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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적폐청산'을 주제로 한 <박근혜 퇴진 부산시국집회>
 '언론적폐청산'을 주제로 한 <박근혜 퇴진 부산시국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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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1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는 변함없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주관하는 이날 시국집회는 '언론 적폐 청산'이라는 주제로, '부산 민주언론 시민연합'(아래 부산 민언련)과 공동으로 주관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과 민언련 회원들, 시민들이 함께한 이 날 시국집회는 언론이 어떻게 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그리고 최근 시국과 관련해 언론의 보도 행태는 어떤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진행됐다.

얼마 전 'MBC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게시된 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영상 속 기자들의 선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부산지부' 전성호 지부장이 발언자로 나서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격려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차장 김유진
▲ 사회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차장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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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민언련 김유진 사무차장은 "촛불집회가 박근혜 탄핵 가결을 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자는 요구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촛불 시민들의 지혜가 대단함을 느낀다"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언론이 대통령과 사장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춰지고 보도 기조가 달라진다면 신뢰할 수 있겠나. 볼 만한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복성경
▲ 발언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복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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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대표적 문제가 언론이다. 권력과 언론은 한 몸이었다"고 말한 부산 민언련 복성경 대표는 언론 적폐의 주요 인물이자 원흉으로 이명박과 최시중을 꼽았다.

복성경 대표는 "광우병 촛불과 4대강 반대 집회로 언론 통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이명박은 미디어법을 불법 통과시키고 종편을 만들었다"며 "그 일을 추진한 사람이 최시중이다.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꽂은 대표적 인물이다. 그에 항의한 언론인 대다수가 아직 원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성경 대표는 "이명박-최시중의 뒤를 이은 박근혜-최성준은 뉴라이트 극우 인사를 공영방송 이사로 내리꽂는 등 노골적인 언론통제와 인사개입에 나섰다"며 "언론을 바로잡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민생안정도 없다. 함께 언론 적폐 청산에 나서자"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언론보도와 인사에 적극 개입한 증거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을 들어 설명했다.
 청와대가 언론보도와 인사에 적극 개입한 증거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을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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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영준, 금속노조부양지부 정관지역지회 말레베어현장위원회 부대표 배미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박정희
▲ 발언 대학생 김영준, 금속노조부양지부 정관지역지회 말레베어현장위원회 부대표 배미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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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청년 잡지 '지잡'을 만드는 대학생 김영준씨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려 이 자리에 섰다"며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노동자들 투쟁에 대해 언론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은 '귀족, 강성노조'와 '불법파업'이다. 밀양 할머니들과 세월호 유가족들 기사에는 '외부세력, 불법시위'라는 단어가, 성주와 김천의 사드 반대 투쟁에는 '북 도발, 안보' 등 전쟁 관련 단어가 제일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영준씨는 "언론의 문장은 기득권의 말과 같다. 노동자는 고공농성을 해야 하고, 농민은 물대포에 맞아야 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식을 하고, 성주와 김천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촛불집회를 해야만 언론에 노출된다. 목소리를 내는데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준씨는 "이제 언론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자신들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어디로 향할 것인지. 언론이 스스로를 기득권과 동일시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언론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말레베어 현장위원회 배미경 부대표는 "파업 중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파업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우리 사업장이나 너무 똑같다"며 "나라든, 기업이든 운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민들과 노동자들만 힘들다"고 말했다.

배미경 부대표는 "힘든 조건이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이라도 하자. 그래서 옳은 소리, 노동자와 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보도되고 그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최근 신문과 방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준 부산 민언련 박정희 사무국장은 "문제 되는 보도가 차고 넘쳐 다 소개하지 못하고 촛불 관련한 내용만 추렸다"고 말했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최근 언론은 촛불집회보다 친박의 맞불집회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사드와 한일군사 보호 협정, 이석기 석방 등 외부세력론을 주로 보도한다"며 "KBS는 독감 급증의 사유를 촛불집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고 말해 추위에 지친 참가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려는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오로지 '박근혜 퇴진' 안에 가두려는 수작이다. 시민의 힘으로 언론 감시의 노력을 멈추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끄고 공정방송 켜자"
 "박근혜 끄고 공정방송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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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부산지부장 전성호
▲ 발언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부산지부장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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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마다 시국집회에 참석하지만 단 한 번도 MBC 지부의 깃발을 들고 오지 못했다"며 마이크를 잡은 전성호 지부장에게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격려를 표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부산지부 전성호 지부장의 발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 영상을 보고 피눈물을 흘렸다. 시국 대회에서 시민들의 발언을 들으며 뼈 아픈 반성도 했다. 20년 전 입사 당시 MBC는 명실공히 1등 언론사였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최첨병이 MBC였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촛불에 대해 MBC가 제일 앞장에서 보도했다. 이후 김재철 사장이 취임했고 MBC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에 굴하지 않으며 170일을 파업했다. 자본이 노조를 파괴하는 3종 세트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들 모두 겪었다. 단협 해지, 해고 남발, 형사소송 및 손배가압류가 그것이다. 60억의 손배를 받았고 8명이 해고됐다. 아직도 200여 명의 조합원이 현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스케이트장 관리나 영업을 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언론지형을 바꿀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에 상정된 법안이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정치적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그것이다. MBC의 대주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총 9명의 이사가 있는데 그중 3명을 청와대가 추천하고 3명은 여당, 3명을 야당이 추천한다.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모든 결정에 정부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언론장악방지법은 이러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중립적으로 개선하는 게 핵심인데 새누리당 쪽 미방위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에 기댈 수밖에 없다.

MBC는 아직 노동조합이 있고 내부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감히 부탁드린다. 욕하셔도 좋다. 하지만 MBC를 포기하지는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MBC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전성호 지부장의 발언에 환호로 답해주는 시국집회 참가자들
 전성호 지부장의 발언에 환호로 답해주는 시국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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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국민의 품으로' 2012년 우리가 들었던 손 피켓이 쓰여 있던 글귀입니다. 돌아갑시다. 공영방송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자들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의 곁으로 돌아갑시다."

우연히 들른 언론노조 MBC 본부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태그:#박근혜구속, #언론적폐청산, #부산시국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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