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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있을까? 있다. 정확히는 전기는 들어가는  전깃불을 거부하고 램프불을 켜고 영업하는 곳이 있다.

관서지방 기온이 섭씨 39도나 올라간다는 일기예보에도 아오니온천은 방에 솜이불이 놓여 있다. 아오모리현(青森県) 아오니온천(青荷温泉)에 도착한 것은 지난 8월 11일 금요일 오후 6시 무렵이었다. 4km 이상의 구불구불한 편도 산길을 승용차로 달려 온천에 도착하니 슬슬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아오니 온천은 4채의 온천탕이 있다 그가운데 한 곳
▲ 아오니 온천 1 아오니 온천은 4채의 온천탕이 있다 그가운데 한 곳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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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니 온천 안에 4곳의 온천탕과 숙소를 그려 놓은 그림
▲ 아오니 온천 2 아오니 온천 안에 4곳의 온천탕과 숙소를 그려 놓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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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니 온천의 본관, 매우 소박하다
▲ 아오니 온천 2 아오니 온천의 본관, 매우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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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니온천은 전기로 대변되는 모든 문명의 이기가 작동되지 않는 곳이다. 텔레비전도 없고 물론 스마트폰도 터지지 않는 곳이다. 대신 침침한 램프불이 방마다 걸려있다. 현관이나 복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크고 드넓은 아름다운 도와다호수(十和田湖)를 둘러보고 이 깊숙한 두메산골 온천에 도착했다. 산속이라 해가 매우 짧다. 오후 6시부터 저녁 식사가 시작되는 대형 식당은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고 유카타(浴衣, 목욕한 뒤에 입는 일본옷)를 갈아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물론 침침한 램프불 아래였다.

나를 이곳에 초대한 요우코(陽子) 부부는 208호, 나는 209호에 방을 잡았다. 저녁밥을 먹은 뒤 우리는 각자 취향의 온천을 했다. 아오니온천에는 모두 4개의 온천이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4개의 온천은 숙박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기자가 묵었던 209호 방안은 침침한 램프불이 전부다
▲ 램프불 1 기자가 묵었던 209호 방안은 침침한 램프불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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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휴계실에도 램프불이 켜져있다
▲ 램프불 2 손님들의 휴계실에도 램프불이 켜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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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모습으로 오른쪽이 접수대, 왼쪽은 매점이다
▲ 아오니 온천 현관 현관모습으로 오른쪽이 접수대, 왼쪽은 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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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폭포온천(滝見湯)에 몸을 담갔다. 가늘고 긴 폭포수는 아오니온천 전용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유리창 넘어 펼쳐지는 자연은 장관이었다. 봄이면 이들이 좋아하는 사쿠라(벚꽃)이 흐드러질 것이고, 지금 같은 신록의 계절은 푸른 물감을 찍어 수채화를 방금 그린 듯한 정경이 일품이다.

폭포온천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밖이 보이지 않는다. 전날 저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흐릿하게 본 폭포를 다시 보기 위해 이른 아침 폭포온천으로 들어갔다. 새벽 5시쯤이라 너무 이른 시간인지 탕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혼자 감상했다.

아침 5시 무렵 아무도 없어 사진을 찍었다. 창문 너머로 폭포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다
▲ 아오니 온천 폭포 아침 5시 무렵 아무도 없어 사진을 찍었다. 창문 너머로 폭포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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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탕으로 작고 아담하다
▲ 노천탕 노천탕으로 작고 아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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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니 온천의 여러 탕과 숙소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
▲ 아오니 온천 표지판 아오니 온천의 여러 탕과 숙소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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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현에 있는 아오니온천은 '램프의 숙소 아오니온천(ランプの宿青荷温泉)'이 공식 이름이다. 1929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88년 된 온천이다. 온천에서 만든 안내지도에는 도쿄에서 승용차로 8시간 40분, 비행기로는 2시간 30분(공항에서 온천까지 오는 시간 포함), 신칸센으로는 5시간 10분(신아오모리역에서 온천까지 오는 시간 포함)이라니 멀기는 먼 곳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도쿄를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아래지방인 후쿠오카나 오사카에서 출발한다면 시간이 배나 걸릴 테니 일본인이라도 평생 한 번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비행기 등 각종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도 접근이 어려운 이 첩첩산중의 아오니온천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십여 년 만에 재회한 요우코 부부와 쌓이고 쌓인 이야기를 나눴다. 요우코 씨 부부는 17년 전 도쿄에서 만난 인연으로 10년 전부터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땅값이 평당 1만 원 밖에 안하는 아오모리에 4천 평의 땅을 사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기사를 쓰거나 한국에 자주 연락을 하는 나로서는 전화도, 전기도 안 들어오는 아오니온천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단 하룻밤이라도 모처럼 문명의 이기들과 결별하니 마음만은 편했다. 문제는 아오모리 곳곳에서 로밍해간 휴대전화가 안 터져 애를 먹었던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다.

아오니온천 주변에는 다케시인형 전시관을 비롯한 전통공예촌과, 칼데라호가 빚어낸 드넓은 도와다호수, 신석기 시대를 볼 수 있는 산나이마루 유적지, 히로사키성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아오모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이름난 아오모리네부타 축제(해마다 8월 1일부터 7일)와 함께 여행일정을 잡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램프의 숙소 아오니온천(ランプの宿青荷温泉)>

*주소: 青森県黒石市大字沖浦 字青荷沢滝ノ上1-7
*전화: 0172-54-8588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아오니온천, #아오모리, #램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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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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