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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녹색당 홍성군의원 후보가 충남 홍성군 광천읍 버스터미널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영희 녹색당 홍성군의원 후보가 충남 홍성군 광천읍 버스터미널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이재환

"장곡면 지정리에서 농사짓고 있어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홍성신문> 칼럼니스트 등 수많은 타이틀이 있지만 정영희 녹색당 홍성군의원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정영희(50) 후보는 지난 2007년 충남 홍성군 홍동면으로 이사와 농사를 짓고 있다. 물론 이따금 지역 신문에 칼럼을 쓰고, 틈틈이 환경운동까지 하는 열혈 주부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지난 10대 충남도의회 의원에 출마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그가 당시 얻은 득표율은 9%대였다. 현실 정치의 장벽은 '작은 정당'인 녹색당에게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정 후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 후보는 "그동안 녹색당과 같은 작은 정당들은 제대로 된 정치를 펼쳐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환경과 농업, 교육 등을 생각하는 녹색당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원내 진입에 성공해 기성 정당과 정책으로 진검 승부를 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영희 후보는 또 "주민에게 질문이 있고 또 주민에게 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당선이 되면 지역구에 이동사무실을 열고 수시로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9일 정영희 후보는 충남 홍성군 광천 터미널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출마한 홍성 다선거구(서부, 결성, 은하, 광천, 홍동, 장곡)는 혼전 중이다. 3인의 의원을 선출하는 다선거구에는 자유한국당 3명, 민주당 3명, 녹색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총 8인의 후보가 출마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경우, 타당 뿐 아니라 같은 당끼리도 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다선거구는 어느 정당을 찍더라도 사표가 발생할 수 있는 구도로 짜여졌다"며 "유권자들이 사표를 걱정하지 않고 소신 것 투표한다면 녹색당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유기농업이 발달한 홍성의 특성 때문인지 홍성에는 유난히 녹색당원이 많다. 홍동 인근에만 200명 남짓의 녹색당원이 활동하고 있다. 경기와 수도권을 제외하고, 면단위에서는 가장 많은 녹색당원이 활동하는 지역인 것이다. 녹색당이 홍성군의회로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녹색당은 환경, 농업, 교육에 가치를 둔 정당"

 광천 터니널에서 만난 정영희 녹색당 홍성군의원 후보.
광천 터니널에서 만난 정영희 녹색당 홍성군의원 후보. ⓒ 이재환

9일은 광천 장날이었다.  정 후보를 수행하고 있던 당원 A씨는 "한국당과 민주당 같은 기성 정당들은 주민 자치행사나 여행 정보까지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정보가 전혀 없다. 발로 뛰며 주민들을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는 정영희 후보와 동행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치일선에 나가는 것이 맞는가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녹색당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길 누구보다도 바랬다. 사실 나는 농사를 짓고, 마을에서 소소하게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추구했다. 그러나 당원 중 누군가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 적극적으로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정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성격인 것 같다. 지난해 홍동중학교에 천연 잔디를 깔 때도 군청과 도청을 찾아다니며 천연잔디를 까는데 기여를 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생태감수성이나 정의 문제에 좀 더 치열하게 다가서는 성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일반인이나 특히 시골 노인들의 경우 녹색당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녹색당이 어떤 가치를 지닌 정당인지 설명해 달라.
"녹색당은 환경, 농업,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당이다. 결국 이런 가치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 보자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약간 추상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도 쓰레기 문제,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문제, 축산 분뇨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골에서 사는 것은 결국 자연에서 위로를 받는 삶이 기도 하다. 환경이 다 파괴되고 나면 시골에 사는 것도 의미가 없다."

- 주민들에게 녹색당이 아닌 타당 후보로 나오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녹색당이 아니었다면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정체성은 변할 수가 없다. 녹 색당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했기 때문에 군 의원 후보로 나선 것이다. 만약 녹색당이 아니라면 지금도 얌전히 농사를 짓고 있을 것이다. 권력이나 자리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군 의원 후보로 나선 것이 아니다.

- 요즘 태양광 발전과 관련된 민원이 부쩍 늘고 있다. 이 문제에 나름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태양광은 '핵 발전 대신 해 발전'으로 규정될 만큼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대형 태양광발전 시설이다. 시골의 예쁜 산 하나를 몽땅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반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주민 의견이 빠진 대형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서는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지붕위에 작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 협동조합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주민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 시설의 위치와 용량을 정하고, 이익금도 주민에게 돌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8명 혼전? 오히려 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보고 선택할 기회"

- 출마할 선거구가 혼전 양상으로 보인다. 3인 선거구인데, 8명이나 출마했다.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민주당 3명, 한국당 3명, 녹색당, 무소속 후보 등 총 8명의 군 의원 후보가 나왔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유권자들에게 우리 마을을 위해 어떤 정책이 좋은지를 따져 보고 소신 것 투표하실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같은 선거구도 안에서는 오히려 소신 있게 지지한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   

 광천에 있는 정영희 후보 사무실. 사무실 앞에는 대형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광천에 있는 정영희 후보 사무실. 사무실 앞에는 대형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이재환

- 읍면 순환 버스와 마중택시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에서 노인들을 만나보면 교통이 많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버스가 두세 시간마다 한 대씩 있다. 게다가 마을에 내리더라도 몇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을 한번 나오는 것도 큰일인 것이다. 노인 분들은 면단위 안을 순환하는 마을버스를 원한다. 이보다 더 들어가는 오지는 백원 택시나 희망택시로 불리는 '마중택시'가 좀더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 만약 당선이 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주민에게 질문이 있고, 주민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도 주민 의견에서 나오고 또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국 주민에게서 나온다. 때문에 주민을 찾아다니며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을 할 생각이다. 그게 바로 주민 자치를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태양광발전이나 축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마구잡이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생각도 주민이 결정하지 않으면 폭력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주민에게 물어보고 주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역 정치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영희 #녹색당 후보 #홍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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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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