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1945년 8월 6일 미국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입니다. 이 부근을 평화 기념으로 꾸며놓고, 그때 당한 피해 상황과 죽은 사람들을 기념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한반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일으킨 전쟁은 자유와 평화의 수호가 아니라 자신들의 탐욕이 불러온 저주의 전쟁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쟁에 대해 지금도 일본 정치인들은 반성이나 참회가 아니라 덮어서 감추려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져 일본은 마침내 8월 15일 무조건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전쟁의 판도는 미국 중심으로 짜이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원자폭탄의 위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불똥이 한반도로 떨어져 한반도가 분단 당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계 역사상 원자폭탄의 위력이 그렇게 크고 무서운 줄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기 전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 5톤(Little Boy) 크기 하나에 히로시마와 그 둘래 지역은 거의 모두 잿더미로 바뀌었고, 30만 명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인류의 과학 문명이 만든 무기 가운데 고의로 사용하여 일으킨 인류 최대, 최고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그 둘레 기념관들에는 그러한 원자폭탄의 가공할 만한 규모와 피해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로 꾸며 놓았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일본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고, 참혹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 어디에도 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야 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일제가 1800년대 말부터 집요하게 한반도와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몇 백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약탈했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원자폭탄의 피해자라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은 인류 전체의 가치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은 아군과 적군, 식민지와 피식민지를 떠나서 모든 인류에 해당됩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사라진 목숨 30만 명도 중요하지만 한반도나 중국등 동남아시아에서 일본군에 의해고 사러진 몇 백만의 목숨 역시 똑같이 중요합니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을 둘러보면서 원자 폭탄의 피해자의 참상과 현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 하나하나의 목숨과 생명의 가치를 그들이 표현한 문장과 사진과 그림을 잘 전시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역시 눈물 겨울 정도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와 처방이 가능합니다. 히로시마에 원폭에 의한 참상과 피해가 왜 생겼고, 그것을 불러온 까닭과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당연한 질문과 처방이 빠진 히로시마 평화 공원은 반성과 사고는 없고, 일제 강점기 한반도나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역사 사실을 외면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전쟁 기술이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늘 새롭고 참신한 기술은 전쟁 수행 능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참혹한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사라져야 합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진지 73년이 지나갑니다. 인류는 현재 73년 전보다 더 크고 다 많은 가공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기가 오히려 전쟁을 억제하고,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인류 문명의 가능성이 의문시 되기도 합니다.
어떻든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사라져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최소한의 생존 가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말없이 사라져간 수 십만 목숨 하나하나, 그리고 히로시마 평화 공원이 말하는 가치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지구 공동체의 가치와 미래를 실현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누리집> 히로시마 평화공원 자료관, http://hpmmuseum.jp/modules/info/index.php?action=PageView&page_id=1, 2018.3.8
가는 법> JR히로시마 역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고 히로텐 전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