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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체 와인분수 유명한 스페인 와인
이라체 와인분수유명한 스페인 와인 ⓒ 임충만

'스페인 와인' 'Vino'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와인분수에서 와인을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선다. 포도재배 면적은115만헥타르로 세계 최대. 와인 생산량은 34억L로 세계 3위인 스페인이지만 와인분수는 일정량이 정해져 있으니 꼭 뒤에 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너무 많은 양의 와인을 담아가지 않는 센스 발휘를 부탁드린다. 오늘 출발이 늦었는데도 다행히 와인이 남아 있어 맛 보고 어느 정도 페트병에 채웠다.

와인분수 옆에는 와인 박물관도 있었으나 비수기라 그런지 열리지는 않았다. 와인은 신석기인 BC 9000년부터 사람들이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로마시대 때 유럽 전역과 영국 및 지중해 지역에 포도밭을 만들고 와인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영어로는 'wine' 스페인에서는 'vino'라고 불린다. '신의 물방울'이라고 부를 정도로 와인은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

와인분수 덕분에 오늘 하루만큼은 순례길을 걷다가 목이 마를 때 와인을 마시며 걸을수 있었다. 사실 와인을 좋아하지도 않고 한국에서는 마실 기회가 자주 있지도 않거니와 가격도 꽤나 비싸다. 하지만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으면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잦았다. 물만큼 저렴한 와인 가격과 맛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포도밭이 넓고 와인이 많고 값싸다고 해서 제조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순례자들을 위해 와인분수가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배려가 순례길을 더 즐겁게 만들고 와인을 맛좋게 해줬다. 이렇게 산티아고순례길은 그냥 걷는 길이 아니라 구간마다 재밌는 포인트가 있다.

산 산 넘고 산 넘어
산 넘고 산 넘어 ⓒ 임충만

사실 분수라기보다는 수도꼭지에 가까워서 기대보다는 덜 재밌었지만 맛 좋은 와인 덕분에 걸음이 더 즐거웠다. 와인을 보니 문득 색깔 때문인지 헌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건강함 덕분에 88회 헌혈에 참여할 수 있었고 또 이렇게 다시 순례길을 걷고 있는데 소아암 환우들은 암과 싸우며 누군가의 수혈과 골수기증을 애태워 기다릴텐데...

스페인 사람들이 순례자를 위해 와인분수를 준비한 것처럼 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까먹지 말고 헌혈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길 친구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 임충만

날씨는 아직까지 오락가락했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땅이 젖어 있는 곳도 있었고 눈덮힌 산도 있었다. 설산을 봤을 때 혹시 저 곳을 넘어가야 하나 걱정할 때도 있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나갈 수 있었다.

한국인 순례자 '단톡방'

앞서 만났던 승현, 상효 그리고 해인이는 먼저 앞서 가고 있어서 오늘 만날 수 없었다. 승현이는 나중에도 만날 수 없었다. 승현이도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 가기에 자주 볼 줄 알았지만 비행기 일정 때문에 빠른 속도로 걸을 수 밖에 없었고 한 번 차이가 나기 시작하자 볼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승현이는 독일에서 유학중이라 여정이 끝난 후에도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나마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페이스북 친구추가를 했고 한국인 순례자들끼리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궁금할 때 실시간으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같은 숙소에 머물 수 있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현재 상태를 알거나 대화할 수 있었는데 예전 순례자들은 어땠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날씨도 정확히 모를 것이고 옷과 신발도 지금과는 다르게 더 질이 좋지 않을 것이다.

길에서 만나 같이 걷는 사람들과의 연락도 힘들 것이며 한 번 길이 엇갈린다면 다시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참 감사했다.

한국인 순례자 단체 카톡방
한국인 순례자단체 카톡방 ⓒ 임충만

종원이와 준택이 순례자들
종원이와 준택이순례자들 ⓒ 임충만

오늘은 첫 날 만나서 벌써 육일째 같이 걷는 종원이와 같은 학교 동생 준택이, 변호사인 우현이 그리고 순례길이 끝난 후 영국으로 유학가는 성균이형과 함께 걸었다. 하루 2~30km씩 걷는 길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 즐겁기만 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다. 순례길에 가장 사람이 많은 계절은 여름 6~8월이다. 여름 방학도 있어 학생들이 많이 찾기도 하며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이 많이 나지만 겨울과 비교해서는 옷차림이 한결 간소해진다. 또한 모든 생명이 가장 푸를 때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3월초지만 아직 날이 차기 때문에 비수기라 산티아고순례길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심심할 줄 알았다. 첫 날부터 여러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이 많았고 한국인 순례자들도 많아 외롭지 않았다.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고 순례길에 왔는데 막상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특히 같은 나라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우현이 우현이는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군 복무 시작 전 산티아고를 걸으러 왔다
우현이우현이는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군 복무 시작 전 산티아고를 걸으러 왔다 ⓒ 임충만

반가움과 함께 서로 왜 이 길을 걷는지 궁금증도 함께 든다. 그래서 모두에게 물어봤다

종원 :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유럽 여행 위해 알아보다가 순례길 알고 걷고 싶어서 왔어요

준택 : 새로운 세상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도 만나고 도전을 통해 성취감도 얻고 싶어 왔어요

우현 :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그 때부터 꼭 와보고 싶었어요

성균이형 : 유학 가기 전 고민을 많이 했어 ~ 순례길 걷는 동안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길 걷는 동안은 반대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지금 이 길을 걷지 않으면 언제 걸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 걷기로 했어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산티아고순례길을 찾아온 이유는 제 각각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싶고 어떤 사람은 홀로 걸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거나 풍경을 보며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나는 도전을 통해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제까지 배운 외국어로 말해보고 그들의 문화와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걸음을 통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헌혈증을 모아 걸음이 불편한 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한 걸음을 시작했다.

며칠 전 같이 걸었던 사람과 다시는 못 보고 또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지만 오늘은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서 감사하다. 6일 째인 오늘 이제까지 약 150km를 걸었다.

성균이 형애 촬영한 우현,종원,준택,충만 Photo by 배성균
성균이 형애 촬영한 우현,종원,준택,충만Photo by 배성균 ⓒ 배성균

오후가 되니 날이 따뜻하고 맑아졌다.
걷기 좋은 날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덧붙이는 글 | 산티아고 순례길 6일째 날 Los Arcos 도착



#산티아고#순례길#스페인#세계여행#와인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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