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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모난 돌은 정을 맞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는 '모난 돌'이었다.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전교조와 보수정권은 태생부터가 맞지 않았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교조와 정부의 관계는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상실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루한 소송 끝에 전교조는 지난 2016년 1월 법적 지위를 상실했다. 전교조 법외 노조 투쟁과정에서 무려 34명의 교사가 해직 됐다. 해직 교사들은 전교조에서 상근했던 전임자들이다.

충남에서도 두 명의 해직교사가 발생했다. 김종선 전교조 충남지부장과 김종현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처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종현 사무처장은 지난달 19일부터 매일 아침 충남교육청 정문에서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현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1일과 올 6월 27일 두 번에 걸쳐 삭발을 했다. 김 사무처장은 "머리를 깎고 1인 시위를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며 멋쩍어 했다. 3일 오전 충남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김종현 사무처장을 만났다.

김종현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처장이 3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현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처장이 3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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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고, 전임자들이 해직되었다.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이명박 정권 시절 전교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이 내려왔다. 이명박 정권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전교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는 '해직교사를 포함하고 있는 전교조는 노조가 아니다'라며 법외노조를 통보를 했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6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고 보고 소송을 제기 했다(당시 전교조에는 해직교사 9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1심 본안 소송에서 전교조가 패소했다. 3심 판결 때까지는 '법내 노조'를 유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과 2심 가처분에서는 인용판결을 받았다. 이때까지도 전교조는 '법내 노조'의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월 21일, 2심 본안 소송에서는 전교조가 패소했다. 그 이후 대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을 당했다. 그 때부터 전교조는 법외 노조를 유지하고 있다. 법적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건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기 때문에 사법적인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전교조 문제가 보수 세력에게 어떤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교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과 높은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일각에서는 전교조를 '좌파 교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전교조는 교육개혁 세력이다. 전교조의 교육개혁의 방향은 민주시민, 교육복지 추구 등이다. 이런 전교조의 생각이나 이념들이 보수 세력이 가지고 있는 경쟁교육이나 선별적 교육, 수월성 교육 등과는 구분 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보수 세력들은 전교조의 교육복지나 평등 교육의 가치를 좌파교육이나 빨갱이 교육 등으로 프레임을 씌워 폄훼했다. 이 같은 내용을 잘 모르는 일부 국민들이 여기에 현혹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교조가 주장한 교육복지나 평등교육은 현재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시도하고 있다. 전교조가 한 박자 빠르게 주장한 것뿐이다."  

- 해직 이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을 텐데,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전교조는 출범할 때부터 정부의 보조가 없었다. 공무원노조와 마찬가지로 전교조는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내 경우 해직교사 신분이면서 동시에 전교조 전임자로일 하고 있다. 조합에서 주는 최저 생계비로 살고 있다."

- 이번이 두 번째 삭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문재인 정부를 세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길 바란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세운 이유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쌓여있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뜻이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 대법원 등 권력 기관의 야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교육 적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역할과 임무를 부여 받은 정권인 만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교육 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집단은 전교조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우군으로 삼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교조의 지위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태그:#김종현 해직교사 , #전교조 법외노조 , #김종현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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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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