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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거시기와 머시기를 넣어 갖은 한약재에 끓여낸 이색별미 우삼탕이다.
 황소의 거시기와 머시기를 넣어 갖은 한약재에 끓여낸 이색별미 우삼탕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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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송정리에는 참 별난 음식이 있다. 황소의 거시기와 머시기로 요리한 음식이다. 이름 하여 우삼탕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즐겨먹었다는 이 음식은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도대체 어떤 음식일까, 자못 궁금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맛보기로 내온 선지국이 조급한 내 마음처럼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어오른다. 탕 요리에 반찬도 걸다. 꼬들꼬들한 꼬시래기 초무침과 보랏빛 국물이 예쁜 토종갓김치에 곰삭은 파김치 등 8찬이다.

이곳 식당(송정리 전남식당)은 70년 된 고가옥으로 정겨움이 묻어난다. 음식업 33년째 이곳에서 영업 중이다.

황소의 특수부위 우신 우랑 우피로 끓여낸 '우삼탕'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즐겨먹었다는 우삼탕은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즐겨먹었다는 우삼탕은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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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탕이다. 언뜻 보면 진한 삼계탕이 연상되는 비주얼이다. 한술 떠먹어보니 흡사 삼계탕 맛이다. 그러나 내용물은 인삼과 닭고기가 아닌 소의 특수부위인 우신, 우랑, 우피가 들어갔다. 인삼과 대추, 울금, 감초 등 한약재도 듬뿍 들어갔다.

우신의 식감은 도가니와 흡사하다. 우피는 쫄깃한 게 수구레 맛이다. 고소한 맛의 우랑은 삶은 달걀의 느낌이 약간 있다. 갖은 한약재에 찹쌀과 함께 끓여내 몸보신에 아주 그만인 음식이다.

송정리 전남식당의 메뉴, 우삼탕 한 그릇에 2만원이다.
 송정리 전남식당의 메뉴, 우삼탕 한 그릇에 2만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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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탕에 대해 주인아주머니(46.이은아)에게 자세히 알아봤다. 조선시대 궁에서 임금이 드시던 궁중음식이란다.

"소 우, 인삼 삼, 그래서 우삼탕이거든요. 삼계탕 친구쯤 된다고 생각하면 돼요. 닭고기 대신 소의 미자를 넣어요. 소 세트(황소 특수부위)가 다 들어가요. 궁중에서 먹는 음식인데 세종대왕이 많이 좋아 하셨대요. 저희 집에서는 1984년부터 33년째 하고 있어요."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소뼈를 이틀에 걸쳐 삶아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이른바 으뜸 보신탕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에요. 한약재를 넣어 삶아요. 고기를 따로 삶고 소뼈를 따로 삶아요. 섞어서 육수를 만들어요. 고기는 서너 시간, 소뼈는 이틀 넘게 삶아요."

황소 우신 우피 우랑이 들어가는데 언뜻보면 우랑은 달걀과 흡사하다.
 황소 우신 우피 우랑이 들어가는데 언뜻보면 우랑은 달걀과 흡사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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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탕 기본 상차림이다. 반찬도 걸다.
 우삼탕 기본 상차림이다. 반찬도 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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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니 별 거부감 없이 맛있다. 처음 맛본 이들도 대체적으로 잘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음식에 들어간 내용물을 나중에 안 일부 손님들이 경악을 하기도 한단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집에서 고와 드렸던 음식이에요. 처음에는 곰탕하고 비빔밥을 했어요. 그런데 색다른 것을 해보자 해서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먹고 나서 내용물을 알고 나면 악을 쓰는 분들도 있어요."

정성으로 고와낸 국물이 입에 쩍쩍 붙는다. 기분 탓일까, 먹는 도중에 언뜻 몸에서 반응이 느껴진다. 제법 먹음직하다. 기가 허하다 싶은 분들, 올 여름 몸보신 음식은 우삼탕이 어떨까.

후식은 쑥차다. 가을 쑥에 감초와 구기자 오미자 대추 등을 넣어 반나절을 끓였다. 차라기보다는 이것 또한 보약 한 첩 먹은 느낌이다. 은은하고 진한 쑥차 한잔에 기분마저 좋아진다. 우삼탕과 쑥차의 어우러짐이 참 좋다.

33년 전통의 광주 송정리 전남식당이다.
 33년 전통의 광주 송정리 전남식당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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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우삼탕, #황소 거시기, #보양식, #전남식당,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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