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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오른쪽)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오른쪽)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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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목사(한나라당 전 윤리위원장)가 분당으로 난파 위기에 내몰린 새누리당 호의 선장으로 나섰다.

인 목사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어렵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하고 왔다"며 비대위원장 인선을 수락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이현재 정책위의장 등 신임 원내지도부를 대동한 자리였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비대위원장 후보에 이름 오르내리는 것조차 극히 꺼려한 것으로 알려진 그였기에, 인 목사의 결정은 정치권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인 목사는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는 "국정 경험도, 정치 경험도 없는데 가서 뭘 하라고 비대위원장을 하나"라면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관련 기사 :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김형오·유승민·인명진 '유력').

이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됐다. 인 목사는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에 서기까지 여러가지 번민과 생각이 많았다"면서 "마지막 결심을 했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실제로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앞둔 오후 3시까지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친박 실세 겨눈 인명진 "책임질 사람들, 스스로 판단할 것"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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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나는 4년동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주저하지 않고 비판한 사람이다. 새누리당에 왔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것과 다른 결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선회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힘없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쇄신을 위해 '할 말 하는 비대위원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당사까지) 택시를 타고 오는데 기사가 어디를 가느냐 물으니 당사에 간다고 했다. 그러니 '다 망한 당 뭐하러 가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조문하러 간다고 했다. 보수정당도 사랑받는 당이 됐다가, 때로는 매를 맞기도 하고 지탄 받기도 한다. 새누리는 지금 매를 맞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인 목사가 말한 '조문'의 시작은 친박(친박근혜) 실세를 향한 '칼 겨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박 2선 후퇴'에 대해 "국민도 생각이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라면서 "본인도 자기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할 지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을 위해 어떻게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할지 스스로 판단해서 지혜롭게 처신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인 목사는 비대위원장 인선 후 가장 먼저해야할 일로 '이완영 응징'을 꼽았다. '최순실 청문회' 위증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의원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정우택 원내대표에게도 말했는데, 이 의원은 더 이상 국정조사 특위에서 활동하기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윤리위에 회부해서 응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 목사는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출당 등 인적 청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출당을 하려면 구체적 해당행위가 있어야한다"면서 "당내 3분의2가 찬성해야하고, 최고위원회에서 승인해야 출당인데, 그게 현실성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친박당', 승인 가능성 불투명 "상황 더 어려워졌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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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주류의 탈당 선언으로 사실상 '친박당'이 된 새누리당이 인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인준할지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특히 인 목사는 지난달 경실련 공동대표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 위법행위 위헌 확인 헌법 소송 및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정도로 현 정부에 날을 세웠던 인물로, 친박 성향이 다수인 현재 당 분위기와 전면 배치되는 내정자다. 그 외 인 목사가 박 대통령을 향해 던진 돌은 한두 개가 아니다.

"개성공단 중단이나 역사교과서 등 어떤 때는 무서운 결정도 혼자 내리니 충격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예수님에 대한 해석도 넷이나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하나만 꼭 가져야 하느냐" (지난해 10월 19일 교통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이러한 인 목사에 대한 우려는 안팎에서 이미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사모'(박근혜대통령을사랑하는모임)는 "당을 해체할지언정 이건 아니다"라고 인 목사를 선임한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인 목사의 인선이 불안정한 이유는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5월, 지금은 탈당파에 속하는 김용태 혁신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소집한 전국위 풍경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지 이틀만에 전국위원회를 열었지만, 친박계 다수 의원이 보이콧하면서 무산된 일이 있다(관련 기사 : "동네 양아치들도 이러진 않아", 수렁에 빠진 새누리).

이미 탈당한 김 의원은 인 목사 인선에 대해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완영 의원은 말 그대로 N분의1이다"라면서 "그 사람 하나 쳐내고 인 목사가 비대위원장이 된다고 개혁이 된다는 것은 택도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5월 상황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새누리당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인 목사는 이날 "이 자리에 제가 선 것이 현실이다"라며 비대위원장직 수행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비주류 집단 보수개혁신당(가칭)에 대해서도 "이렇게 나눠지면 안 된다"면서 "나눠질 이유가 없다"며 비주류를 설득했다.


태그:#인명진, #새누리당, #박근혜, #김용태, #정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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