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참 여유롭습니다. 특히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며 남들과의 경쟁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그 여유로움이 2배 이상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7년간 직장 생활을 해왔던 제가 그렇게 지금 느끼고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시간의 노예'로 살다가 와서 그런지 처음에는 독일의 여유로움이 적응이 안 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지금은 그 여유로움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저도 그랬지만 바로 대답할 만큼 분명한 이유가 떠오르지는 않네요. 그냥 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한국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대나 점심 시간대나 퇴근 시간대나 항상 바쁜 것 같아요. 출근 시간대에는 오전 9시 안에 맞춰 회사에 들어가느라 바쁘고, 점심 시간대는 주어진 한 시간 안에 점심을 해결해야 해서 바쁘고, 저녁 시간대에는 주어진 업무를 마감 시간까지 끝내야 해서 바쁘고….
하지만 독일의 경우 매우 다릅니다. 평일 점심시간, 독일 시내로 나가보았습니다.
산업 도시로 유명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시내입니다. 이곳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벤츠, 포르쉐뿐만 아니라 보쉬 등 대기업 등이 많습니다. 직장인이 많은 도시이지만 한국의 점심시간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고요?
어떤가요? 보기만 해도 여유롭지 않나요? 위 사진은 평일 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죠. 그 누구 하나 바빠 보이지 않고 시간의 주인이 된 양 여유롭게 즐기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광장이 아주 많아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잔디밭에 누워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지요.
광장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계단에 앉아 여유롭게 샌드위치와 맥주를 마시며 평일 점심을 즐기는 직장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여유롭게 길거리를 거닐며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장을 입고 광장 옆 벤치에 앉아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은 한국과 정말 다릅니다. 정장을 입은 한 무리는 1시간 정도 벤치에 앉아 있더군요.
독일은 야외 테이블을 비치한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람들은 대부분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겨요. 시계를 계속 보며 시간에 쫓기든 식사하는 모습은 독일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커피숍들도 야외 테이블을 비치해 사람들이 따뜻한 햇볕 아래서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여유로운 독일 사회 속에서 살다 보니 왜 한국에선 무조건 바쁘게 살아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주말도 항상 바빴던 것 같아요. 가끔은 주말에 출근도 해야 하고….
평일에 아플 때는 회사 점심시간에 허겁지겁 운전해 빨리 병원에 다녀온 뒤, 돌아와선 점심도 거른 채 다시 일한 적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육체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경쟁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신적인 피로도 컸던 것 같아요.
독일에 와서는 이상하게 월요병이 없어졌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지내며 푹 쉬고 나면 월요일에 회사 가는 것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바뀌더군요.
한국에서는 일요일 저녁 KBS 2TV <개그콘서트>를 시청하고 나면 '이제 다시 지긋지긋한 회사에 가야 하는구나'라는 허무함만 들었는데, 독일에서는 가끔 회사 가서 일하고 싶을 정도로 직장 생활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독일처럼 한걸음 천천히 가도 그리 늦지 않다는 걸 한국 사회 전체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