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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지원 대표에게 묻습니다.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략이 숨어있다고 경고했던 당신. 오늘 국민의당 개헌당론채택은 어떤 정략이 숨어있습니까?"

정청래 전 의원의 반발은 집요하고 거셌다. 국민의당이 23일 개헌 즉각 추진과 2017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그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지속적인 공세를 펼쳐 온 정청래 전 의원이 SNS를 통해 국민의당의 '개헌 당론' 채택을 질타하는 의견을 연이어 쏟아낸 것이다.

그 화살의 과녁은 물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0월 박지원 대표는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략이 숨어있다고 말했다"며 박 원내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요컨대, 제3지대를 위한 제2의 3당 야합 시도라는 것이다.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정략이라던 박지원. 어제 개헌은 대선 뒤로 미루자던 안철수 즉각개헌 급 변침. 손학규 회동. 반기문-김무성-김종인도 개헌파. 개헌깃발 아래 제3지대 제2의 3당 야합 시동. 나의 예언은 100% 적중한다. 제2의 3당야합파들은 국민촛불에 의해 탄핵되고 박근혜부역자들과 함께 역사법정에서 단죄될 것이다. 진정한 정권교체 민주정부수립을 위해...닥치고 감시!"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개헌 셈법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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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제17차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임기인 29일 이후 원내대표직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을 즉각 추진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의원총회 결과를 전했다.

이날 국민의당의 밝힌 개헌 관련 입장을 정리하면, (조기)대선 전 개헌이 통과되지 않으면 개헌 후에라도 추진하고,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 공약을 한 후 2018년 지방선거시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함,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결선투표제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앞서 21일 열린 '보수진보 대토론회'에서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한다는 전자하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안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역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법"과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척결하기 위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제안하는 동시에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와 관련해 천정배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다소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천 전 공동대표는 "우선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당이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합니다"라며 "저는 개헌의 시기와 절차에 관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탄핵이나 박근혜, 최순실 등의 처벌, 대통령 선거 이런 중요한 문제와 섞이지 않고,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가면서도 질서 있게 개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 이후 개헌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를 거론하며 여지를 열어 놨다. 

"그러나 만일 그런 질서 있는 개헌 추진이 조속히 추진되기 어렵다면, 대선이후에 개헌을 추진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우리 내부에서 활발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시기와 절차는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어떤 내용의 개헌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조금도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 국민혁명이 불타는 시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놔야 개헌이 가능합니다. 그것을 우리 국민의당이 다른 어느 정치 세력보다 앞장서고 선도해서 조속히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개헌론은 세력 재편을 위한 정치투쟁의 일환"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기념촬영하는 남경필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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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국민의당, '개헌 즉각 추진' 당론 결정. 안철수의 '대선 후 개헌론'을 포괄하면서, 대선 전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개헌안 합의 + 국회 2/3 의결 + 국민투표'의 절차를 헌재 탄핵, 특검 수사 등과 병행한다?? 바람직한가를 떠나, 정당 막론하고 여의도 사람들 중 개헌이 내년 조기대선 전 실제 성사된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은 세력 재편을 위한 정치투쟁의 일환이다. 손학규과 반기문, 나아가 '비박 신당'과의 연대, 문재인 고립화 등을 위한 포석이다. 내년 봄까지 합종연횡, 이합집산으로 어지럽겠다. 동상이몽, 오월동주이겠으나, 개헌을 고리로 세는 일정하게 늘어나겠다. 그러나 기호 1번을 갖게 되는 더민주에서 이탈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정의당의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서울대 조국 교수가 국민의당의 '개헌 당론 채택' 소식이 알려진 직후 SNS에 적은 글이다. 조 교수의 말마따나 실제로 조기대선이 유력시 되는 지금, 국회에서 개헌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거란 예상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민의당의 재빨리 꺼내든 이 개헌 카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권도전을 천명하고 비박계가 새누리당에서 탈당을 선언한 상황에서 '반문재인' 세 불리기, '제3지대론'의 확장, 반기문 등 민주당 외 대선주자들과의 연합을 위한 포석이라 볼 수밖에 없다. 반기문 총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 빠른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가 궁금해 한 정의당의 입장은 어떨까.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헌공청회에서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에게 대폭 돌려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다면 그 헌법개정안에 포함하는 선거제도와 관련 국민투표를 시행해 국민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전 개헌이나 국회를 통한 개헌보다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친 헌법개정안 관련 국민투표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3일 열린 정의당 상임위에서 결선투표제에 무게를 두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결선투표제 도입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심 대표는 "결선투표제는 정치혁명을 위한 포석"이고 "새누리당이 분열된 지금이 적기"라며 "문 전 대표의 결선투표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선두주자로서 굳히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제기가 사실이 아니리라 믿는다"고 압박을 가했다.

"문재인 탄핵"까지 외치는 박지원과 국민의당의 속내

국민의당의 '개헌 당론 채택'과 관련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글.
 국민의당의 '개헌 당론 채택'과 관련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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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원내대표는 '탄핵정국'에서 "박 대통령 탄핵 주장은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개헌도 가장 먼저 나섰다"고 주장할 태세다. 심지어 박 의원은 '뉴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을 거론하며 치고 나왔다.

앞선 22일 국민의당 부신시당을 찾은 박 원내대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측에서 뉴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을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 측에서 "박지원이 밀어주면 국민의당으로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기문 총장 특유의 '측근정치'와 박지원 원내대표 특유의 화법이 빚은 '반문재인' 세규합을 위한 '언론플레이'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가 이미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이제 그 사람 입을 탄핵해버리자"는 과격한 표현까지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을 앞세우는 국민의당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속내는 "문재인 탄핵"이라는  표현 속에서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일단 개헌으로 조기대선 정국을 흔들고,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흔들어보자는 심산 말이다.

개헌을 마다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헌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닌가. 지난 19일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19일 발표한 '헌법 개정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한 응답자 비율은 71.1%로, 반대 비율 20.4%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대선'과 '개헌' 중 어느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하느냐'는 질문엔 53.3%가 '대선'이라고 응답했고, '개헌'은 42.1%였다. 개헌 속도에 대해서도 '천천히 개정하는 것이 좋다'는 비율이 64.4%로, '내년 상반기엔 해야 한다'(33.5%)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이것이 민심이다. 국민의당과 박 원내대표의 '정치력'을 무턱내고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와 내용이 문제 아닌가. 탄핵안 가결 이후 보수층의 집결과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가비상사태에 가까운 '국난'임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앞세워 대선 판세에서의 우위와 집권 의지만 드러내는 국민의당과 박지원 원내 대표의 발빠른 행보에 '촛불민심'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답보상태인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현명한 민심의 응답이다.     


태그:#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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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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