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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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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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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이 꿈틀댄다.

최근 잇따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절대 강자'는 여전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아래 문재인)다. 하지만 2위도 눈에 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약진했다. 지지율도 12~15%대로 껑충 뛰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상승세도 만만찮다. 안 지사처럼 4~5% 지지율에 머물렀던 그도 최근 여론조사에선 10~16%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사람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2월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12.9%, 황교안 권한대행은 10.0%다. 같은 매체의 1월 신년조사 때만해도 안 지사의 지지율은 3.6%, 황 대행은 4.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1차 고지는 20%다. 30% 안팎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을 찔러보기라도 하려면 현재 수치로는 역부족이다. 한때 반기문 전 총장(아래 반기문)이 그를 위협하긴 했다. 하지만 2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은 계속 추락했고, 결국 그는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교안이냐 안희정이냐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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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지지층 일부는 황 대행과 안 지사에게 옮겨갔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한 부동층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 조사에선 29%, 같은 날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조사에선 20.3%에 달했다. <국민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13.8%,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24.9%가 지지후보가 없거나 답변을 미뤘다.

그런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당장 주저하는 유권자들도 곧 누구를 찍으냐 마냐를 결정해야 한다. '지지율 20%대 2위 후보'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반기문이 사라지면서 국민들의 생각이 좀 더 명확해졌다"며 "(선거)구도가 뚜렷해지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움직이지 않더라도 어느 쪽으로든 표가 결집한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도 "기존 후보군 안에서 정리가 되긴 한다"며 "아직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결정층도 누구를 찍을까를 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가' 20%를 넘기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서복경 연구원은 "황교안 대행의 지지율이 20%를 넘기는 것은 기존 여권 지지층의 충성도가 얼마나 높아지느냐 하는 문제인 반면 안희정 지사의 경우는 문재인이 아닌 대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 대행이 20%가 넘는 지지를 얻더라도, 결국 그 지지층은 정권 연장을 원하지만 현재 분위기상 투표 참여 여부 자체를 고민하기 때문에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고도 봤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의 분석 역시 비슷했다. 그는 "(황 대행이) 몇 %포인트 올려 20% 넘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큰 의미가 없다"며 "그 정도면 현재 야권주자들하고 경쟁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가상대결을 보면 황 대행은 보수층의 40%정도가 지지하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60~70%였다"며 "중도층까지 해서 반반싸움을 해야 이기는 건데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대선출마 선언에 앞서 부인 민주원씨를 소개하고 있다.
▲ 안희정 지사, 부인 민주원씨 소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대선출마 선언에 앞서 부인 민주원씨를 소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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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를 넘는 2위'가 야권주자일 경우는 상황이 또 다르다. 현재로선 안희정 지사가 유력하다. 정한울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가장 현실적인 변수'다. 그는 "탄핵 전 15%수준이던 문재인의 지지율에 15%가 더 붙은 것은 '이길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 절반은 쉽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지사가 상승세이기도 하지만 그는 50대와 중도보수층에서도 파급력이 있다"며 "야권 주자들이 갖지 못했던 확장성"이라고 했다.

'문재인의 대체재'로서 안 지사의 가능성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문재인이 황교안 대행, 안철수 의원과 붙을 경우 42.3%의 지지율로 두 사람을 제친다(황교안 대행 18.4%, 안철수 의원 17.7%)고 보도했다. 그런데 문재인 자리에 안 지사를 넣어도 숫자는 40.1%(황 대행 17.3%, 안 의원 18.6%)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더 눈길을 끄는 가상대결 내용도 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 2월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붙을 경우 50.3%가 문재인을, 30.2%가 안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의원이 대결할 경우 안 지사를 찍겠다는 비율이 52.1%, 안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28.2%였다. 오차범위 안의 숫자라 해도, 지지층이 겹치는 두 사람의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변화다.

흔들리는 부동층,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6일 문재인 전 대표가 공시생(일명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응원, 격려하고 공공일자리 만들기를 약속하는 자리로 노량진 고시학원을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6일 문재인 전 대표가 공시생(일명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응원, 격려하고 공공일자리 만들기를 약속하는 자리로 노량진 고시학원을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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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장은 '문재인이 대세'다. 황교안 대행이든 안희정 지사든 현재로선 이 흐름을 꺾기에 역부족이다. 하지만 '아직'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대선판은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진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서복경 연구원은 야권의 부동층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문재인을 비토하는 야권층 상당수도 미결정층"이라며 "이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1~2주 안으로 변화가 심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층의 민심도 지켜봐야 한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 프레임이 끝까지 유효할지 낙관하기 어렵다"며 "탄핵이 실제로 이뤄지면, 판이 다시 한 번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예상대로 판은 흔들릴 것인가. 향후 증인신문 일정을 2월 22일까지 잡아둔 헌재가 3월초에 결론을 내린다면 곧바로 대선이다. 결정의 날이 멀지 않았다.


태그:#문재인, #안희정,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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