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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서남대학교 폐교 방침을 정한 가운데, '비리재단의 의도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다. 사학 비리로 폐교하게 되더라도 청산 후 자산이 본인이 설립한 또 다른 재단에 옮겨진다는 규정 때문에 정작 문제의 당사자는 손해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서남대가 폐교되면서 수도권 등의 외부로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 낙후된 지역 의료로 인해 고통받는 지리산권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준 곳이 사라진다는 문제제기다.

2일 서남대 폐교 방침에 반발하면서 교육부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서남대 공대위
 2일 서남대 폐교 방침에 반발하면서 교육부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서남대 공대위
ⓒ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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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vs. 서울시, 서남대 폐교 놓고 정면 충돌

서남대학교 폐교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서울시가 2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서울시립대와 삼육학원(삼육대)에 대해 불수용을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각 주체가 사학비리 등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대학에 대해 정상화를 위한 재정기여도 없이 의대 유치에만 주된 관심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서남학원 및 서남대학교 교육의 질 개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서울시는 성명서를 통해 "5년간 2070억 원에 이르는 재정 투자를 통해 서남대를 정상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교육부가 반려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립대에서 서남대 의대를 인수, 투자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서남대 폐교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지역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가게 되며 지역주민들의 상실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서울시립대학교와 삼육학원(삼육대)는 교육부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했다.

삼육학원은 서남학원 종전이사 정상화 계획서에 한려대 폐지를 통한 매각대금, 종전이사 측의 재산출연으로 333억 원의 횡령금 변제 후 감사처분 이행으로 처리하고 의대를 포함한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삼육학원에 매각해 정상화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교육부가 우선 종전이사 중심의 정상화를 승인하면 이후 서울시립대에서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매입하고 종전 이사측은 그 매각대금으로 횡령금을 변제하는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했다. 또 재정확보는 상기방안이 확정될 경우 2018년도 추경예산에서 의대발전 등에 투입할 예산을 편성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삼육학원 안의 경우 "한려대 폐지를 통한 매각대금은 설립자가 변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안의 경우 "비리를 저지른 종전이사 측을 중심으로 선 정상화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출해 임원취임승인취소의 기본취지에 반하며 '사립학교법'관련 판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종전이사 보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남원캠퍼스를 매각하는 것에 대해 관할청이 개입할 것을 조건으로 요청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구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서남학원 정상화를 위한 재정기여 계획이 전혀 없다"며 2일 불수용했다.

서남학원은 2012년 12월에 실시한 교육부 사안감사 결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개인의 부를 축적한 비리에 대한 책임으로 2013년 6월 이사 전원이 임원취임승인 취소가 됐다. 설립 교비 횡령액은 333억 원, 임금체불액 등 결산에 반영된 부채 누적액은 187억 원에 달한다.

서남대 폐교에 대한 지역의 반발은 강하다.
 서남대 폐교에 대한 지역의 반발은 강하다.
ⓒ 김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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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폐교는 비리재단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서남대 폐교에 대한 반발의 강도는 컸다. 서남대 정상화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2일 오전 청와대 인근 효자동주민센터에서 서남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남대 정상화 촉구를 위해 모은 3만여 명의 서명서를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기자회견에서 임수진 서남대 정상화 촉구 전북 범시민 추진 위원회 위원장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라는 뱀을 언급하면서 서남대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임 위원장은 "서남학원, 흥복학원, 하남학원, 양남학원, 서호학원, 남양학원, 신경학원 등 문어발식으로 설립한 학교법인을 통해 사학 거물이 된 이홍하는 사학법의 맹점을 파고들었다"며 "폐교 후에도 자신의 재산 보전을 위한 꼼수를 마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위원장은 계속해서 "우리나라 사립학교법 35조(잔여재산의 귀속) 1항에는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합병 및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육부 장관에 대한 청산종결의 신고가 있은 때에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서남대 정관 37조에서 잔여재산의 귀속자로 지정한 자는 학교법인 신경학원 또는 학교법인 서호학원"이라고 말했다.

즉 사학비리로 폐교된다 하더라도 재산은 설립자의 딸이 운영하는 신경학원 재단에 옮겨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임 위원장은 이 규정이 "정부에서 사학 비리의 가해자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라면서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강력한 법적 장치를 포함한 새로운 사립학교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철승 서남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지난 1일 교육부 관료에게 이에 대해 지적하자 '법 개정을 통해 횡령금 및 재산 국고환수조지를 한다'고 했다"면서 "발의조차 되지 않았고 법 개정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이 같은 말은 비리재단의 족벌세습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앞 기자회견에 이어 공대위에 소속된 시민단체 서남대 교수협의회 및 총학생회 등은 오후에는 교육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서남대 폐교의 부당성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비판하면서 교육부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김철승 교수협의회 회장은 "(서남대)를 폐교 시켜야하는 명분이 없다. 서울시립대, 삼육대가 재정기여를 통해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경우 이홍하 종전 이사의 동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산캠퍼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협의회 회장은 계속해서 "이미 서울시립대학교는 금년 3월에 정상화계획서 작성 시 사학제도과의 종전이사 동의 요구에 의해 전체인수 방안을 남원캠퍼스만 인수하는 안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서울시립대 인수를 강하게 희망한다"면서 "서울시립대는 2천 억 투자 계획과 교직원 최대한 고용승계, 체불임금해결 등을 제시하였고 교직원 80% 이상이 동의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교육부는 이홍하가 횡령한 교비를 서울시립대에서 변제하라고 한다"면서 "그 돈은 이홍하가 변제해야 할 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교육부가 서남대 폐교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강경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철승 교수협의회 회장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면담 전까지 릴레이 천막농성, 국회 토론회, 정책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울시립대, 삼육대의 정상화 계획이 잘못됐는가도 확인할 것이며 구성원 동의 아래 학생과 밤샘 촛불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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