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몸이 옷 모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옷이 몸을 따라가야 된다."

10일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의 말은 너무 당연해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최근 패션산업을 지켜보면 이 말을 실천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먼저인지, 옷이 먼저인지 모를 패션들을 마주하는 일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시류에도 옷의 기능에 집중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BOHO 최보윤 디자이너를 12일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GFCS)에서 만나보았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BOHO
▲ 최보윤 디자이너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BOHO
ⓒ 이정선

관련사진보기


- 브랜드 BOHO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4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2기 입주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7월 BOHO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옷을 입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명을 원해서 "BOHO"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 BOHO의 컨셉과 특징을 설명하신다면.
"비, 바람 등을 막아주는 방수, 방풍 기능과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재귀반사 기능의 원단으로 레인웨어(rainwear)입니다. 일상생활 뿐 아니라 낚시-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에도 적합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귀반사 : 입사한 광선을 광원으로 되돌려 보내는 반사를 뜻한다. 빛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각도로 들어오더라도 광원의 방향으로 빛을 반사한다. 이를 이용하여 자동차의 전조등에서 나온 빛이 어떤 물체에 비춰졌을 때 그 빛이 운전자에게 반사되도록 하여 쉽게 그 물체를 알아보게 하는 현상.

- 언제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는지.
"어머니께서 옷가게를 하셔서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머니께서 옷도 만들어주시고, 소품도 만들고 손재주가 좋으셨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어깨너머로 재봉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취미가 되었지요. 대학에 입학해서 의류학 전공을 했는데 디자인보다는 옷에 전반적인 부분을 공부하니까 생각보다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가게되서 뉴욕 주립 패션 공과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FIT) 패션박물관과 도서관을 구경했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귀국해서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고, 2010년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공부를 했습니다."

재귀반사 기능의 레인웨어
▲ BOHO의 레인웨어 재귀반사 기능의 레인웨어
ⓒ BOHO

관련사진보기


- 형태보다 기능에 방점을 둔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교 졸업하고 대기업 패션그룹에 취업을 했는데 곧 독립해서 여성복 브랜드를 런칭하게되었습니다. 백화점 편집샵에도 입점하고, 해외 전시도 하고 나름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여건에 맞춰서 옷을 만들다보니 만족감도 떨어지고 고비가 오더군요. 일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즈음 예전 거래처에서 이제 그만 쉬고 일을 시작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습니다. 장애학교 교복 디자인 의뢰였어요. 생소하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디자인을 하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겁니다."

- 작업이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요.
"지체장애학생들의 교복을 맞추는 일이었는데, 학생들이 휠체어 사용자였습니다. 휠체어에 걸리지 않으면서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하게되었는데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라 예쁜 옷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통이 넓은 옷만 입히는 게 속상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몸에 잘 맞게 디자인하고, 불편할 수 있는 연결 부분을 지퍼로 활용하니까 옷매가 살더라고요.

몸이 경직되어 있거나 욕창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등쪽에 쿠션을 넣고 옷이 잘 늘어나는 스판 소재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옷에 이물질이 묻거나 흘리는 일이 많아서 오염을 막을 수 있는방수 기능이 있으면서도 평범한 원단 느낌인 소재를 찾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습니다."

- 힘들지만 보람이 컸을 듯 합니다.
"옷이 예쁜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머리 속에 있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편견이 모두 깨졌고, 조금만 더 아이디어를 내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삶의 질을 놀랄만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보람있고, 기뻤습니다. 어렵지만 뜻깊은 작업이었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 BOHO를 런칭하기까지 쉽지 않으셨겠어요.
"물론 창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이라 집에서 할 수도 없었고, 수입이 없는데 임대료를 내면서 사무실을 얻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신진 디자이너 육성·지원하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를 알게되었습니다. 사무실, 작업실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협력업체 연결, 홍보, 판로 개척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기 디자이너로 선정되서 양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센터 내에 다양한 패션기업들이 입주해 있어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 이정선

관련사진보기


- 협력업체와의 성과가 있다면.
"방수 소재 원단을 취급하는 대아 인터내셔널(대표 양영창)이 가장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기능성과 패션을 함께 만족시킬만한 원단 개발이 BOHO의 브랜드 성공을 좌우하는데 제가 찾는 원단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뉴욕 텍스월드와 파리 프레미에르비죵 전시회에 전시할 옷을 만들어 출품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3만6천 달러 계약을 수주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아 인터내셔널과 이런 공동작업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BOHO의 브랜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원단 개발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기능의 원단으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보호해줄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능적인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디자인과 디테일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 패션도 놓치지 않는 편하고 좋은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태그:#양주,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BOH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