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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본 하주 다리

하주 다리
 하주 다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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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얀데강은 서쪽의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해 가브후니(Gavkhouni)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길이 270㎞의 강이다. 강의 중류에 이스파한이 위치한다. 하주다리에 도착해 보니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 강은 일정한 수량을 유지했는데, 2010년대 들어 상류지방에서 관개와 생활용수 사용이 늘어 갈수기인 겨울에 물길이 끊기곤 한다는 것이다.
 
하주 다리는 사파비제국(1501-1722) 시대 만들어졌다. 압바스 2세 때인 1650년 건설되어, 1602년 건설된 시오세(Si-o-se) 다리와 함께 이스파한의 명물이 되었다. 사람과 마차가 다니는 다리뿐 아니라 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다리 한 가운데 정자를, 가장자리에 카페를 만들었다.

다리 입구 석사자
 다리 입구 석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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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 다리는 폭이 12m, 길이가 133m에 이른다. 다리 가운데로 폭 7.7m의 도로가 나 있다. 상단에 23개의 아치, 하단에 21개의 수문을 만들어 미학성과 실용성을 더했다. 위쪽 길로는 사람들이 다니고, 아래쪽 수로로는 물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다리의 양쪽 입구 근방에는 돌로 만든 사자상이 있다. 이것은 토크치(Towqchi) 게이트 앞에 있던 것이다. 사자는 전통적으로 페르시아 왕가의 상징 동물이었다.

우리는 다리 아래 부분으로 건너간 다음, 윗부분 도로를 넘어 건너온다. 야간 조명이 되어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물이 흐른다면 반영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사람들은 다리에 모여 휴식을 취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다. 날씨가 더운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저녁 늦게 찾아간 식당에도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낮에 본 시오세 다리

시오세 다리
 시오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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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얀데강을 가로지르는 시오세 폴(Pol-e Si-o-Se)은 서른세 개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다. 시오세가 이란어로 서른셋을, 폴이 다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오세 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알라베르디 한(Allahverdi Khan) 다리다. 알라베르디 한은 압바스 1세가 가장 신뢰했던 관리이자 장군으로, 시오세 다리의 건설을 책임졌다. 이 다리는 압바스 1세 통치 시기인 1602년 만들어졌다.

시오세 다리는 자얀데강 북쪽의 압바스 대로와 남쪽의 차하르박 대로를 연결하는 길이 300m의 긴 다리다. 폭도 14m나 되어 자얀데강에 놓인 다리 중 가장 길고 크다.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아래층은 댐 겸 수로로 위층은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차량통행은 불가능한 보행자 도로다. 다리 서쪽 편에 20개 이상의 방이 만들어져 있고, 일부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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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 북쪽에서 내려 2층 도로를 따라 다리를 건넌 다음 1층 수로를 따라 다시 건너온다. 1층 수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것은, 갈수기로 강에 물이 없기 때문이다. 1층 수로보다는 2층 도로에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들은 길을 걸어가기도 하고, 아치에 모여 주변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시오세 다리는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1/3,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온 사람이 1/3, 강을 건널 목적으로 온 사람이 1/3쯤 되는 것 같다.

다리는 돌과 벽돌을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400년 이상 끄떡 없이 유지되어 왔다. 건축학적으로도 교각, 정자와 방, 상판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다리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오스타드 후세인 바나(Ostad Hussein Banna)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스타드의 아들 무함마드 레자도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를 만든 유명한 건축가다. 시오세 다리는 북쪽의 이슬람 지구와 남쪽의 아르메니아 지구 줄파(Julfa)를 이어주는 다리다. 그래서 줄파 다리로 불리기도 한다. 

낮에 황실 바자르에서 생긴 일

황실 바자르
 황실 바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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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파한에서 가장 큰 바자르는 이맘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황실 바자르이다. 궁전과 사원 그리고 이맘광장을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황실 바자르에 들르게 된다. 그것은 왕궁과 사원을 제외한 2층 건물이 상가들이 입주한 바자르이기 때문이다. 1층은 물건을 파는 소매상이 입주해 있고, 2층에는 작업장과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같은 관광객은 1층만 둘러보면 된다.

우리는 1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바자르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맘 마스지드 앞에서 일행과 헤어져 1시간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우리는 바자르 남동쪽에서 시작,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 예정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상점이 금은과 보석을 파는 금은방이다. 아내는 그곳에서 터키석이 박힌 은팔찌를 하나 산다. 30달러라고 하니 싼 편이다.

화려한 도자기
 화려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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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법랑 제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법랑이란 금속 위에 유리질 유약을 발라 무늬를 낸 일종의 자기(磁器)다. 그리고 도자기도 눈에 띈다. 법랑은 실용적이고, 도자기는 예술적이다. 그런데 그 예쁜 법랑 자기를 내리려다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책상 위로 떨어져 깨지지는 않았으나, 책상에서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우리는 그 값을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 29달러라고 한다. 사지도 못하고 만져보기만 하다 생긴 일이라 난감하기만 하다. 별 수 없이 29달러를 물어주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 양쪽으로 길게 뻗은 동쪽 바자르로 간다. 이곳은 생활용품과 식품 전문상가다.

향신료와 약재
 향신료와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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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식료품을 파는 상가가 많다. 그리고 향신료와 약재를 파는 상가도 보인다. 우리는 식료품을 살 일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눈으로 보면서 빨리 지나간다. 드디어 우리는 광장 북쪽 바자르에 이른다. 카이세리에 성문 양쪽에 형성된 북쪽 바자르에는 의류제품이 많다. 기성복을 파는 상점이 주를 이루지만, 옷을 맞춰주는 양복점도 보인다. 이곳에는 레스토랑도 여럿 보인다.

우리는 이곳에서 서쪽 알리 카프 궁전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곳에 금속공예품 상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바자르를 찾는 사람들은 카이세리에 성문에서 북동쪽 자메 마스지드로 이어지는 대바자르(Great Bazaar)를 따라가기도 한다. 서쪽 알리 카프 궁전 좌우로 형성된 바자르에는 황실에 공급하던 금세공품과 동제 생활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많다.

금세공품
 금세공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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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카프 바자르 예술단지(Artistic Complex)라는 대형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의 금속공예품 수준이 상당히 높다. 모양도 훌륭하지만 양각으로 만들어진 문양도 기가 막히다. 주전자, 향로, 화병 등이 보인다. 나는 금세공품은 못 사고 동제품을 하나 산다. 값이 20달러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방짜 형식으로 만든 주전자인데, 진짜 방짜로 보이진 않는다.    

밤에 다시 찾은 이맘 광장

이맘광장 야경
 이맘광장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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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부터 이스파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쉬라즈와 야즈드에서 날씨가 맑고 좋았는데, 이스파한에서는 구름이 많은 편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갈 때쯤에는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린다. 우리는 호텔에서 가까운 식당까지 걸어가 저녁을 먹고 걸어서 돌아온다. 비가 와서 칙칙하기는 하지만 겨울 가뭄이 심한 이 지방에는 단비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맘광장에 가 궁전과 마스지드 그리고 바자르 야경을 사진에 담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주간 모습보다는 밤 풍경이 훨씬 아름다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면 제대로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나는 호텔로 돌아와 글도 쓰고 사진도 정리한다. 밤 12시가 넘어 창밖을 보니 비가 그쳤다.

이맘 마스지드 야경
 이맘 마스지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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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옷을 입고 호텔을 나서 이맘광장으로 향한다. 아침에 한 번 갔던 길이고 지도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 중간에 공원에서 건축가 오스타드 알리 아크바르(Ostad Ali Akbar) 동상을 만난다. 17세기 건축가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자료를 보니 1630년 알리 카프 궁전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나와 있다. 오스탄다리(Ostandari) 거리를 지나며 보니 차량 운행도 거의 없다.

이 길에서 동쪽으로 난 포시트 맡박(Posht Matbakh) 골목길을 따라가면 이맘광장이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이맘 마스지드다. 광장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어 사진을 찍으면 반영이 어느 정도는 나온다. 대단한 행운이다. 이제는 광장 가운데로 가면서 동서 양 방향에 있는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와 알리 카프 궁전을 살펴본다.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 야경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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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돔이다. 돔이 반영되는 모습이라니. 이것도 환상이다. 건너편 알리 카프 궁전은 돔이 없이 네모난 건물이다. 이것 역시 반영이 정말 아름답다. 1/2층의 타일 장식과 3/4층의 목재 기둥 베란다가 멋진 대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이맘 마스지드와 알리 카프 궁전을 함께 넣은 사진도 멋있다. 그리고 이맘 마스지드와 세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를 함께 넣는 사진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들 세 건물을 넣은 사진도 찍어본다. 낮이라면 장애물로 인해 그런 구도가 불가능한데 밤이고 반영이 되니, 정말 멋진 사진이 된다. 북쪽의 카이세리에 성문도 낮보다는 훨씬 웅장하고 멋지다.

알리 카프 궁전과 이맘 마스지드
 알리 카프 궁전과 이맘 마스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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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카이세리에 성문에서 다시 남쪽 이맘 마스지드로 돌아오면서 건물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잔디밭에서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 이맘 마스지드, 알리 카프 궁전을 넣어 사진을 찍어본다. 반영은 없지만 이 사진도 훌륭하다. 이 세 개의 건축물이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바자르 2층 아치에 밝힌 불이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마침 셰이크 로트폴라 마스지드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빛 속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실루엣도 예술이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던 알리 카프 궁전의 4/5층 베란다 내부 골조와 5/6층 뮤직홀의 외관도 잘 보인다. 비가 와선지 이맘 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나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시간 동안 나는 이맘광장의 야경과 밤 분위기를 마음껏 즐긴다.

돔과 실루엣
 돔과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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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가는 일도 걱정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걸어서 15분이면 가니까. 옛날에 폴란드 크라쿠프 아경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버스를 타고 45분 걸려 크라쿠프 시내로 나간 다음, 야경을 1시간 보고 밤 11시 30분에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돌아오느라 정말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와 같은 불안과 초조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야경을 찾는 이유가 있다. 낮에 보았던 풍경과 다른 모습을 밤에 보게 될 때 여행의 기쁨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태그:#하주 다리, #시오세 다리, #황실 바자르, #이맘광장 야경, #마스지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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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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