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6월 25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나', '선물보따리 눈물보따리'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해 6월 25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나', '선물보따리 눈물보따리'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영남지역 언론들의 의제는 두 부류다. 공항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부산·경남지역은 김해신공항을 새 정부가 추진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고, 이에 질세라 대구·경북지역은 통합 대구공항 건설을 주문하고 나섰다.

[부산·경남] 선거 끝나자마자 '김해신공항 약속' 다짐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해 <국제신문>이 발 빠르게 나섰다. 선거가 끝나고 이틀 만인 11일 사설에서 김해신공항 문제를 화두로 끄집어냈다. '김해신공항 등 지역현안 새 정부서 차질 없어야'란 사설 제목이 심상치 않다. 지난 두 정부(이명박-박근혜) 기간 내내 옥신각신하다 무산된 신공항 문제를 다시 들고 나선 것 때문이다.

사설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관심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공약에 쏠리고 있다"면서 "김해신공항은 부산뿐 아니라 동남권의 공통 이익이 걸린 공약이라 추진하는 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자신했다.

그런가 하면 사설은 "특히 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을 남북통일에 대비한 유라시아 철도의 연결 거점으로 삼겠다는 장기계획까지 밝힌 터라 차질없는 사업 진행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쐐기를 박았다.

[대구·경북] "문 대통령, 통합 대구공항 약속 지켜라" 재촉

대구·경북지역에선 <매일신문>이 15일자 1면과 3면에 대구공항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신문은 이날 1면 '문 대선 공약 '통합 대구공항 이전' 기대'란 제목의 톱기사와 3면 '문 대통령, 대구 찾을 때마다 약속·공약집에도 명시를'이란 톱기사 등에서 집중적으로 공항 문제를 제기했다.

신문은 특집기사를 통해 "대구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구를 찾을 때마다 지역 대선 공약으로 통합 대구공항을 가장 먼저 언급한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대선 공약 사업은 정부의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우선하여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문은 "문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시의회를 찾아 '대구와 경북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통합 대구공항 이전을 지원, 지역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이어 '통합 대구공항 교통망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라고도 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주문도 덧붙였다. 이참에 "대구시는 대선이 끝난 만큼 지난 2월 말 경북 의성군 등 2곳의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이후 다소 더디게 돈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의 시곗바늘을 정상 속도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물거품 신공항, 민심 '두 동강'

그러나 그동안 영남권은 신공항 건설 문제를 놓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두 쪽으로 갈리며 극심한 지역갈등과 반목현상을 빚어온 지역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연거푸 백지화된 뼈아픈 지역 현안이란 점에서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부터 언론이 다시 과열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기존에 주장해 왔던 똑같은 방식의 신공항은 아니더라도 동시에 두 지역에서 공항 문제를 들고 나선 것은 공항을 둘러싼 양 지역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권 초반에 기선을 잡으려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부터 검토가 시작됐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에 넣고 30대 국책사업으로 덜컥 선정해 버렸지만 이때부터 신공항은 화약고가 되고 만다.

이후 영남권 신공항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두 곳이 후보지역으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은 유치를 위해 지역간 극심함 대립경쟁 구도로 치달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2011년 4월 '환경 훼손'과 '경제성 미흡' 등을 내세워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하고 말았지만 두고두고 양 지역민들의 앙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한 앙금이 한동안 잠잠해지는가했으나 2012년 대선 때 다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화약고에 불을 던지고 말았다. 대선과정에서 신공항 재추진을 약속한 데 이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신공항 사업 재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앞 정권에서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내세운 당위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언론들, 신중한 의제설정으로 불열·갈등 조장 말아야

그로부터 양 지역은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면서 더욱 극심한 대립과 반목으로 두 동강이 났다. 그러더니 박근혜 정부는 입지 선정과 관련된 공정성 시비를 피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워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맡겼다. 두 정권에 걸쳐 신공항을 약속한 바람에 영남지역 민심은 공항건설 입지 후보지 선정과정을 놓고 극심한 갈등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는 대신에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정하며 어물쩡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대선 공약이 지역간 갈등과 대립만 부추기고 말았지만 가타부타 치유책이나 갈등 봉합대책 없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무려 10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평가항목·배점 등 기본 원칙도 공개하지 않아 갈등과 혼란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는 따가운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문제는 총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해 마치 곧 건설이 이뤄질 것처럼 소문과 말잔치로만 떠돌다 말았다. 그러더니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 지역언론들은 다시 공항문제를 끄집어 들고 나섰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타당성 조사와 예산반영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더욱이 그동안 영남권 신공항은 건설의 타당성이나 사업의 수요성 여부 보다 선거철만 되면 표심의 유불리만 따져 정치권이 경쟁을 부추겨온 사안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신공항을 볼모로 영남지역 민심을 분열해놨다는 비판은 수 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 복잡한 현안을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끄집어내어 다시 분열과 갈등의 구도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자칫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거나 앞선 두 정부처럼 분열과 갈등만 야기하다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한 지역언론의 의제설정과 보도자세가 요구된다.


태그:#영남권 신공항, #통합 대구공항, #지역갈등, #공약무산, #신중한 보도자세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