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해 상주중학교는 한 해 동안 학생들이 쓴 시를 한데 모아 <솔바람 은빛바다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다>를 펴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한 해 동안 학생들이 쓴 시를 한데 모아 <솔바람 은빛바다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다>를 펴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세상이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만날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챙겨서 옆 사람도 챙길 줄 아는 아이들이 만들어진다면 그 세상은 훗날 아름다운 세상이 되겠지요. 이번 시집처럼 아이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에 이 작은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으로 남아 있기 바랍니다."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이 학생시 모음집 <솔바람 은빛바다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다>를 펴내고 한 말이다.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이 학교가 1년 동안 학생들이 쓴 시를 한데 모아 펴낸 것이다.

상주중은 대안중학교로,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한다. 학생들이 '기숙사의 아침'에 대해 시를 썼는데,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은 아이들의 '순수함'이 시에 잘 묻어나 있다.

"아침 6시30분만 되면 짜증/자고 싶은데도 못자서 짜증/수업해야 해서 짜증 … 나는 꼭 아침만 되면 짜증 나고/스트레스가 쌓인다/공부해야 하는 생각에"(김수연 "나의 아침 기분" 일부)

"일어나기 싫다/이렇게 말하니까 더/일어나기 싫다/이불 속에 있으니까 더/일어나기 싫다/너무 야속한 햇빛/나는 태양이 밉다 …"(진정명 "기숙사 아침" 일부).

"사감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하신다/눈을 뜨고 일어날까 고민하다/다시 눈을 감는다/5분 후/사감선생님이 다시 일어나라고 소리친다/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다시 눕는다/아 피곤하다"(박동하 "잠 온다")

그래도 아이들은 "저기 바다가 보인다/그 바다를 보니/잘 챙겨주시는 엄마가 그리워진다", "행복한 기분으로/상쾌한 기분으로/상주의 아침을 다시 시작한다"고도 읊고 있다.

학생들은 한 해 동안 <국어> 수업을 하면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소재도 '감자꽃' '풀잎' '가을' 등 다양하다.

"감자를 심었더니/싹이 트고/감자에 물을 주었더니/꽃이 폈다/나를 보고 있는 하얀 감자꽃을 보니/너를 보고 있는 감자꽃을 보니/참 아름다운 한 쌍이네요/또 봐도 아름답네요"(장연경 "감자꽃").

"학교 텃밭에 핀/겉은 웨딩드레스처럼 하얗고/속은 개나리처럼 노란 감자꽃 … 나도 감자꽃처럼/하얀 사람이 되고 싶다"(정혜진 "감자꽃 하얀 사람").

아이들은 봄이 오면 '춘곤증'에 시달린다. "봄이 온 것을 춘공증 덕분에 알았다"고 한 아이도 있었다.

"오늘따라 피곤하다/봄이 온 것을 춘공증 때문에 알았다 … 봄이다/14번째로 맞이하는 새 봄이다/오늘도 열심히 춘공증을 이겨내야지"(이경서 "춘곤증").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가서도 시를 썼다. 여수에 들러 케이블카도 타고, 아쿠아리움도 간 학생들은 시로 그 흔적을 남겼다.

"놀러 간다 친구들과 함께/놀러 간다 물고기의 감옥으로/여기 저기 물고기가 울고 있네/우리는 즐기고 있네/아~/물고기 감옥은 즐겁다/다음에도 울고 있는 물고기를/보러 오고 싶다"(이종백 "물고기 감옥").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모방시 쓰기'를 했다. 1970년대 사회와 문화적 상황을 알 수 있었던 신경림 시인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에다 학생들이 "대통령 탄핵 노래"를 모방해 지으면서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해 놓았다.

또 학생들은 "학교가 싫어요"라는 제목으로 모방시를 썼고, 다음은 그 일부다.

"학교가 싫다고 해서 학교를 안 가겠는가/학교 갔다 돌아오면/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숙제가 쏟아지는데//학교가 싫다고 해서 숙제를 안하겠는가/숙제를 정말 귀찮지만/그렇다고 안하면 점수를 못 받는데 … 학교가 싫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학교가 싫기 때문에 내 유년의 시절을/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

한정숙 교사(국어)는 편집후기에서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그리움을, 슬픔을 만나기도 하고 참신하고 산뜻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며 "아이들은 마냥 행복한 것 같지만 실상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 교사는 "살아가는 일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솔향기와 바다 냄새를 함께 느끼면서 행복한 학생 시절의 추억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에, 시모음집을 만들었다"고 했다.


태그:#상주중학교, #여태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