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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여러 도시들의 풍경을 소개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과 함께 곧 난색을 표한다. '좋다. 부럽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을 거야…'라고 한다. 합리적이고 교통문화가 선진적으로 자리 잡은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교통수송 분담률 20% 이상을 자전거가 차지하고 있는 그 어느 도시도 저절로 오늘날의 풍경을 만들지 못했다. 도시마다 경로와 방법은 달랐다. 누군가는 자전거와 함께 거리에 드러누워 '거리의 살인자인 자동차로부터 우리를 구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때로는 길바닥에 임의로 자전거 표시를 그려 넣는 행동을 했다. 과격한 행동을 하는 어느 도시에서는 신호를 무시하고 떼를 지어 다니기도 한다. 그들의 요구는 자전거의 길을 만들어 달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행동양식과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다르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도시공동체에게 촉구하고 쟁취해낸 것이다. 자전거인 스스로 자전거의 길을 만들어온 것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 행동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단되지 않고 있다. 그 도시 가운데 상당수엔 이미 많은 자전거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도시를 이동해 가는데 훨씬 향상된 조건에 도달했지만 이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자전차 행동’은 위와 같은 구호를 걸고 기린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 작년 가을부터 ‘자전차 행동’은 위와 같은 구호를 걸고 기린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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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300여 개의 도시에서 이와 같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보편적인 용어로 'Critcal mass'라는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임계질량'을 뜻하는데, 사회학적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구의 날', '환경의 날', '세계 차 없는 날'과 같은 날에 집중해서 수만(부다페스트의 경우 8만에 달함)의 자전거가 도시 곳곳을 누비기도 한다. 매월 정해진 날, 수백에서 수천이 모여 달리는 도시들도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 도시는 관 주도로 자전거 정책이 전개되어 왔다. 성공적인 사례가 드물다. 모델을 이식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때문일 것이다.

전주에서는 최근 자전거 도시를 향한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열악한 자전거 길을 개선해달라고 오래전부터 촉구해온 자전거인들이 있었다. 이들의 요구에 단체장이 의지를 내고 화답하면서 막혔던 길이 열리고 있다.

20년의 과정을 극복하고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파트너십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주의 자전거를 생각해온 사람들은 지금을 매우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한편으론 이번 기회마저 잘 살려내지 못한다면 다시 전주에서 자전거를 논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는 상황이다.

기회는 위기일 수 있다. 위기마저 기회로 만드는 경우에야 세상은 원하는 대로 열릴 것이다. 기왕에 진행되고 있는 자전거 대행진을 폭발적인 임계질량의 도달로 이끌기 위해 중지를 모으고 힘을 집중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자전차 행동'을 비롯해 자전거 도시를 향해 가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자전거 정책과 직원들과 함께 나서면 좋겠다. 주말마다 거리로 나서 '10월 21일 시청으로…', '자전거로 도시를 바꾸는 날'이라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며 거리를 오가는 자전거인들에게 '혁명'이라는 불온한 소식을 나눠주면 어떨까 싶다.

오는 10월 21일 전주에선 '자전거 대행진'이 열린다. 이 혁명에는 총알도 돌멩이도 필요치 않다. 거리를 점령하고 불안한 기운을 광장에 일으킬 필요도 없다. 기린대로 가득 메운 자전거 대열을 보고 느끼고 확인하면 되는 축제로 만들어보자. 축제가 곧 혁명인 순간을 만들어보자.

자전거 길은 자전거인들 만이 열어 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인터넷 매체인 '전북 포스트'에 동시에 보냈습니다. 글쓴이는 생태교통 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입니다.



태그:#자전차 행동, #I BIKE BUDAPEST, #자전거 도시, #크리티컬 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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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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