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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21일).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동이 트려면 아직도 멀었나?' 자도 자도 밤인 것 같습니다. 




"여보, 아직도 컴컴하네!"

"동짓날이잖아."

"아 참! 오늘이 동지이지."

"이제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겠네!"

"노루꼬리만큼?"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입니다. 한 해 동안 밤이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낮이 가장 짧은 날이기도 합니다. 보통 양력으로 12월 22일쯤인데, 올해는 21일입니다.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부릅니다.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 모양입니다. 음력으로 11월 10일 안에 드는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먹으면 애들한테 나쁘다고 하여 동지팥죽을 먹지 않는다 합니다. 올핸 동지가 음력 11월 23일이니 애동지에 해당되지 않네요.




동지팥죽에 숨겨진 이야기



 
동짓날 먹는 새알심 팥죽은 달달한 맛이 그만입니다.
 동짓날 먹는 새알심 팥죽은 달달한 맛이 그만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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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질 것입니다. 이제부터 하지가 될 때까지는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져 음(陰)의 기운이 쇠하고, 양(陽)의 기운이 싹트게 됩니다. 동지는 그러고 보면 밝음의 상징인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절기인 셈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한테 '동지가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동지는 더 떨어질 수 없는 막판에서 바닥을 치고 회생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새롭게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날입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온다고 합니다. 옛날 '공공씨'라는 망나니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필 동짓날에 죽어서 전염병 귀신이 되었다는데, 그 아들은 늘 팥을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전염병 귀신을 쫓으려는 의미에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귀신이 싫어하는 팥죽을 먹고서 악귀를 쫓으려는 게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지팥죽은 질병이나 귀신을 멀리하려는 데서 유래되었지만, 팥에는 단백질을 비롯하여 각종 섬유질과 비타민 B1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좋습니다. 특히, 팥에 다량 포함된 칼륨은 염분이 들어있는 나트륨을 분해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몸이 비대한 사람이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반대로 몸이 여윈 사람은 몸이 튼튼해지는 작용이 있다고 하니 팥을 즐겨 먹어야겠습니다.




동지팥죽의 맛, 달콤하다




우리는 동짓날에 때맞춰 팥죽을 쑵니다. 손수 농사지은 팥이 있어 별식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동지팥죽을 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재료라 해야 주재료인 붉은 팥하고, 새알심을 만들 찹쌀가루만 있으면 됩니다.





 
찹쌀가루는 찹쌀을 미리 불려 물기가 마른 뒤에 방앗간에 빻아 준비합니다.
 찹쌀가루는 찹쌀을 미리 불려 물기가 마른 뒤에 방앗간에 빻아 준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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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팥을 골라 물에 불리고 압력밥솥에 푹 삶아놓습니다. 그리고 믹서로 잘게 부수어 팥물을 준비합니다. 아내는 팥을 곱게 갈아 체에 걸러내는 수고를 생략합니다. 




찹쌀가루는 미리 찹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방앗간에서 넉넉하게 빻아 놓았습니다. 냉동실에 두고 여러 날 먹습니다.




나는 일손을 거두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새알심 반죽은 내가 할까?"

"그거 익반죽해야 해요."

"익반죽을?"

"그래야 잘 뭉쳐지고 더 차지거든요!"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을 만듭니다.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을 만듭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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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새알심 만드는 거나 도와주라며 새알심 반죽을 만듭니다. 찹쌀가루에 끓인 물을 조금씩 치대면서 적당히 뭉쳐냅니다. 가는 소금은 아주 조금 넣습니다.



 
익반죽하여 뭉쳐놓은 것을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며가며 새알심을 만듭니다. 메추리알 크기가 적당합니다.
 익반죽하여 뭉쳐놓은 것을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며가며 새알심을 만듭니다. 메추리알 크기가 적당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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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찹쌀 반죽을 조금씩 떼어 내어 손바닥에 굴려 작은 새알심을 만듭니다. 만들어놓은 메추리 알 크기의 새알심이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예쁩니다.




이제 팥죽을 끓일 차례입니다. 미리 준비한 팥물을 팔팔 끓입니다. 그리고 새알심을 넣습니다. 소금을 약간 넣어 마지막 간을 합니다. 아내가 불을 지키면서 나무주걱으로 눋지 않도록 저어줍니다.



 
팥물을 낼 팥은 압력밥솥에 푹 삶아 준비합니다.
 팥물을 낼 팥은 압력밥솥에 푹 삶아 준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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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로 갈은 팥물이 끓으면 새알심을 넣습니다.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새알심이 떠오르면 불을 끕니다.
 믹서로 갈은 팥물이 끓으면 새알심을 넣습니다.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새알심이 떠오르면 불을 끕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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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있어 신기하게도 팥물을 뚫고 새알심이 떠오릅니다. 아내는 주걱을 내려놓고 불을 끕니다.




"새알심이 동동! 이제 다 되었다!"




걸쭉하고 먹음직스런 동지팥죽이 상에 놓습니다.




"당신, 동지팥죽을 먹고 지난해 안 좋은 일 다 털어내고, 새해 건강히 맞이합시다. 우리 애들한테도 좋은 일 많이 있도록 늘 기도하고요."




기원을 담아 호로록 삼키는 따뜻한 동지팥죽의 맛이 달달하고 정말 맛있습니다.
 

태그:#동지팥죽, #동지, #새알심,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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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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