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일 낮 나가사키시 다치야마에 있는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설전과 시볼트(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1796.2-1866.10) 특별전(2017.2.18-4.2)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볼트는 나가사키 데지마섬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살 때 그곳에서 살았던 독일 의사였습니다.

          시볼트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 전시된 시볼트 얼굴 사진입니다.
 시볼트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 전시된 시볼트 얼굴 사진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시볼트는 독일에서 의사가 된 다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일하며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에 왔습니다. 서양의사로서 의술을 펼칠뿐더러 데지마에 의학교를 개설하여 일본 사람들에게 의술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본 문물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것들을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시볼트가 수집한 수집품은 민예품을 비롯하여 동식물의 표본 따위 모두 2만 6천 점이 넘습니다. 그는1823년 8월부터 1828년까지 비록 5년간 나가사키 데지마에 머물면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여러 가지 방면에서 활동하였습니다.

1828년 일본을 떠날 때 그가 수집품을 실어 먼저 보낸 배가 조난을 당합니다. 그때 그가 수집한 물건 가운데 일부가 바닷가에 떠내려오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일본 정부에서 반출을 금지한 일본 지도가 발견되어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것을 시볼트 사건이라고 합니다.

당시 시볼트가 수집하여 외국에 보내려한 물건 가운데 홋카이도 지도가 화근이 되었습니다. 그 때 일본 막부에서는 일본 지도의 외국 유출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시볼트는 일본을 비롯한 민감한 홋카이도 지도를 수집하여 가지고 있었고, 측근의 밀고에 의해서 사건이 확대됩니다. 결국 그는 이 일로 일본에 다시 올 수 없게 됩니다.

          시볼트 소장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 전시실입니다.
 시볼트 소장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 전시실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1958년 일본과 네덜란드사이에 통상조약이 체결됩니다. 시볼트는 1859년 다시 네덜란드 무역회사 고문으로 일본에 왔다가, 막부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여러 다른 나라 사람들과 사귀면서 일본 정세를 외국 사람들에게 전했다는 까닭으로 막부의 미움을 받아서 다시 1862년 5월 일본에서 추방당합니다.

이번 전시는 시볼트가 이때 일본을 떠난 뒤 155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시볼트는 1866년, 151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모은 유물을 작품으로 새롭게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수집하여 유럽으로 가지고 간 여러 가지 물건들은 일본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되었습니다. 한때 유럽 독일 뭔헨에 일본 박물관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현재 독일 라이덴에 있는 일본 자료관에 전시 중입니다.

시볼트는 일본에서 수집한 자료의 분류와 전시에 집중하기도 했고, 그 업적으로 독일 정부의 훈장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기초로 유럽에서 일본학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시볼트 수집품 가운데 큰 불상도 있고 작고 종이로 만든 화투도 있습니다. 화투는 처음 포루투갈 사람들이 가지고 온 것으로 나중에 한반도에도 전해졌습니다.
 시볼트 수집품 가운데 큰 불상도 있고 작고 종이로 만든 화투도 있습니다. 화투는 처음 포루투갈 사람들이 가지고 온 것으로 나중에 한반도에도 전해졌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번 특별 전시는 독일 라이덴에 있는 자료 가운데 약 300점을 빌려서 연 것입니다. 이번 시볼트 특별전은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재미가 있습니다. 먼저 시볼트는 의사이면서 박물학을 공부한 학자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가 수집해간 물건들 역시 그림, 불상, 동전, 동식물 표본이나 그림 따위 등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분야가 넓습니다.

또하나 전시 작품을 보면서 시볼트가 활동하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전시의 기술도 활용되었지만 시볼트의 뛰어난 안목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1820년대 번성했던 여러 가지 동식물을 비롯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입니다.

전시품 가운데 조선통보나 베트남 동전도 있습니다. 조선통보는 조선시대 전라도나 경상도 조폐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상인들이 나가사키에 가지고 와서 교류를 했던 흔적입니다. 베트남 동전은 멀리 베트남 상인들과 교류한 흔적이기도 합니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중국의 마조신앙상들입니다. 중국의 바다신이 나가사키에 전해왔습니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중국의 마조신앙상들입니다. 중국의 바다신이 나가사키에 전해왔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 상설전에서는 나가사키에서 한반도와 중국 따위와 교류한 자료를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나가카시는 한반도에서 출발한 조선통신사가 직접 지나가지는 않지만 츠시마번을 비롯한 규슈 북쪽 바다에 있는 섬들은 대부분 나가사키현에 속하기 때문에 관심 많았습니다.

조선통신사는 시대나 왕조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지만 1428년에서 1811년에 걸쳐서 모두 17번 일본을 찾아갔습니다. 한 번 갈 때마다 1년 동안 500여 명 쯤이 서울에서 일본 도쿄나 니콧까지 2천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기 때문에 매우 큰 행사였습니다.

나가사키는 바다에 자리잡고 있고, 오래전부터 중국과 자주 교류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중국의 민간신앙 가운데 바다신인 마신(媽祖)신앙이 일찍부터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에는 마조 신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도시에서 눈으로 보고, 맛으로 느끼는 실상은 현재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선 현재를 넘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지내온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통시적인 시대의 흐름과 현재의 내가 만나는 공간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서는 현재의 우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고, 우리가 과거와 이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은 오래전 나가사키의 관청이었던 부교(奉行) 자리에 지어졌습니다. 박물관 한켠에 이것을 재현해서 다시 지어놓았습니다. 부교의 안밖입니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은 오래전 나가사키의 관청이었던 부교(奉行) 자리에 지어졌습니다. 박물관 한켠에 이것을 재현해서 다시 지어놓았습니다. 부교의 안밖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가는 법> JR나가사시 역에서 걸어서 10분 쯤 걸리고, 시영버스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 http://www.nmhc.jp/, 2017.3.1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 #시볼트, #일본, #나가사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