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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둔 같은 해 9월 26일 박원순 후보는 '박원순펀드' 모집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둔 같은 해 9월 26일 박원순 후보는 '박원순펀드' 모집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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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4일 오전 11시 35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13일 지방선거 자금 마련을 위한 '박원순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박 시장의 펀드 개설은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박원순 돌풍'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원순 캠프의 민병덕 변호사는 1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시장 선거를 처음 치렀던 2011년처럼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선거를 치른 뒤 빌린 돈에 이자를 쳐서 돌려주는 펀드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17일 오전 10시부터 개설되는 박원순 펀드의 연금리는 3.27%로, 박원순캠프는 법정 선거비용 전체(34억 9400만 원)를 펀드로 충당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민 변호사는 "2011년에는 무소속 후보라서 모든 선거자금을 펀드에 의존했지만, 이번에는 정당 후보라서 사정이 조금 다르다. 개인 후원금도 있고, 당의 지원금도 있다"며 "펀드 모금을 17일 하루에 끝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경우 시민과 함께하는 선거운동이라는 컨셉에 맞춰 '박원순 펀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박원순 캠프 내에서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박 시장은 2011년 9월 26일 CD 연금리 3.58%에 최저 10만 원부터 가입할 수 있는 펀드를 내놓았는데, 개설 47시간 만에 5778명으로부터 당시 법정 선거비용 38억 8500만 원을 가입 받고 마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박 시장은 펀드의 성공에 힘 입어 그해 10월 3일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국민참여 경선'에서도 5.6%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펀드를 내놓지 않았다. 당시 캠프 총괄팀장을 맡았던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는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요란하게 비칠 수 있어 펀드 모금은 하지 않기로 했다"(2014년 5월 16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7년 만에 '박원순 펀드'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서울시장 선거를 '박원순 브랜드'로 치르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박 시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야당에서는 "박원순이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남북대화라는 호재에 얹혀있다"(8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선대위원장), "박원순은 문재인 협찬으로 서울시장 또 한 번 하려고 한다"(1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시장이 펀드 모금에 성공할 경우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가려진 자신의 상품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예비후보(왼쪽)가 같은해 10월 29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한 식당에서 '박원순 펀드'에 가입한 지지자들과의 번개미팅을 갖고 박 예비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지지자들이 선거비용의 목표 달성을 축하하고 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예비후보(왼쪽)가 같은해 10월 29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한 식당에서 '박원순 펀드'에 가입한 지지자들과의 번개미팅을 갖고 박 예비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지지자들이 선거비용의 목표 달성을 축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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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선거가 끝난 뒤 중앙선관위로부터 법정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득표율(15% 이상)을 올릴 것이라는 것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펀드 모금은 선거자금 확보의 성패를 떠나서 선거 분위기와 이후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2012년 야권 대통령 단일후보를 놓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기싸움'을 벌였던 안철수 후보의 경우가 그랬다.

문 후보의 담쟁이펀드는 그해 10월 22일 출시, 56시간 만에 목표액 200억 원을 채웠다.

안 후보는 11월 13일 목표액 280억 원의 펀드를 내놓았지만, 열흘 동안 135억 2000만 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안철수 펀드' 출시를 앞두고 "단일화 협상 상대인 안 후보의 성공을 위해 '문재인 펀드 시즌2'의 출시를 연기한다"는 문재인 캠프(우원식 당시 총무본부장)의 발표는 안 후보를 더욱 초라하게 했다. 안 후보는 결국 11월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135억 원의 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했다. 그때까지 쌓인 3474만 6000원의 이자액은 안 후보 개인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2012년 '펀드 대전'의 명암은 2017년 대선까지 드리웠다. 그해 '문재인 펀드'를 다시 출시한 문 후보가 개설 1시간 만에 100억 원의 펀드를 '완판'했지만, 안 후보는 맞대결을 피했다. 안 후보 측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펀드 개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후보들이 펀드를 통한 '선거 붐업'에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펀드를 개설할 경우 2011년 자신의 실적과 비교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박원순캠프의 또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 결과나 여론조사 지표상으로 보면,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열기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시민들만 보고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그:#박원순펀드, #안철수,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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