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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천연발효식품은 단연코 으뜸이죠. 다만 그것을 자연 속에서 빚어 만든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조미료 합성 발효식품을 구입해서 먹죠.

사실 우리시대의 어머니들만 해도 손수 장을 빚어 먹었습니다. 밭에서 키운 콩을, 가마솥에 푹 삶아 메주를 만들었고, 그것을 짚으로 엮어 한 달 반 가량 처마에 매달아 놓았죠. 그리고 때가 되어 숨 쉬는 항아리에다 소금물과 숯과 대추를 넣고 그 메주를 넣어 장을 담아 숙성시켰습니다.

이순규 대표의 〈된장 쉽게 담그기〉
▲ 책겉표지 이순규 대표의 〈된장 쉽게 담그기〉
ⓒ 헬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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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이지만, 뭐든 사용하지 않으면 잊히듯이, 점점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할 뿐입니다. 더욱이 앞서 말한 것처럼 대형슈퍼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들이 대부분 공장에서 조미료를 첨가한 합성 발표식품이라, 점점 옛날에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들었던 장이나 된장 그리고 고추장 맛도 잊히고 있습니다.

"나와 남편은 전통 장 사업은 무조건 돈과 연결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쩜짜장은 전통 장을 가지고 여러 파생 상품을 만든 데 의의를 둔다. 2015년 쩜짜장은 학교급식박람회 우수급식산업대전에 참가하였는데, 학급에서 쩜짜장을 먹어본 아이들이 기존의 춘장보다 담백하다 평가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춘장은 역한 냄새를 감추기 위해 기름에 한 번 볶는데 쩜짜장은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날이었다."(69쪽)

쩜장 CEO 이순규 대표의 <된장 쉽게 담그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학교급식에서 아이들이 먹었던 그 '쩜짜장' 맛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맛도 맛이겠지만 그 영양소가 얼마나 풍부할지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 건강에도 얼마나 좋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그 '쩜짜장'은 그녀와 남편이 경기도 남양주의 별내면에 자리잡은 전통 장류농장에서 30년 넘게 슬로푸드 방식으로 빚어내고 있는 된장과 고추장과 청국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이 책에서 그런 전통 장류를 빚어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의 판매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천연 발효 장류들이 다시금 설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함입니다. 물론 대형화된 생산방식과 가격경쟁력을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12대 원장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속 성장기의 식품산업발전은 고속성장기의 방식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이른바 가치경제를 창조하는 일이요, 곧 전통의 슬로푸드 방식만이 그 대안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하죠.

책 속에 나와 있는 장 담그는 방법의 사진 설명입니다. 이 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한때 천열염과 정제염에 대한 양론이 팽배해다고 하죠. 뜰안에된장에서는 전북 고창의 해리농협에서 세척 탈수한 천열염을 구입해서 장을 담그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 천일염보다 40-50% 더 비싸다고 하죠. 장을 담글 때 그 염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죠. 경기 북부는 염도를 17%로, 남부 지방은 18-19%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 장 담그는 방법 책 속에 나와 있는 장 담그는 방법의 사진 설명입니다. 이 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한때 천열염과 정제염에 대한 양론이 팽배해다고 하죠. 뜰안에된장에서는 전북 고창의 해리농협에서 세척 탈수한 천열염을 구입해서 장을 담그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 천일염보다 40-50% 더 비싸다고 하죠. 장을 담글 때 그 염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죠. 경기 북부는 염도를 17%로, 남부 지방은 18-19%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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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1. 옹기 바닥에 달군 숯 1개를 넣고 숯 위에 꿀 1수저를 부은 다음 옹기 뚜껑을 덮고 10분간 소독한다.
2. 소독한 옹기(꿀과 숯을 넣은 그대로)에 메주를 차곡차곡 넣는다.
3. 메주가 뜨지 못하도록 대나무 막대 등을 이용해서 고정한다.
대나무 막대는 너비 2-3cm, 길이는 옹기 지름에 맞추어 잘 휘어지게 만든다.
4. 미리 풀어 놓은 소금물을 가만히 붓는다.
5. 달군 숯(나머지), 마른 고추, 대추를 넣고 유리 뚜껑을 덮어 준다.(93쪽)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고, 대형 마트의 진열장에서도 조차 그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전통방식의 발효식품들, 그 기억들을 다시금 불러 오고 있고, 또한 우리의 가정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잘 알려주고 있다는 점 말입니다.

그렇게도 몸에 좋고, 자라나는 아이들 건강은 물론이요, 100시대의 노인들에게도 너무나도 유익한 전통 발효식품들. '뜰안에된장' 대표 이순규씨가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레시피대로 하나씩 하나씩 따라서 만들어 본다면 이전의 획일화된 맛보다 더욱더 다양한 장 맛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덮으려다보니 문뜩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의 한 장면에 떠오릅니다. 민효원이 강태양의 시골 집에 갔을 때, 방안에 걸려 있는 메주에 핀 검은 곰팡이를 보고 열심히 씻고 닦았던 모습 말입니다. 사실 나도 그것이 나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검은 곰팡이조차도 다 쓸모있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왜 하필 짚으로 메주를 묶는 것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나 옛날 어르신들이 그 볏짚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전혀 그런 이유가 아님을 알려 줍니다. 볏짚 속에 있는 토착 미생물이 메주에 침투하여 더 좋은 곰팡이를 메주 전체에 퍼지게 하는 영향력 때문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된장 쉽게 담그기 - 쩜장 CEO 이순규

이순규 지음, 헬스레터(2017)


태그:#장 담그기, #슬로푸드 방식, #뜰안에된장 대표 이순규, #메주 볏짚, #세척 탈수 천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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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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