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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로운 것들의 어머니는 모든 오래된 생각들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성경 구절과 <논어>의 '온고이지신(溫故知新),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진리다. 삶의 지혜나 문명의 발달은 결국 모든 경험의 축적과 실패를 극복한 결과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과학의 발달을 가져왔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꾸면서 비행기를 발명하고 우주선을 개발해 다른 행성을 탐험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싶다는 욕망이 인터넷의 발달을 가져왔을 것이다. 호기심, 상상력, 실험정신, 더 편리한 방법 찾기, 실패 되짚어보기 등은 과학을 발달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리씽크> 오래된 생각의 귀환
<리씽크> 오래된 생각의 귀환 ⓒ 샘앤파커스
<리씽크>(Re :think)는 과학과 인간 문명 전반에 걸쳐 발전을 거듭해 온 밑바탕에 오래 된 생각의 재발견이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오래된 생각은 어떻게 현대에 적용되고 있을까. 이라크에서 현대 무기를 능가한 것은 기마전이었다고 한다. 손자병법의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한다'는 말을 적용한 경우라고 본다. 허를 찌른 사막의 게릴라 작전이 그대로 먹힌 경우다.

냉동식품을 발견한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우는 흥미롭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생명을 잃었기 때문이다. 베이컨은 단순하고 엉뚱한 호기심 때문에 냉동식품을 발명했다. 얼음이나 눈을 채워 고기를 보관하는 방법은 베이컨 이전 누군가가 어디선가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베이컨의 발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야 현대 냉동식품의 개척자인 클래런스 버즈아이가 그 오래된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법은 현대 비즈니스에서 활용되고 있다니 죽음이 헛되지 않은 걸까.

'1626년 4월, 런던 북쪽에 있는 하이게이트에는 눈이 높이 쌓였다. 반세기 전에 나온 존 오브리의 <짧은 전기들>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프랜시스 베이컨은 왕실 의사와 함께 마차를 타고 가다가 불현 듯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얼음으로 고기를 보존하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고기를 소금 속에 재우듯 눈 속에 묻으면 오래 보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이컨은 실제로 가능한지 당장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마차를 세우고 어느 집에 들어가 닭을 한 마리 잡아달라고 요청한 다음 죽은 닭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몸통에 눈을 채웠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 과정에서 심한 추위에 노출되는 바람에 며칠 후 폐렴으로 죽고 말았다. 어쨌든 문제의 닭은 성공적으로 보존되었다. 베이컨이 냉동식품을 발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누구도 냉동식품에 관심이 없었다.' -90쪽

하루라도 손에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해진 컴퓨터와 휴대폰은 어떻게 손쉽게 사용하게 되었을까. 컴퓨터는 원래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됐다. 컴퓨터 일반화의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그래스 호퍼라는 해군 여성 중위다. 복잡한 컴퓨터 언어를 단순화한 자동 프로그래밍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편견과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 지금의 편의를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1951년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는 사람에게 익숙한 지시어를 기계어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인 '컴파일러'를 최초로 개발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의 획기적인 혁신을 이룬 그녀에게 돌아 온 것은 '찬사가 아니라 의혹과 불신' 거센 반대였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태블릿, 휴대폰, 노트북의 직관적인 사용성을 칭송한다. 컴퓨터는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반세기 전만 해도 첨단 기술업계는 끔찍하게 복잡한 방식을 지키고 싶어 했고 컴퓨터 활용법을 민주화하는데 저항했다. 반항적인 선구자이자 전설적인 인물인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아이폰도, 소셜 미디어도 없을지 모른다. - 114쪽

컴퓨터 스스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조합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일반 경영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우리들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호퍼의 앞선 생각은 경영진이나 상사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녀는 경영자를 열심히 설득해야만 했다.

"모두가 컴퓨터는 산술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는 없었죠. 실제로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할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 116쪽

첨단 기술의 맨 앞에 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그녀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사실마저 불리한 조건이 됐다. '초기 컴퓨터 산업은 성차별과 파벌 싸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호퍼는 영어만이 아니라 다중언어 컴파일러에도 관심을 가지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컴파일러를 만들어 경영진에게 시연을 했다고 한다. 자본가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많은 이윤을 얻으려 기술을 독점하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의 원대한 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호퍼는 경연진에게 시연할 목적으로 원할 경우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내지 독일어로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컴파일을 만들었다. 이 세 가지 언어라면 무엇이든 같은 기계어로 번역되었다. 가령 'IF GREATER GO TO OPERATION 1(값이 더 크면 연산 1로 갈 것)'이라는 명령은 'SI PLUS GRAND ALLEZ A1'이나 'WENN GROSSER GEHEN ZU BERDLENUNG1'과 같았다. 그러나 경영진은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보기에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컴퓨터를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프로그래밍 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호퍼는 앞으로는 영어로만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 118쪽

책에서는 이전에 틀렸다고 생각하던 이론이나 비상식적인 것들도 새로운 발견의 원천이 된다고 소개한다. 오래 전 틀린 이론이라고 배웠던 라마르크의 생물학 이론이나 과학이론이 재조명되고 바른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심지어 미신처럼 여기는 범신론의 부활 조짐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노벨상을 받을 만한 저명한 과학자를 통해서 말이다. 어쨌든 좀비론과 음모론이 되살아나기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생각의 귀환이 가져오는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다.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는 이미 알고 있던 다양한 지식과 생각을 되짚어보는 데서 싹튼다는 저자의 생각이 흥미를 유발하기는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모든 편견을 배제하고, 모든 생각들에 접근해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모든 시작이 출발점은 단순했고 꿈을 꾸는 데서 비롯되었다. 리 씽크는 모두가 쉽게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독자들도 오래된 생각의 바다에 풍덩 빠져 새로운 미래를 위한 보물을 발견해 보시라.

"지금은 숨겨져 있는 진실이 지적 능력과 오랜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뻔한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었는지 후대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때가 올 것이다." - 세네카 361쪽

덧붙이는 글 | 리씽크 / 스티븐 폴 지음. 김태훈 옮김/ 샘앤파커스/22,000



리씽크_오래된 생각의 귀환

스티븐 풀 지음, 김태훈 옮김, 쌤앤파커스(2017)


#오래된 생각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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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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