서점으로 재탄생케 됐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이렇게 멋진 낭만과 역사와 문화가 있는 서점들을 둘러본다면 그 자체만으로 유쾌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신경미씨는 본래부터 그걸 의도하거나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유학을 따라 딸 셋을 데리고 네덜란드로 날아갔다가 그곳에서 딸 하나를 더 낳아 기르는 그야말로 육아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전업주부'였기 때문이죠.

신경미의 '시간을 파는 서점'을 읽고서
▲ 책겉표지 신경미의 '시간을 파는 서점'을 읽고서
ⓒ 카모마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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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육아의 삶이 너무 고됐고, 주부 우울증까지 이어질 판이었습니다. 뭔가 숨통이 트일만한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삶이 갑갑하면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야 새로운 활력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죠. 그때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찾고자 몸부림 친 게 '네딸랜드'라는 필명으로 유럽의 도서관과 서점과 책 문화를 블로그(http://post.naver.com/skyshalom2)에 올리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책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원래 '행상'이라는 말은 '해독'이라는 의미를 갖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책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란 해독제 장사였던 듯하다. 이 같은 서적 행상인이 종교 개혁파 사상을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해독제, 책이 해독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뇌리에 깊이 박힌다." (244쪽)

이른바 '책의 도시'로 불렸다던 프랑스의 리옹을 순례하면서 터득한 말입니다. 서적 행상인이 종교 개혁의 사상을 전하는 해독제 역할을 했다는 것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리옹은 본래 유럽 인쇄 출판의 가장 중심지였다고 하죠. 그 옛날 에라스무스, 라블레, 스칼리게르, 모어, 폴리치아노 등 많은 지식인의 작품을 출판한 곳도 바로 리옹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이후 리옹은 프랑스 출판업을 제네바에 빼앗기게 되었고, 그 이후 리옹은 '유통의 장'으로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유통의 장이 그 당대의 종교 사상을 전하고 바로잡는 해독제 역할을 충분히 해 왔다는 것이죠. 나름대로 사상적인 진원지와 같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중세 개혁자로 널리 알려진 피에르 왈도(Pierre Vaudès)가 그곳 출신이었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작가나 전문가와 함께 죽은 시를 다시 낭독하고 재해석하는 '시의 밤'을 매달 열고 있는 네덜란드의 '헷 안티크아리아트(Het Antiquariaat)' 서점을 비롯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요리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요리도 하고 시연도 하는 행사를 여는 암스테르담의 '스헬트마 서점', 하이네 서거 150주년을 맞이해 2006년에 독일의 뒤셀도르프 시청의 적극적인 사업으로 재탄생한 하인리히 하이네의 생가서점 등 이색적인 서점들이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네 딸을 데리고 네덜란드의 여러 서점들을 비롯해, 벨기에와 프랑스의 매력적인 서점들, 그리고 독일을 비롯하여 영국과 포르투칼의 서유럽 서점들을 여행하듯 둘러 본 이 책은 '네딸랜드 유럽서점 순례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유럽의 서점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문화 행사를 펼치는지, 이 책과 함께 차근차근 둘러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책 속 곳곳에 여러 사진들도 담아내고 있으니, 읽어볼 가치가 충분할 것입니다.


시간을 파는 서점 - 독서생활자의 특별한 유럽 서점 순례

신경미 지음, 카모마일북스(2018)


태그:#피에르 왈도, #헷 안티크아리아트, #부칸들 도미니카넌, #쁘람스트라서점, #하이네 생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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