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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가 소송을 건 노동자 2만7424명에게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4223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성락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오늘 사법부 판단은 노조 요구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다시 한 번 전향적으로 판단해 달라"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변론한 김기덕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노동자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라고 평했다.

반면, 기아차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는 31일 선고공판에서 "상여금과 중식대는 근로의 대가로,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 "(기아차는)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통상임금을 재산정하면서 근로시간을 조정했고, 기아차 노동자들이 청구한 1조926억 원 가운데 4223억 원만 인정했다.

기아차는 신의칙 원칙 위반 주장했지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단은 쟁점이 아니었다. 예상되는 결과였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신의칙 원칙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처음 나왔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뒤 재산정한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의칙 원칙을 거론하며 회사 편을 들었다.

신의칙은 민법 2조 1항(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을 근거로 삼고 있다. 노조와 회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가, 노조가 갑자기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여기에 경제 논리를 가져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판결에서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여러 회사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번 소송에서도 기아차는 막대한 부담을 호소하면서 신의칙 위반을 주장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기아차와 재계의 주장을 물리쳤다. 신의칙에 위반될 정도로 회사에 큰 어려움을 끼친다고 보지 않았다.

재계를 향한 재판부의 호통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전제한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하여 피고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은 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원고(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당해 법정수당의 근거가 되는 과거의 연장·야간·휴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은 이미 피고(기아차)가 향유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기아차)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또는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피고(기아차)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모두 이전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가정적인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중략)

원고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결과발생을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노사합의를 통하여 충분히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라고 강조했다.

기아차·재계 반발

기아차와 재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기아차는 선고 직후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 1심 판결이 향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판결 결과에 따라 실제 부담 잠정금액인 1조 원을 즉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지난 상반기 7868억 원, 2분기 4040억 원인 현실을 감안할 때, 3분기 기아차의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어,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투자애로 등의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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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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