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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구 목사가 은퇴 후 카페를 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외국에서 직접 공수한 커피와 자신이 직접 만든 효소차를 선보일 생각이죠. 100세 시대를 내다보면서 제 2인생을 그렇게 설계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시골 한적한 곳이든지 아니면 도심 한복판이든지, 또 그 크기나 규모도 아직은 구체적인 게 없는 모양입니다. 그저 꿈만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개인들이 은퇴 후에 즐기면서 일하기에 적합한 카페 비즈니스는 그동안 염두에 두고 검토해 왔던 1인 카페가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인 카페라면 우선 매장이 클 필요도 없고 종업원도 필요 없다. 당연히 임대료나 권리금도 낮고, 매출이 높지는 않겠지만 위험도 크지 않아서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84쪽)

책겉표지 임봉수의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
▲ 책겉표지 임봉수의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
ⓒ 로고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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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수의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곧바로 한국개발리스와 삼일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하던 그가, 은퇴 후 가족과 함께 커피전문점 '통의동 퀸 시바 카페'를 열면서 겪은 5년간의 경영 노하우를 소개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의 임원으로서 자투리 시간과 밤 시간을 이용해 커피를 배울 요량이었는데, 그 즈음 회사의 권고퇴직과 맞물려 더 열심히 커피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그는 자기 아내와 의기투합해 커피 입문에 뛰어들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바리스타 창업반 과정에도 등록을 하게 되었죠. 이후 서서히 형도 끌어들여 로스팅 수업을 같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이 계기가 되어 은퇴 후 1인 카페까지 열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은퇴 자금을 더 불릴 수 있는 투자처를 알아봐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일들을 해야 할지,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추천했다고 하죠. 평소에 관심도 많고, 그 일을 하면 지치지 않고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들라고 말이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5년을 달려온 셈이라고 합니다.

그는 '1인 카페' 곧 '가족과 함께 하는 카페'라 기존의 카페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죠. 그를 위해 유명한 카페들을 둘러보고 벤치마킹을 했고, 각각의 독특한 점들과 커피 맛의 차이점도 분석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나름대로 정리한 게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아프리칸 커피하우스'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아프리카 3개국' 커피로 제한할 것, 아울러 취급하는 원두의 맛을 누구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생두를 구성하고, 생두 특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로스팅 포인트를 적용키로 한 게 그것입니다. 또한 맛 지도도 강한 맛과 중간 정도의 맛과 부드러운 맛 등 3가지로만 그려내기로 했다고 하죠.

이른바 경영이론의 틈새전략이기도 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차별화 전략을 적용한 셈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다 빼 놓을 수 없는 게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바쁜 사람들의 취향도 생각해야 했지만 그래도 전문적인 1인 카페를 지향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카페로 자리매김하려면 그런 차별화된 커피추출 방법을 고집해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파트너 회의는 카페 창업을 위한 공식적인 모임이므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가능한 한 전원이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해야 했다. 따라서 나와 집사람이 대치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른 파트너들의 의견을 들어 본 뒤 전원 일치가 아니라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129쪽)

가족이 함께 경영부문까지 의논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고백입니다. 1인 운영의 카페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하고 가족들과 함께 카페 메뉴의 레시피와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의견들로 충돌이 잦아졌다고 하죠. 그래서 애당초 부부가 1인 카페를 하고자 한다면 가족들까지 회의에 참석해서 다수결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조언을 해 줍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1인 카페 모델별 예상 창업비용을 비롯해, 각 파트너의 수평적 관계의 역할 분담과 이익 배당,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인테리어 전략, 3.5평에서 14평 카페로 이전할 때의 고려해야 할 점들, 그리고 아프리카를 비롯해 라오스, 포틀랜드와 시애틀, 중남미 커피 투어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커피와 1인 카페에 관해 배울 게 너무도 많이 담겨 있는 셈이죠.

그 중에서도 커피 생두와 로스팅과 추출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카페에 대한 인테리어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커피 맛을 보기 전까지는, 지나가던 손님이 카페에 한 번쯤 들어와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 소유의 매장이 아니라면 바닥이나 벽 등 이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인테리어 비용은 최소화 하지만, 바를 포함한 집기 비품은 이사를 대비할 뿐만 아니라 맛과 품질에 영향을 주는 가장 좋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조언합니다.

그 중에서도 바리스타의 동선을 잘 살피도록 충고합니다. 이른바 인테리어에서 설비와 바의 동선은 바리스타가 결정해야 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바리스타의 체형을 고려해서 바의 높이도 결정하고, 드립워머 바로 아래쪽에 대형 휴지통을 배치해서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동선을 최소화하고, 바리스타가 돌아서면 그 등 뒤에서 사용한 컵을 씻을 수 있도록 싱크대를 설치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 밖에도 인테리어 부분에 대해 신경 쓸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책 하나면 목회 은퇴 이후에 작은 카페를 열려고 하는 그 친구 목사에게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친구에게만 소중한 게 아니겠죠. 이미 1인 카페를 열고 있고, 또 앞으로 부부가 카페를 열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인테리어 부분에 신경을 쓰는 분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 - 통의동 카페, 가족경영 5년의 노하우

임봉수 지음, 로고폴리스(2017)


#임봉수 1인 카페 #통의동 퀸 시바 카페#우리 가족이 카페를 열었습니다#바리스타 동선#인테리어에서 설비와 바의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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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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