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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대선후보 원탁토론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토론회가 25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손석희 앵커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JTBC 대선후보 원탁토론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토론회가 25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손석희 앵커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권력은 TV속에서 나온다?'

의례히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인터넷 이용이 갈수록 대중화되면서 텔레비전 영향력이 예전만은 못하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TV토론과 TV를 통한 광고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용된다.  

국민의 열망을 담은 촛불혁명으로 성사된 조기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지금도 TV토론이 연일 주된 화두거리다. 언론과 정치권, 유권자들은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TV토론을 통해 상호 비교하면서 호불호를 논하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TV토론의 시청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3차 대선후보 TV토론의 시청률은 무려 38.5%에 달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처음 실시하고 있는 스탠딩 토론방식에 대한 비판과 매끄럽지 못한 시간총량제 및 자유토론 진행방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선거여론 흐름의 주도권을 놓칠세라 신문들이 TV와의 전쟁이라도 벌일 태세로 TV토론에 대해 일제히 공세를 가하고 나선 양태가 흥미롭다. 19대 대통령선거를 2주일 앞둔 지난 25일 주요 일간신문들은 사설에서 TV토론의 문제점을 동시에 의제로 삼았다. 굳이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무얼 말하려는지 제목에서 묻어난다.

주요 일간신문들 일제히 사설서 TV토론 맹비난, 왜?

국민 부끄럽게 한 '역대 최악급' 대선 토론회 <조선>
오늘 밤 TV토론도 봉숭아 학당 만들 것인가 <중앙>
최악의 '5자 중구난방', 문-안 양자토론 누가 피하나 <동아>

헐뜯기 경쟁하려면 후보 TV토론 그만두라 <경향>
TV토론 퇴색시킨 '색깔론'의 망령 <한겨레>

<조선일보>는 이번 조기대선을 앞둔 TV토론을 '최악의 대선 토론회'라고 일갈했다. <동아일보>도 '말싸움 경연장'이라고 혹평했다. <중앙일보>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치러지는 졸속 대선'이란 표현과 함께 TV토론을 '봉숭아 학당', '초등학교 반장선거' 등에 비유했다.

보수신문 뿐만 아니라 진보신문들도 여기에 가세한 점이 이채롭다. <경향신문>은 "알맹이도 품격도 없이 유권자 부아만 돋우는 이런 식의 토론을 계속할 거라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지난 3차 토론은 '색깔론'으로 덮였다"고 평가했다. 

조기에 속도를 내면서 치러지는 대선이기도 하지만, TV토론 방식이 그동안 미국 등 외국에서 주로 보아왔던 자유로운 스탠딩 토론형식이 도입되면서 익숙하지 않은 탓도 크다. 그래서 그런지 실망과 비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낯선 토론방식도 문제지만 자유토론 시간에 정책과 이슈에 대한 소신・철학을 어필할 수 있는 논쟁보다는 해묵은 색깔론과 날선 이념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가 잦은 것도 날선 비판거리를 제공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중대한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정보를 좀 더 정확히 알리고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선거보도와 TV토론이 해묵은 색깔논쟁을 부추기거나 미디어 간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촛불민심에 반하는 태도다.

방송토론 제대로 알고 문제점 따져 대안 제시해야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TV토론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데 급급하지 말고 언론은 좀 더 정확히 유권자들에게 TV토론을 이해하도록 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차분히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는 태도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우선 TV토론에 관한 법적 규정과 구성 요소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기간 중 방송토론은 '공직선거법' 제82조의 2, 제82조의3 및 '정당법' 39조 등에 의해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하는 선거방송토론회와 '공직선거법'제82조에 의해서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개최하는 선거방송토론회로 구분된다.

선거방송토론은 후보자 대담 및 토론회를 포함하며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에 3회 이상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방송 토론은 3대 요소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그것은 공정성, 유용성, 흥미성이다. 공정성은 공직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에게 합리적 기준에 의한 참여기회를 주었는지,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자에게 발언순서, 발언시간 등을 균등하게 주었는지 등을 규정하는 것이다.

유용성은 토론회가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 등 정보를 제공하는데 유용한지, 토론회가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판단의 근거 역할을 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흥미성은 토론회가 국민적 이슈(주제)를 잘 제기하고 있는지, 토론회 진행이 역동성과 생동감이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초청대상' 3회, 그 외 후보자를 대상으로 1회, 총 4회 개최하는 등 방송사별 초청 토론회를 동시에 개최하고 또 허용하고 있지만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선거방송 토론의 3대 규성요소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데서 일차적으로 기인한다.

공정성과 유용성, 흥미성을 갖추도록 사전 충분히 준비돼야 하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방송 토론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뢰도・공정성 추락한 공영방송 주도 토론, 공정성 시비

더구나 방송토론회가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를 통해 전국에 늘 동시 생중계하도록 주도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만의 원인이다. 두 공영방송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 정책으로 인해 신뢰도가 전례 없이 추락하고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누누이 받아 온 터다.

권력의 편에 서서 편향적 보도를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방송사들이 선거과정에서 후보들 간 토론의 주도권을 갖도록 한다면 어느 누가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유용성과 흥미성도 중요하지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의 태도는 공정성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선거방송토론은 헌법 제116조에 근거하는 선거공영제의 일환으로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따라 개최되는 중요한 선거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정견·정책토론을 통한 정책선거 구현에 이바지하며'공직선거법'제1조에 명시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선거방송토론이 선거운동 방법 중의 하나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제13대 대선부터지만, 실제로 이 선거법에 따라 최초의 후보자 TV토론이 이뤄진 것은 1995년에 치러진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부터 시작됐다. 그 후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한시적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토론회를 주관하여, 일정한 초청요건을 충족시킨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총 3회, 나머지 후보들을 대상으로 1회의 TV토론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공영방송사가 주관한 대선 후보자 토론의 중립성 문제와 기계적 진행방식 등 공정성이 늘 논란이 돼왔다.

후보자 TV토론은 정책선거를 촉진하고 정치와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의지를 고취·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취지였음에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온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토론회를 주관하는 방송사의 후보별 토론의 진행방식과 사회자의 진행태도 등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성급한 스탠딩 방식 도입, 부작용 사전 보완했어야

이번 19대 대선 후보자 TV토론도 법에 규정한 공정성과, 유용성, 흥미성을 갖추어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유도와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지만,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성급한 토론진행 방식의 변경 결정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번에 도입된 스탠딩 토론방식은 양자간 자유토론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선 TV토론에 활용돼 온 제도다. 그런데 다자간 토론으로 진행된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시간총량제와 자유토론에 이어 스탠딩 방식까지 적용한 것은 다소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미래비전 경쟁보다 감정싸움을 부채질하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을 받는 등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충분한 시뮬레이션 등을 거친 후 신중한 도입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성급하게 서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째는 후보자 TV토론의 사회자 진행과 질문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다자간 지유토론 과정에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나 쉽게 흥분하여 토론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자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 분위기를 정책대결로 이끌어야 할 사회자의 진행태도도 문제지만 유권자 중심의 구체적인 질문들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사회자는 정해진 주제 내에서 쟁점 위주의 구체적인 질문을 정확히 숙지하여 후보자들 간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 중심 TV토론, 공정성・유용성・흥미성 갖춰야

셋째는 국민 참여의, 국민 중심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이뤄져야 함에도 특정 방송사 중심의 후보토론회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정해야할 후보 토론회가 공영방송사들이 지배하는 토론회로 진행된다면 공정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적극 유도하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언론사 주최 토론회가 활성화돼야 한다.

넷째는 후보자의 발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 등 영상기술의 보완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이슈를 놓고 후보자들 간 공방이 벌어졌을 때 주장한 내용들에 대한 신속한 팩트체크 기능을 통해 후보자들 발언의 진위를 유권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일 'JTBC 대선토론'은 스탠딩 방식을 탈피해 사회자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원탁에 앉아 진행하고, 실시간 팩트체크를 실시했다는 점은 이러한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다른 방송사들은 스탠딩 자유토론 방식을 도입하면서 정책 없는 감정싸움이나 고리타분한 색깔논쟁을 국민들이 바라보며 큰 실망에 휩싸일 것이라곤 사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이러한 다각적인 개선과 노력을 통해 후보자 TV토론회가 더욱 내실화되고 활성화 될 수 있다. 선거방송토론이 공정성과 유용성, 흥미성을 모두 갖출 때 그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후보 TV토론이 특정 방송사가 지배하는 토론이 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유권자 중심의 토론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선 방송토론#대선 TV토론#공영방송#공정성#선거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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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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