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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산불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맞불을 놓고 있다. 당시 35만 에이커가 넘는 면적이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사진출처: 미연방소방국)
 2007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산불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맞불을 놓고 있다. 당시 35만 에이커가 넘는 면적이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사진출처: 미연방소방국)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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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림청(U.S. Forest Service)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에서는 7만5천여 건의 산불이 발생한다. 원인은 대개 방화, 담뱃불, 캠프파이어, 불꽃놀이 등이며 10건 중 9건이 사람의 실수나 고의에 의한 것이다.   

산불화재는 바람과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화재를 진압하는데 많은 시간과 위험을 동반한다. 만약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수많은 이재민과 상상을 초월하는 면적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산불을 전문적으로 진압하는 소방대원이 있다. 바로 스모크점퍼스(Smoke jumpers)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산불화재가 난 곳으로 직접 낙하해 화재를 진압한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상황판단과 노련함이 요구되는 직업인만큼 임무 수행 도중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애리조나 산불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애리조나의 거센 화염은 무려 19명이나 되는 베테랑 소방대원들의 목숨을 한 번에 빼앗아 갔다.

지난 2013년 애리조나 산불로 목숨을 잃은 19명의 산불진압 소방대원들 (사진출처: FOX 31 뉴스)
 지난 2013년 애리조나 산불로 목숨을 잃은 19명의 산불진압 소방대원들 (사진출처: FOX 3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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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스모크점퍼스는 약 270명 정도다. 주 근무지는 아이다호, 오리건, 몬테나, 캘리포니아 등 국립공원과 산악지대가 위치한 곳이다.

하늘에서 지상의 불 속으로 뛰어드는 스모크점핑(Smokejumping)은 산불화재를 신속히 진압하기 위해 1934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9년부터 스모크점퍼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고, 1981년에는 최초의 여성 스모크점퍼도 등장한다.

한 여성 스모크점퍼가 사진촬영을 위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 미국 토지관리국)
 한 여성 스모크점퍼가 사진촬영을 위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 미국 토지관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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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점퍼스는 미국 산림청(U.S. Forest Service)과 토지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소속으로 일부 정규직원들이 있으나 대다수는 계약직 신분으로 산불화재 시즌인 6월부터 10월까지 고용되고 시즌이 지나면 계약이 만료되는 형태로 근무한다.

결코, 안정적이지도 않고 편안한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연을 지키려는 '상남자'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매년 모집하는 신입반(Rookie Class)에는 150여 명 정도가 지원하는데 합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해에는 14명만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산불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신입직원들과 기존 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된다. 점프 타워에서 내려오는 훈련, 낙하산이 나무에 걸렸을 경우를 가정해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훈련, 숲속에서 2일간 버티는 생존훈련 등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한 스모크점퍼가 낙하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국 스모크점퍼 협회)
 한 스모크점퍼가 낙하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국 스모크점퍼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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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산불시즌이 시작되면 하루에도 서너 건의 출동은 기본이다. 근무시간과 장소가 불규칙한 것도 하나의 애로사항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상해 오리건에서 점프하고 다음 날 다시 다른 곳에서 퇴근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스모크점퍼스는 분명히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위험하면서도 외로운 길을 걷는 그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울창한 국립공원과 산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들은 안전한 미국을 만들어 가는 또 다른 소중한 자원이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미국 산불화재, #SMOKEJUM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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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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