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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당시 사고현장을 진두지휘했던 뉴욕의 한 소방서장의 리더십은 곧잘 우리나라 세월호 사고현장의 무책임한 리더십과 비교되곤 한다.

미국에서는 소방서장이 되기 위해서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해 적어도 20년 이상 소요되는 길고도 고된 노력과 경험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각종 재난현장에서 소방서장이 내리는 결정은 적어도 그 시점에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공감대가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다.

나팔 다섯 개가 교차된 모양의 미국소방서장 계급장
 나팔 다섯 개가 교차된 모양의 미국소방서장 계급장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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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방서장은 다섯 개의 금색 나팔(Bugle 혹은 Speaking Trumpet이라고 불린다)이 교차된 모양의 계급장을 유니폼에 착용한다. 참고로 나팔 하나는 초급 소방간부, 둘은 팀장, 셋은 과장, 넷은 부 소방서장에 해당한다.    

초창기 미국의 소방차는 엔진 소리가 너무 커서 현장에서 육성으로 명령을 전달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휘관들은 나팔을 가지고 다니면서 명령을 내리기 전 나팔을 불어 소방대원들의 주목을 집중시킨 뒤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게 된다. 여기에서 나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지휘권이 있다는 계급장의 유래가 시작된다. 

미국소방서장 모자에 다섯 개의 나팔이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연방소방국]
 미국소방서장 모자에 다섯 개의 나팔이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연방소방국]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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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장지휘관들은 나팔 하나에 1톤만큼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팔이 5개인 소방서장은 책임감의 무게가 무려 5톤이나 된다. 어찌 보면 소방서장이 된다는 것은 소방서장이 되는 과정보다 훨씬 더 힘들기만 하다. 

소방서장들은 여러 가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복잡한 양상의 초대형 재난이 많은 미국에서 전문성과 자부심이 충만한 소방대원들을 앞에서 이끌어가며 지역사회 주민들의 기대치를 맞춰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인 만큼 소방대원들이 총격 사고로 희생당하거나 인질로 잡히는 경우도 종종 있고, 사고현장에 가득 차 있는 유해물질로부터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거기에다 3만 개가 넘는 소방서 그리고 110만 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은 다양한 인종과 성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근무형태도 정규직, 임시직, 의용소방대원 등 제각각이다. 이런 다양성을 하나의 가치로 묶어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소방서장의 고민은 여전히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기침체는 소방서의 예산삭감으로 이어져 소방서장의 어깨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도전과제들을 소방서장 혼자서만 부담하지는 않는다. 주민과 기업, 지방정부와 주 정부, 그리고 연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로 '재난으로부터 준비된 나라'라는 비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소방이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열린 토론의 장은 눈 여겨 볼 만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진행하는 'Harvard Fire Executive Fellowship Program'이다.

소방 현장 지휘관을 위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펠로우십 프로그램
 소방 현장 지휘관을 위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펠로우십 프로그램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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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고위급 소방간부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3주간 하버드대학교의 존 에프. 케네디 스쿨(John F. Kennedy School)에서 진행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을 위한 최고의 과정들이 준비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방이 당면한 현안들, 즉 인력, 장비, 소방대원의 건강과 안전 문제와 같은 중요한 이슈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해결방안들을 모색하게 된다. 

또한, 지휘관들은 미국 소방대원협회에서 주관하는 '정치훈련아카데미'에도 참석하고, 미국 방화협회 등 다양한 기구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보를 교류한다.

이렇듯 미국소방서장들의 안전을 위한 행보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

소방서장이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는 5톤이지만, '안전한 나라' 미국을 만들어 가는 소방 리더들의 자부심에 비하면 그 무게는 여전히 가볍기만 하다.


태그:#미국소방서장,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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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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