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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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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왔습니다. 아들 녀석이 점심을 먹자고 합니다.

"일산에 왔으니 맛집에 가야죠?"
"뭘 먹으려는데..."
"가 보시면 아셔."

어디 근사한 곳에 데리고 가려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맛집이라 해서 소갈비집이나 일식집을 내심 기대했어요. 자기가 몇년 전 근무하던 데라 녀석은 일산 지리가 빠삭했습니다.

거의 도착해서야 "아버지 칼국수 괜찮죠?"라고 말합니다. "기껏 칼국수야?" 말이 나올뻔 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가 빼곡합니다.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쭈욱 줄을 섰습니다. 아들이 말하는 맛집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그야말로 칼국수 전문점입니다. 반찬은 달랑 배추겉절이 하나. 도자기그릇에 칼국수가 나왔어요. 양이 푸짐합니다. 닭칼국수인 것 같은데 바지락이 들어 있습니다. 대파가 많이 올려졌습니다.

"육군과 해군 합동작전이라 국물이 구수하다."
"면말이 꼬들꼬들해서 좋지요?"
"진짜 칼국수인 모양이다."
"칼국수도 가짜가 있나요?"
"손칼국수라는 얘기야."

면발이 쫄깃한 것을 보니 반죽에 많은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면발에 겉절이를 걸쳐 먹으니 입에 착 감깁니다. 매콤한 맛이 더해지니 속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칼국수를 먹다 예전 어머니표 칼국수가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밀가루 반죽할 때 많이도 치댔습니다. 넓은 상 위에서에 반죽을 홍두깨로 밀고 밀어 넓게 폈습니다. 네모지게 둘둘 말아 칼로 싹둑싹둑 리듬있게 잘랐습니다.

국물은 닭 삶은 물을 이용하고, 닭살을 발라 면발에 얹어 맛깔스럽게 하였습니다.

닭 한마리를 잡으면 식구 많은 집에서도 배가 뽈록 나오도록 정말 맛나게 먹었지요.

나는 국물까지 싹 비웠습니다.

"아버지, 맛있게 드셨어요?"
"그래 맛나게 먹었다.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칼국수 한 그릇의 쫄깃하고 진한 맛으로 예전 어머니의 손맛을 느꼈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말 했습니다.

"네 덕분에 맛집 맛 제대로 봤다. 잘 먹었어."

내 말에 아들은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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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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