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낮 나가사키시 마츠노모리텐만구(松森天満宮) 신사를 찾았습니다. 보통 일본에서 텐만구 신사는 츠가하라(菅原道真公, 845.8-903.3)를 모시는 신사로 학문의 신입니다. 이런 신사에는 공부하는 학생이나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합격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마츠노모리텐만구 신사 역시 다른 곳과 비슷하게 츠가하라를 주신으로 모신 학문의 신사였습니다. 다만 다른 신사와 다른 것은 모든 일을 신성하게 여기고 그들의 무사안전과 성공을 기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나가사키시 마츠노모리텐만구 신사는 신사 본전 둘레에 나무 담을 처놓고 담 위쪽에 사람들이 하는 여러 일들을 나무 판에 새겨놓았습니다.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복을 기원하고 행복을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량(閑良)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한량은 관직이 없이 한가롭게 먹고 노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젊으나 늙으나 몸이 건강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굳게 박혀 있습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신사에서 차별 없이 모든 일에 복을 빌어준 덕분인 것 같습니다.
나라가 다르면 제도가 다르고 사람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한량이라는 말이 똑같이 쓰여야 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일본에 한량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비슷한 뜻을 가지 말도 그다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도 3디(D) 직종이라고 해서 위험하고(dangerous), 따분하고(dull), 더러운 일(dirty)은 꺼려합니다. 요즘 대표적인 일이 도후쿠 전력 방사능 사고현장에서 일하는 일이 그렇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그 일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신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이런 신사를 만들었고, 일하는 사람들은 신사의 기원과 도움으로 만족을 얻었습니다.
나가사키시 마츠노모리텐마구 신사는 다른 텐만구 신사처럼 공부의 신을 모셔두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신의 도움과 복을 기원합니다. 공부는 모든 일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공부 신이 모든 일의 축복을 기원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합니다.
나가사키시 마츠노모리텐마구 신사는 옆에 있는 스와 신사처럼 큰 신사는 아닙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이지만 기원하는 목적과 역할이 다르니 각각 남아있나 봅니다.
참고누리집> 마츠노모리신사, http://www.matsunomori.com, 2017.3.1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